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소로
【정견뉴스】
사진: 2016년에 관측된 세 개의 초신성(작은 원 안)과 2019년 사라진 초신성. 네 번째 초신성 이미지는 왼쪽 위에 있는 작은 원 안에 나타날 것으로 예측된다./Credit: IMAGE PROCESSING: Joseph DePasquale (STScI))
천상(天象) 변화란 예측하기 어렵다. 천문학자들은 현재 태양계 내부에서 일부 관측과 계산을 통해 소수 천체(天體)의 운행법칙만을 예측할 수 있을 뿐이다. 예를 들면 일식이나 월식 및 일부 혜성의 궤도 등이다. 그러나 태양계를 벗어나는 순간 거의 모든 예측이 불가능해진다.
하지만 아득히 먼 우주에서 발생한 초신성(超新星) 폭발과 재등장은 과학자들이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초신성 폭발은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폭발의 하나로 거대한 별이 마지막 순간 폭발하면서 방출하는 에너지는 은하 전체의 빛과 맞먹을 정도로 밝다.
레퀴엠(Requiem)으로 불리는 이 초신성의 이미지는 2016년 허블우주망원경으로 폭발이 관측된 것이다. 그런데 다른 대부분의 초신성과 달리 이 초신성은 중력렌즈 작용을 통해 3장의 폭발사진을 보여주었다.
여기서 중력렌즈란 일반적으로 질량이 거대한 성계 또는 성계단의 중력에 의해 생겨난다. 질량이 거대한 성계단의 작용 하에서 주변 시공에 왜곡이 발생해 광선이 굴절되는 것이다. 이런 효과는 유리렌즈가 광선을 굴절시켜 멀리 떨어진 물체의 사진을 확대시키는 것과 유사하다. 중력 렌즈는 희미한 은하나 초신성의 빛을 수십 배로 증폭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멀리 떨어진 천체를 관측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도구가 되었다.
렌즈라고 표현하지만, 사실 중력 렌즈는 매끈한 렌즈가 아니라 다소 불규칙한 형태를 지닌 은하단(銀河團)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초점이 맞지 않는 것은 물론 상이 왜곡되거나 혹은 관측자에게 빛이 도달하는 시점이 다른 경우도 있다. 물론 그 차이가 아주 미세하긴 하지만 만약 100억 광년 정돌 멀리 떨어진 곳에서 오는 빛이라면 수십 년의 시간 지연을 만들어낼 수 있다. 다만 이런 미세한 차이를 계산해 정확한 관측 시점을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연구팀은 네 번째 빛이 2037년에서 수년 전후로 지구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관측하면 중력 렌즈 효과를 더 정교하게 예측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암흑 물질, 우주의 팽창 속도 연구 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2016년 관측된 3개의 레퀴엠 초신성 사진은 허블우주망원경에서 3개의 작은 점으로 표시된다. 이 둥근 점들은 밝기와 색깔이 서로 다른데 시간이 흐르면서 폭발이 3가지 서로 다른 단계를 거치며 사라진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한 천문학자가가 2037년 이 초신성의 네 번째 폭발사진이 발견될 것임을 예측했다. 비로 육안으로는 관찰할 수 없지만 망원경으로는 충분히 발견할 수 있다.
“이번 발견은 여러 차례 이미지를 만든 초신성의 세 번째 사례이며 우리는 실제적으로 빛이 도달하는 시간 차이를 측정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논문의 제1저자인 미국 사우스 캘리포니아 대학의 스티브 로드니(Steve Rodney) 교수의 설명이다.
“그것은 3개 중에서 가장 멀고 추정된 지연시간도 가장 깁니다. 우리는 2037년 무렵 마지막 폭발사진을 볼 수 있게 될 겁니다.”
중력렌즈 효과를 형성한 은하단은 MACS J0138.0-2155으로 지구에서 약 40억 광년 떨어져 있다. 레퀴엠 초신성과 숙주(宿主) 은하와의 거리를 감안하면 당시 폭발한 빛은 약 100억 년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지구에 도달할 수 있다.
“빛이 은하나 은하단처럼 질량이 아주 거대한 천체에 접근하면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에 따라 시공간의 왜곡이 발생하며 빛이 근처를 지나갈 때 시간 차이가 생길 수 있다.” 로드니 교수의 말이다.
은하는 몇 년 만에 사라질 수 없다. 따라서 이미지에 포착된 것은 은하가 아니었다. 해당 천체는 100억 광년 떨어진 것으로 이 거리에서 은하만큼 밝으면서 짧은 시간 동안 사라질 수 있는 천체는 초신성뿐이다. 물론 중력 렌즈에 포착된 초신성 자체는 드문 일이 아니지만, 이미지를 분석한 연구팀은 이 초신성의 상이 3개가 아니라 4개여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렇다면 4번째 빛은 어디로 갔을까? 연구팀은 이 빛이 좀 더 먼 경로를 돌아오고 있어 2037년에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초신성 폭발 시 나타나는 다양한 빛의 노선을 동시에 같은 기차역을 출발한 기차에 비유했다. 모든 기차는 같은 속도로 같은 목적지를 향해 달리지만 서로 다른 노선을 달리기 때문에 노선마다 거리가 서로 다르다. 서로 다른 지형을 달리는 열차는 궤도의 거리가 다르기 때문에 목적지에 도달하는 시간도 서로 달라지는 것이다.
이외에도 2037년 나타날 중력렌즈 초신성 사진은 레퀴엠 초신성의 다른 사진에 해당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빛은 직접 암흑물질의 밀도가 가장 큰 은하단 중앙을 통과하기 때문에 은하단의 거대한 질량이 빛을 휘게 해 다른 노선을 경유한 빛보다 긴 시간 차이를 만든다.
“이 빛이 마지막에 도달하는 이유는 마치 열차가 깊은 산속 계곡을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는 것과 같습니다.”
이번 중력렌즈 초신성 사진은 논문의 공동 저자인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의 가베 브래머(Gabe Brammer) 교수가 2019년 발견한 것이다. 2016년 자료에서 작고 붉은 물체가 그의 관심을 끌었는데 처음에는 아주 멀리 떨어진 은하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2019년 사진에서 이 물체가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진일보로 2016년 자료를 조사해보니 실제로는 3개의 확대된 천체가 있었고 그중 2개는 붉은 색이었고 하나는 보라색이었습니다. 이 세 천체는 모두 다른 아득히 먼 거대질량 은하의 중력렌즈에 해당합니다.”
“이번 연구가 지닌 특별한 가치는 만약 우리가 인내심을 갖고 십여 년을 더 기다릴 수 있다면 시간지연에 대한 더 정확한 측정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것은 하나의 완벽하고 독립적인 우주팽창률을 계산할 수 있는 수단이 됩니다. 미래의 진정한 가치는 보다 큰 표본으로 정밀도를 높이게 될 겁니다.”
나사의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과 같은 미래의 망원경은 어쩌면 폭발의 다른 시기에 레퀴엠 초신성에서 나온 광선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9월 13일 네이처-천문학 잡지에 발표되었다.
원문위치: http://www.zhengjian.org/node/2703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