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우겁》 제1장: 도를 묻다 (6) 삼앙봉(三仰峰)의 놀란 혼―육청의 슬픔
작자:백운비
【정견망 2007년 3월 24일】
제1장 도를 묻다
삼앙봉의 놀란 혼―육청의 슬픔
시간은 바람같이 지나가 눈 깜짝할 사이에 봄꽃이 시들고 연꽃도 시들어 또 국화가 만발한 황금색의 가을이 도래했다.
육청의 원신이규(元神離竅) 현상은 결코 육청이 수련해낸 본질적인 변화가 아니었다. 육청은 자신이 아미산 연화공을 연마하고 또 연마해도 늘 어느 한 층차에 배회하고 있으며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한다는 것을 느꼈다. 밀종의 경서도 오묘하여 이해할 수 없었고 문자의 의미도 깊었다. 많은 고문과 사전을 뒤적여 고문자의 뜻을 이해했으나 일부 경전의 내포는 이해할 방법이 없었다. 때문에 육청은 수련 상태가 낮은 미혹에 빠져 있었다. 육청은 수련이란게 이렇게 힘들구나, 하늘에 오르기란 아주 어렵구나 하며 무수한 밤을 잠을 자지 못한 채 탄식했다.
육청은 다시 한 번 신선을 찾아 도를 구하기로 결정했다.
“10월 1일” 긴 휴가는 마침 적합한 기간이었다. 육청은 여행지도를 뒤져 명산대천을 자세히 탐색하다가 마지막으로 복건성의 도교 명산인 무이산(武夷山)을 골랐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무이산에는 역대로 많은 선인(仙人)들이 하늘로 날아 올랐으며 유명한 동천(洞天-신선이 사는 곳)이 있는 길지였다. 육청은 간단히 행장을 싸서 남쪽으로 가는 열차를 탔고 복건 북부의 큰 마을 소무(邵武)에 내렸다. 다시 차를 갈아타고 무이산(武夷山)으로 가는 증기기관차를 타고 두 시간 후 무이산에 도착했다.
공교롭게도 육청은 기차를 타고 가는 도중 우연히 출가한 30대 스님을 보았는데 용모가 범상치 않았다. 육청은 불교 신도증을 보여주며 자신이 거사라고 하면서 그 스님에게 공경하게 인사를 올렸다. 스님과 속인 두 사람은 인사를 주고 받았다. 알고 보니 그 스님의 법명은 “명장(明藏)”인데 복건 태령(泰寧)출신이며 원래 중학교 교사였다고 한다. 속세의 더러움을 간파해 출가 수행한 지 이미 오년이 되었다.
올해 아미산 금정(金頂) 보현보살도량(普賢菩薩道場)에서 폐관좌선을 하는데 아미산이 매우 높기 때문에 날씨가 매우 추워 10월이면 물이 떨어져 고드름이 되었다. 명장같은 남방 사람은 적응하기 어려워 잠깐만 조심하지 않으면 한기가 가슴을 찔러 계속 가부좌하여 있을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명장은 아미산을 내려와 복건으로 돌아가는 중인데 지금은 무이산 삼앙봉에 돌아와 있었다.
육청은 명장과 매우 유쾌히 말을 나누었으며 그는 명장의 몸에서 수행자의 용맹한 정신을 보고 감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명장은 그의 공경한 태도를 보자 호감이 일어 육청에게 자신을 따라 삼앙봉에 한번 머무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무이산에는 불도(佛道) 양가의 수행자가 적지 않으며 모두 명장같이 무이산에 초가를 짓고 혼자 수행하고 있으며 그중에는 고인이 많으니 가서 뵙고 견식을 넓히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니겠냐고 하였다. 육청은 크게 기뻐하며 바로 가겠다고 했다.
두 사람이 성촌(星村)에서 기차를 내려 산간의 작은 길에 들어서니 이내 일부 도관이나 암자로 연결되는 출가인들이 다니는 길이 나왔다. 처음에는 인적이 좀 있고 일부 작은 사찰도 있어서 좀 어수선했지만 안으로 갈수록 점점 편벽해져서 나중에는 아무 종적도 없는 산속이었다. 매우 적막한 가운데 오직 까치만 놀라 날며 짐승들도 자취를 숨겼다. 명장이 웃으면서 두렵지 않으냐고 묻자 육청은 “괜찮습니다. 수도인은 수행을 위해 생사도 버릴 수 있는데 무엇이 두렵겠습니까?”라고 대답했다.
저녁 무렵 안개가 가득 끼었을 때 육청과 명장은 뒷산을 통해 마침내 무이산의 주봉인 삼앙봉에 올랐다. 삼앙봉 위에는 암석 동굴이 있었는데 그 안에는 돌 부엌, 돌침대, 돌걸상, 밥솥, 그릇, 바가지 등 일체가 다 갖춰져 있었다.
명장은 동굴 안의 기물을 정리하는 한편 육청에게 이곳을 소개했다. 이곳은 도가 백옥섬(白玉蟾) 진인이 수도하여 비승한 곳이라 매우 길상한데 통하는 길이 단 두 개밖에 없다. 하나는 육청, 명장이 걸어온 뒷산의 길이며 다른 하나는 아래 도원동(桃源洞) 관광지 안에 있는 작은 길로 갈 수 있다. 무이산은 지금 비록 관광지로 개발 중이지만 주봉은 높고 험준해 산길을 찾기 어렵다. 아직은 이곳이 개발되지 않아 일반 여행객은 올 수 없으며 이곳에 오는 사람은 대부분 진정으로 도를 찾는 사람들인데 이곳 동굴을 보고 애석해하며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여기까지 말하자 명장은 탄식하며 지금 초가를 짓고 수행하기가 더욱 더 어려워졌으며, 도처에 관광용으로 개발되어 조용히 수련하기에 좋은 곳이 다 엉망이 되었다고 했다.
아직 밝을 때를 이용해 명장, 육청 두 사람은 급히 불을 피우고 산 아래서 사온 국수와 채소를 솥에 넣고 끓여 잘 먹었다. 마지막 석양이 서쪽 하늘가에 한줄기 비칠 때 두 사람은 만찬을 끝냈다.
이때는 바로 음력 9월 17일이었다. 두 사람은 각자의 수련 체험을 나누었는데, 이야기하다 보니 밝은 달이 동방 하늘가에서 서서히 떠오르더니 점점 높이 올라 옥과 같이 밝게 빛나 무이산 봉우리를 비추었다. 산 계곡에는 운무가 피어오르더니 점점 모여 바다처럼 이루어 이내 그 유명한 “무이운해(武夷雲海)”가 되었다. 구름바다에 수많은 파도가 흐르는 것이 보이고 산봉우리가 보였다 사라졌다 했다. 높은 하늘은 짙은 남색으로 씻은 듯이 보였고, 달은 얼음같이 차갑고 뭇별들은 반짝거렸다.
아래로는 구름을 내려다보고 위로는 별이 쏟아지는 삼앙봉에서 도를 논하는 두 사람은 신화속의 선인처럼, 마치선경에 임한 것 같았다. 무이동천은 선가의 복지(福地)이며 이 경치는 천상에만 있는 것으로 인간세상에서는 보기 힘들다.
육청은 인간세계의 절경을 보고 마음이 확 틔어서 찬탄해마지 않았다. 이 절경은 이런 험준한 곳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이 말은 빈말이 아니다. 무이산의 여러 봉우리 중 무이산의 정상인 삼앙봉에서만 이런 인간 선경의 전모를 볼 수 있었다.
점점 밤이 깊어져 두 사람은 대화를 마치고 동굴 속의 침상에 돌아와 잠이 들었다. 돌 침상에는 이미 짚 담요가 깔려있고 그 위에 솜이불로 덮었는데 이불이 작아 침상 하나만 덮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옷을 입은 채 같은 솜이불을 가까스로 덮었는데 육청은 습관이 안 되어 오랫동안 잠이 들지 못했다.
한 밤에 되자 명장은 몸을 일으켜 동굴을 나와 동굴 앞에 공지에 담요를 깔고 가부좌하여 좌선하기 시작했다. 육청이 시계를 보니 새벽 3시여서 이는 명장이 선정(禪定)하는 일과임을 알았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요구에 따르면 출가인은 편한 잠을 탐할 수 없으며 새벽에 좌선해야 했다. 육청은 마음속으로 명장은 진정한 수행인이라고 찬탄했다.
육청은 동굴에서 뒤척거리며 잠을 자지 못했기 때문에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상에서 내려 가볍게 동굴 밖으로 걸어 나와 명장이 가부좌하는 자세가 자기와 같은지 보려고 하였다. 가서 한번 보자 앉기도 전에 육청은 혼비백산했다.
문득 보니 명장의 몸 뒤에는 쟁반만큼 굵은 한 마리 흰 구렁이가 또아리를 틀고 있는데 온 몸의 비늘이 달빛아래 찬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그 뱀의 머리는 삼각형으로 이마에는 주홍색의 점이 있으며 붉은 빛이 비치고 있었다. 그 뱀이 공중의 달을 향해 혀를 날름거렸는데 달의 정화를 채집하고 있는 것이었다.
육청은 발에 힘이 빠져 도무지 반보도 움직일 수 없었고 단지 식은 땀만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뱀은 마치 어떤 사람이 엿보는 것을 눈치챘는지 머리를 돌리다가 즉시 동굴 가에 있는 육청을 보았다. 싸늘한 눈빛이 번쩍하더니 즉시 공중으로 날아올라 육청을 향해 돌진했다. 육청은 혼비백산 했으나 도무지 발을 뗄 수 없었고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눈을 빤히 뜨고 그 뱀이 달려드는 것을 보며 마음속으로 이 목숨이 다했구나 하고 생각할 뿐이었다. 정황이 급해지자 머릿속에서 본능적으로 크게 소리쳤다.
“사부님 구해주세요!” 사실 사부가 누군지 육청도 알지 못했지만 평소 그의 마음속에는 매우 뿌리 깊은 생각이 있었다. 그것은 그에게 반드시 사부가 있다고 느낀 것이었으며 어느 날 육청은 자기의 숙명적인 사부를 찾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긴박한 정황 하에 육청의 입 밖에 튀어나온 말이 바로 “사부님” 이었으니 육청이 평소 사부를 찾는 마음이 얼마나 강렬했는지 알 수 있다.
그러자 그 큰 뱀이 육청에게 삼장 정도 가까워졌을 때 갑자기 무엇에 가로막힌 것처럼 단번에 원래 위치로 튕겨나갔다. 이렇게 세 번을 돌진했으나 세 번 다 가로막혀 튕겨나갔다. 뱀은 도무지 육청의 삼장 범위까지 가까이 오지 못했다.
그 뱀은 달빛 아래 공지에서 몸을 반쯤 일으켜 세웠었는데 높이는 사람 높이만 했으며 머리를 들어 육청을 향해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으나 의외로 무척 두려워하는 눈빛이었다. 원래는 육청의 범속한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뱀이 돌진하는 그 순간 육청의 왼쪽 가슴에서 하나의 회전하는 빛줄기가 별안간 날아가는데 작은 법륜(法輪)이 나타났고 그 법륜은 급속히 회전하며 육청의 머리 위에서 한 장 크기의 큰 법륜으로 커지더니 즉각 하나의 보호막을 펼쳤고 한 갈래 흰빛이 육청 삼장 범위 내에 갓을 쳐서 그 뱀이 갓에 부딪쳐 튕겨져 나갔던 것이다. 그 뱀은 육청에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뱀은 짐승 중 가장 차고 냉담하고 무정하며 불쾌한 종류여서 몇 차례 시도해도 성과가 없자 부끄러움에 분노하여 입에서 한 줄기 파란 독화를 내뿜으며 재차 전력을 다해 갓을 향해 충돌하였으나 흰 빛의 갓은 부딪쳐도 미미하게 흔들릴 뿐이었다.
문득 보니 육청의 머리에서 돌고 있는 법륜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한줄기 붉은 빛이 날아가 정확히 그 뱀의 머리를 때렸다. 뱀은 중상을 입고 땅에 넘어져 나뒹굴어 일어나지 못했는데 점점 작아지더니 마침내 한 마리 젓가락 만한 작은 뱀으로 변했으며 명장의 신체 안으로 들어가 즉시 보이지 않았다.
육청은 한참 후 정신이 돌아왔으며 몸이 따뜻해지고 손발도 점점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가슴은 아직도 쿵쾅거리며 뛰기를 멈추지 않았다.
육청은 그 뱀이 몇차례 자기에게 돌진하였으나 튕겨나갔고 마침내는 중상을 입고 그 큰 뱀이 마침내는 작은 뱀으로 변하여 명장의 몸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육청은 의아했다. 그러나 머릿속에서 순간 무수한 신화소설과 민간에 유전하는 이야기가 기억났다. 알고 보니 신화전설은 모두 사실이구나! 정말 이런 요괴가 존재하는구나! 설마 이 명장이 뜻밖에 그 뱀이 수련 성취한 사람의 모양이란 말인가?
여명의 밤은 매우 길었고 육청은 다시는 감히 잠을 이루지 못했으며 놀라 긴장한 채로 동굴 앞에 가부좌하고 있는 명장을 주시하였다.
날이 밝아 떠오르는 햇빛이 동방에 비칠 때 명장은 마침내 선정에서 깨어나 가부좌를 풀고 몸을 일으켰다. 육청은 앞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공손하게 물었다. “명장 스님 오늘 선정 중 무슨 이상한 것을 느끼지 못했습니까?” 명장은 온 얼굴에 피곤한 모습을 띄더니 말했다. “오늘은 뭔가 좀 이상했습니다. 평소에는 좌선할 때 매우 정신이 또렷했는데 오늘은 매우 피로하여 마치 원기를 크게 상한 것 같습니다. 아마 아미산에서 돌아올 때 좀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육청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명장은 돌연 경각하며 물었다. “육 거사 어제 무엇을 보았나요?” 육청은 감히 말을 하지 못했고 아니라고 하지도 못하고 얼버무리며 대충 본대로 말을 했다.
명장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육청을 살펴보더니 말했다. “무이산은 동남에 있어 산에 비록 호랑이나 늑대 등 큰 짐승은 없지만 오히려 뱀 종류가 많으니 만약 이런 것을 보더라도 놀라지 마시오.” 육청은 끄덕였다.
삼앙봉 위의 아침식사는 간단했다. 불을 지펴 국수를 익혀 아침을 먹은 후 어제처럼 두 사람은 상의하였다. 원래 명장은 육청을 데리고 뒷산으로 가서 수도하는 사람의 초가집을 한바퀴 돌아보려고 했으나 육청은 일이 있다고 하며 먼저 하산하려고 했다. 명장도 정신이 시들고 생기를 잃었기에 역시 만류하지 않았고 누창에게 지난번에 왔던 산 아래 복숭아밭으로 가는 길을 가르쳐 주어 육청이 무이산의 이곳으로 다시 오려고 할 때 찾을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면 천리 멀리 무이산에 뛰어온 것이 헛수고가 되지 않은 것이었다.
육청은 명장에게 200위안을 공양하며 명장의 수행을 돕는 약간의 성의로 받으라고 했으나 명장도 사양하지 않았다. 출가인은 원래 생활의 수입이 없어 거사나 속인의 공양에 의지해야 했다. 육청은 말을 공경하게 하였기에 명장에게 매우 좋은 인상을 남겨 피차간에 수련과 공양의 인연을 맺었으며 명장과 육청은 모두 매우 즐거웠다.
육청은 200위안을 명장의 손에 쥐어주며 말했다. “명장 스님께선 빨리 수련하여 정과를 얻기 바라며 고난에 빠진 중생을 구도하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오늘 삼앙봉에서 하룻밤 같이 보낸 기연을 잊지 마시고 만약에 어느 날 득도하면 저를 제도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명장은 돈을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예를 베풀었다. 그는 매우 간절하게 말했다. “육거사는 대지(大智)대용(大勇)하고 지혜가 바다처럼 넓으니 언젠가 정법을 얻으면 무상(無上)의 정각(正覺)을 이룰 것입니다. 그때는 어렵게 만난 삼앙봉의 명장을 꼭 잊지 말고 명장을 이 속세의 고해에서 구도해주기 바랍니다.” 말을 마치자 명장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육청은 눈언저리가 뜨거워지며 머리를 끄덕여 응낙했다. 이 찰나 육청은 돌연 명장의 고통이 매우 심각하며 명장이 청구가 간절하다는 것을 느꼈다
육청은 삼앙봉 백옥섬의 동굴을 내려와 작을 길을 따라 도원동(桃源洞)에 도착했을 때 머리를 돌려 명장에게 손을 흔들어 고별하였다. 명장도 손을 흔들어 작별을 표시하였다. 두 사람은 사람이 바다 같이 많은 사람들 중에 연분이 아득하여 삼앙봉에서 한번 헤어지면 차후에 상봉하기가 매우 어려움을 잘 알고 있었다. 명장의 마음은 돌연 슬펐다. 삼앙봉에서 육청과 일단락의 교류는 수면 위에 일어난 파도처럼 물보라처럼 눈깜짝 할 사이에 종적도 보이지 않았고 명장은 또 적막하고 만장한 수도의 생애로 돌아가야 했다.
육청은 삼앙봉 아래에 도착하였는데 이곳은 무이산에서도 경치 좋기로 유명한 도원동이었다. 도원동은 도관이 매우 깊이 있고 석벽이 높아 계곡이 가로지르며 초목이 푸르렀다. 인간에서는 이미 10월이 되어 가을색이 찬연하지만 도원동은 여전히 푸르렀다. 하지만 육청의 마음은 차분했다. 무심히 경치를 보며 걸으니 경내에 소무(邵武)로 떠나는 차량이 가로막았다. 그는 소무로 가는 차에 앉아 타고 자신의 누추한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무이산의 아름다운 풍광이 양쪽에서 나는 듯이 지나가는데 육청은 오히려 어제 삼앙봉에서 혼난 한 막과 오늘 명장이 눈물을 글썽이며 이별한 정경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육청은 은은히 느꼈다. 명장이 그 큰 뱀의 일을 알 텐데 왜 그가 그것을 쫓아버리지 않았는지, 혹은 빠져나오지 않았는지 하고 생각했다. 막 사색하고 있는데 한 가닥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슬픔이 어디에선가 흘러나와 돌연 육청의 가슴 전체에 퍼지더니 눈물이 쏟아져 내리면서 무이산의 다정한 풍경 속에 흩어졌다.
일년 후 육청이 대법을 얻었을 때 명장과 약속한 연고가 있어 다시 무이산 삼앙봉에 올라 명장에게 대법을 전하고 그가 대법을 수련하도록 권하며 백사 부체의 일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명장은 믿지 않았고 육청은 빈손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다음 해 육청은 명장을 위해 다시 삼앙봉에 올라갔는데 삼앙봉에는 이미 사람이 떠나버렸고 빈 동굴만 남아 육청에게 한바탕 허무한 슬픔만 남겼다.
산바람은 쉭쉭 불었고 육청은 하늘에 장탄식하며 인연이란, 운명이란 하고 탄식하며 두 줄기 긴 눈물만 흘러내렸다.
발표시간:2007년 3월 24일
정견문장 : http://zhengjian.org/zj/articles/2007/3/24/4292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