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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우겁》제1장:도를 묻다 (5)육청의 원신

《창우겁》제1장:도를 묻다 (5)육청의 원신

작자:백운비

【정견망 2007년 3월 23일】

제1장 도를 묻다

육청의 원신

황금색 수확의 계절인 가을이 지나고, 낙엽지고 하얀 눈 내리는 겨울이 왔다.
하얀 눈 내리는 겨울이 가고, 초록 빛 희망의 봄날이 왔다.

이 따사한 3월 봄날, 조물주는 한 폭의 봄 경치를 만들어내어 희망찬 녹색을 산천대지에 알맞게 덮었다. 각양각색의 꽃이 곳곳에 피고 꾀꼬리는 노래하고 제비는 춤을 추며, 복숭아 꽃은 붉고 배꽃은 하얬으며 유채화의 황금색은 더욱 한 무더기씩 퍼져 일체가 금색의 햇빛 아래 생기발랄하게 뚜렷하였다.

육청의 심정은 이 봄날의 경치와 매우 잘 어울렸다.

육청은 아미산에서 돌아온 후 위엄 있고 이름이 좀 있는 소(小) 기공사가 되었는데 공장에서부터 그가 사는 삼고촌(三姑村)에 이르기까지 거의 다 그를 알았다. 기계공장의 아미산에서 돌아온 한 젊은이가 신기하게 기공을 이용하여 사람을 치료해주는데 효과를 보며 발목을 삔 것, 감기, 두통 등 작은 병들은 치료하면 효과가 매우 좋았다. 물론 며칠 지나지 않아 또 재발했지만 시골 마을의 순박한 사람들은 끝까지 추궁하지 않았고 적어도 당시 사람들에게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육청은 매우 운이 좋아서 무슨 암 걸린 사람들이 그를 찾지 않았으니 그는 기공사라는 좋은 이름을 보전할 수 있었다.

육청은 아미산에서 돌아온 후 의무적으로 기공을 전수하기 시작했는데 물론 아미산 기공대학에서 전수받은 공법인 “연화공”이었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배우러 온 사람이 적지 않아 육청의 숙소 앞에 공터에 매일 아침 한 무리의 사람이 육청을 따라 동작을 연습하였다. 그러나 추운 겨울이 오자 아무도 따뜻한 이불 속에서 나와 바깥에서 연마하려 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한 겨울이 지나자 육청 혼자만 남아 연공했다.

육청은 속으로 좀 실망하였지만 그의 수련에 대해 영향을 주지 않았다. 그는 여가생활은 소각사에서 가져온 밀종경서를 종종 보는 것 외에는 일심으로 아미산의 연화공을 수련하는 것이었으며 정과를 얻으려 생각하였기에 기타 사람들이 연마하든 안하든 별 상관없는 일이었다.

이 날 백비와 홍릉의 집에 손님이 왔는데 바로 홍릉의 모친과 두 언니였다, 그들은 이웃 마을의 고향에서 홍릉을 보러왔는데 막내딸의 생활이 어떤지 만나보고 또 사위가 홍릉에게 어떻게 대하는지 알아보려고 하였으므로 이때 두 사람의 집은 매우 시끌벅적했다.

당연히 잠자리가 큰 문제였다.

그래서 백비는 밤에 육청의 숙소로 와서 지냈다. 육청의 기숙사는 마침 방이 두 칸이며 안에 는 침실이 있고 밖에는 몇 장의 나무를 깔아 부엌을 만들었는데 전기냄비, 전기밥솥이 있었다. 백비가 오자 주방의 나무판을 트니 바로 간이 나무침대가 되었고 담요를 깔아 이불을 덮으니 바로 좋은 안락한 방이 되었다.

별은 하늘에 총총히 걸려있고 교외의 들은 적막하여 고적한 야밤이었다.

백비는 장모의 뜻을 추측할 수 없어 이리저리 생각 하며 뒤척거리며 침상에서 잠을 잘 이루지 못해 창밖의 별만 헤고 있었다. 별을 세면 잠이 오는가? 하지만 지금 백비는 이런 방법으로 잠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창밖의 구릉진 산을 바라보고 까만 하늘에 수없이 많은 별을 눈으로 보이는 대로 세다 보니 백비는 점점 눈이 감겨왔으나 의식은 오히려 뚜렷하였다. 기괴한 것이 자기는 분명히 두 눈을 감았는데 집안의 일체가 똑똑히 보이는 것이었다.

백비는 매우 뚜렷이 보았다. 집 바깥의 방문이 “찌–” 하는 소리가 나며 열리는 것을. 집밖은 칠흑과도 같은데 야릇한 것이 자기를 엿 보는데 같았다. 마치 인간 같지 않은 두 눈이 냉랭하게 자기를 주시함을 느꼈고 이에 백비는 놀라서 솜털이 곤두서며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이때 그 새까만 것이 재빨리 집밖에서 굴러들어오더니 백비의 몸에 올라왔다.

백비는 깜짝 놀라 소리쳤으나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고 눈까풀도 뜰 수 없었으며 몸도 움직이지 못했다. 그 검은 물체는 천근만근같이 백비의 몸을 눌렀다. 백비는 그 차가운 것의 숨소리와 심지어 거친 피부를 느낄 수 있었다.

백비는 어려서 농촌에서 자라 노인들이 옛 이야기하는 것을 늘 들었는데, 모두 산의 요정이며 나무귀신 등의 신령한 전설이었다. 그와 시골 아이들은 감히 듣지 못하면서도 또 들으려하였으며 들은 후에는 잠을 자면 그 무서운 귀신이 자기의 혼을 잡아갈까 무서워 잠을 못 잤다. 나중에 점점 자라서 유물주의를 배우고 현대과학을 믿게 되자 더 이상 이런 귀신의 전설을 믿지 않았다. 이는 모두 봉건미신이며 낙후된 노인들이 애들을 놀려주려고 지어낸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은 오히려 분명히 어렸을 때 노인들이 말했던 귀신에 몸에 붙는 일이었다!

백비는 혼비백산하여 오로지 소리치기만 했다: “육청, 나를 구해줘, 육청!” 백비의 인상에는 육청은 하늘의 신성한 천신이 되어 불경도 읽고 기공도 했으므로 당연히 자기를 구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게다가 백비 근처에는 육청밖에 없었으니 비록 백비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지만 의념은 더욱 강렬히 육청을 외쳤다.

그러자 육청의 방문에서 “찌익” 하는 소리가 나며 문이 열렸다.

백비가 구하는 소리가 지극하여 육청이 정말 나타난 것이었다.

그런데 육청은 온 몸에 담담한 광휘를 발산하며 온화한 모습을 하여 백비의 눈에는 매우 강렬하고 신성한 느낌이 들었다. 이 빛 속의 육청은 백비의 침대에 다가오더니 미소 지으며 “걱정마라, 걱정마” 하면서 손을 내밀어 백비의 손을 잡더니 손가락에서 금광을 발사하여 백비의 손바닥에 두 글자를 썼다. 백비가 선명하게 보았는데 금광이 번쩍이는 “불(佛)”자가 양 손에 하나씩 있었다.

백비는 그 찰라 마치 무궁한 에너지로 충만한 것처럼 두 손바닥으로 자기 몸 위의 검은 물체를 힘껏 밀었다. 그러자 금광이 발사되어 그것은 순식간에 종적도 없이 사라졌고 몸에 천근만근 같이 누르던 것도 소실되었다. 백비는 한숨을 내쉬며 눈을 떴다.

오로지 창문 밖의 별빛은 여전히 찬란했고 집 안팎의 방문은 여전히 잠겨있으며 일체는 여전히 고요하여 마치 조금 전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았다. 물론 빛을 발하던 육청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알고 보니 남가일몽이었구나! 아냐! 아냐! 결코 꿈이 아니야. 백비는 즉각 자기의 생각을 부정했다. 막 일어난 그 일막은 매우 진실했다. 그 얼음 같이 찬 숨소리, 거친 피부, 그 혼비백산할 공포…. 결코 꿈이 될 수 없다! 백비는 몸을 일으켜 자기의 내의를 만져보았더니 옷은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백비는 그날 다시 잠이 들지 못했다. 그 귀신의 공포와 육청의 신기함, 게다가 장모의 뜻도 추측키 어려웠으니 그런 것들이 백비의 머릿속에 교차되어 떨치지 못했다.

이 긴긴 밤을 백비는 이렇게 길게 보냈다.

새벽 해가 동쪽 하늘에 멀리 밝아오자 봄날의 아침은 새들이 지저귀며 일어나라고 재촉하였다. 육청은 벌써 자기 숙소에서 연공을 끝내고 방문을 열어 양치질 준비를 한 후 아침을 먹고, 자전거를 타고 공장에 출근하여 또 새로운 날을 시작하려고 했다. 그가 방문을 열었을 때 백비는 이미 진작 일어나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육청은, 신기하군, 이 게으름뱅이가 오늘은 나보다 더 일찍 일어났으니 해가 서쪽에서 뜰 노릇이라고 했다.

백비는 육청이 나오는 것을 보고 매우 기뻐 육청의 손을 잡고 연신 감사하며 큰 소리로 정말로 신선이라며 육청의 재주를 찬탄했다

육청은 이상하여 갈피를 잡지 못했다: “백비, 너 아직 안 깼군, 아직 정신이 안 들었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백비는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자세히 말해주고 존경하는 눈빛으로 육청을 바라보았다.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이미 알고 있어, 설마 네가 아니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육청은 한참 침묵했다. 그는 확실히 어제 일을 모르고 있었다. 어제 그는 매우 잘 잤으며 백비가 지르는 무슨 소리를 듣지 못했다. 당연히 신선같은 것이 그를 구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백비를 보니 사람을 속이는 같지는 않는데 그럼 백비가 본 육청은 누구인가? 정말 나 자신인가? 육청은 순간 갑자기 의심이 일었다. 그렇다고 할 수 도 없고 아니라고 할 수도 없었다. 다시 말하면 이 신기한 일은 나 자신의 몸에서 발생하였고 또 본인의 위엄을 세우는데 확실히 유리하다. 어찌 즐거운 일로 여기지 않는가? 육청은 한편 하하 웃으며 백비를 툭 치며 세수와 양치질했다.

육청은 오전 내내 이 일을 생각하다가 생각이 틈이 생겼고 기계설계도에 연속으로 몇 군데 착오가 생겨 과장한테 몇 번 야단 맞았다.

퇴근 후 육청은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삼고촌으로 돌아가는데 봄빛은 밝고 새가 지저귀고 향기가 만발하며 산은 겹겹이 푸른 색으로 이어져 있었다.

육청은 돌연 번득 무슨 생각이 떠올랐다. 아이구, 내 원신이 이미 수련되어 나온 것이구나. 육청은 남악 형산의 용문파 사부가 가지고 있던 도가 기공 서적에 기록된 “식신(識神)은 죽고 원신(元神)이 산다”는 말을 분명히 기억하였다. 수련이 일정한 정도에 이르면 잡념이 분분한 후천의 식신은 억제 당하고 청정무구한 원신이 산생하여 일정 층차에 오른 후 원신은 육신을 떠나 독립적으로 일을 하며 이것을 “원신출규”라고 하는데 당연히 육청은 그 원신은 무슨 일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

육청은 매우 기뻤으며 자신의 수련이 상당히 높은 경지에 올랐음을 확신하였다. 이 원신출규는 일반적으로 연공한 사람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육청은 기쁜 나머지 즉시 작년 겨울에 육청이 몇 차례 자기의 원신을 본 것을 회상하였다. 겨울이 무척 추웠기 때문에 몇 차례 새벽 연공할 시간에 육청은 일어나기 싫어 눈을 감은 채 침상에 누워 똑똑히 보았다. 자신의 신체로부터 하나의 자기가 일어나는데 온 몸에서 담담한 광휘가 발산되면서 자신의 크기와 모양이 같고, 입은 옷도 같으며, 자기의 신체를 떠나 창문가로 가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을 보았다. 육청은 그가 바깥에 나가서 연공하려는 것을 알았으나 그는 신체에 무슨 위험이 없었기에 육청은 생각했다. “좋다, 나는 일어나 연공하려하니 너는 빨리 돌아오라.” 이 생각이 나오자 그 담담한 광휘를 발하는 육청은 몸을 돌려 자기의 신체로 돌아왔고 육청은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입고 바깥에 나가 하루의 수련일과를 시작했다.

그때 이래 육청도 이 일이 어찌된 일인지 알지 못했다.

알고 보니 자신이 수련해 낸 원신이구나! 육청은 자기의 기대보다 넘친 것이 너무나 기뻤다. 자기의 간고한 수련이 헛된 노력이 아니었구나 하였다.

육청은 자전거를 타고 맹렬히 달렸으며 큰 소리로 웃었고 눈물도 좀 흘러나왔는데 그의 심정은 맑은 봄날같이 기쁘고 밝았다. 그러나 그는 이와 동시에 자기 신체의 온몸에서 빛을 발하는 원신인 육청은 이 시각 가소로운 눈물이 나오려 했다. 원신은 속으로 미소 지으면서 탄식하고 있었다. “아, 사람은 정말 어리석고 우둔하며 가련한 생물이구나!”

발표시간 : 2007년 3월 23일
정견문장 : http://zhengjian.org/zj/articles/2007/3/23/4291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