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향(餘香)
【정견망】
우리는 학창 시절부터 이미 “겸허하면 이익을 받지만 교만하면 손실을 가져온다[謙受益 滿招損]”는 말을 들어왔다. 하지만 사람이 한평생 진정으로 겸허(謙虛)하기란 쉽지 않다. 원인의 하나는 많은 사람들이 이 구절의 내함(內涵)과 진실한 효과를 체험하지 못하기 때문에 겸허가 정말로 자신에게 좋은 것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지 않기 때문이다.
《요범사훈(了凡四訓)》이란 책에서 저자는 본인이 직접 겪은 경험을 통해 겸허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보여준다.
「나(책의 저자인 원요범)는 여러 차례 여러 선비들과 과거에 응시했는데 매번 한사(寒士 한미한 선비)가 장차 영달하려 할 때면 반드시 겸허의 빛이 드러나는 것을 보았다.
신미년(1571년)에 회시(會試)를 보러 북경에 갔을 때 우리 가선(嘉善)현에서 공부하던 열 사람이 같이 갔는데, 그중 정경우(丁敬宇)가 나이는 가장 어렸지만 오히려 가장 겸손했다.
나는 비금파(費錦坡)에게 말했다.
“이 인형(仁兄 정경우)은 올해 반드시 합격할 것입니다.”
비금파가 물었다.
“어떻게 압니까?“
내가 말했다.
“우리 열 명 중에 정경우만큼 공경을 다하고 정성스러우며 남 앞에 나서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까? 정경우만큼 정중하고 신중한 사람이 있습니까? 정경우만큼 모욕을 당해도 대꾸하지 않고 비방을 들어도 자신을 변호하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까? 한 사람이 이렇게 할 수 있다면 천지신명이 모두 그를 보호할 것이니 어찌 출세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나중에 합격자 명단을 보니 과연 정 씨가 급제했다.
정축년(1577년) 나는 북경에 있었고 풍개지(馮開之)와 함께 머물렀다. 나는 그가 어릴 때 습관을 완전히 바꿔 매우 겸허하고 장중해진 것을 발견했다. 또 다른 친구 이제암(李霽岩)은 다른 사람의 명예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직설적인 사람으로 종종 풍개지의 잘못을 비난했다. 하지만 풍개지는 늘 침착하고 편안했으며 결코 그를 나쁘게 말하지 않았다.
나는 풍개지에게 말했다.
“복(福)에는 복의 원인이 있고 재앙(禍)에는 재앙의 전조가 있네. 자네가 이렇게 겸손하고 성실하니 하늘이 반드시 자네를 도와줄 것이오. 풍형은 올해 반드시 좋은 성적을 거둘 겁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머지않아 급제했다.
산동 관현(冠縣) 출신인 조유봉(趙裕峰)은 스무 살도 채 되지 않아 거인(擧人 향시 합격자)이 되었지만 이후 과거에 여러 차례 응시했지만 급제하지 못했다. 그의 아버지는 가선현 주부가 되자 아버지를 따라왔다. 그는 가선의 명사(名士) 전명오(錢明吾) 선생을 흠모해 자신의 글을 가져가 보여주었다. 전명오가 그의 글을 보더니 한마디 칭찬도 하지 않고 아무 소용이 없다고 지워버렸다. 하지만 조유봉은 화를 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진심으로 복종하면서 자기 글을 고쳤다. 이듬해 마침내 진사에 급제했다. 이것이 바로 겸허가 사람을 진보하게 한 것이다.
임진년(1592년)에 내가 황제를 알현하러 북경에 가서 하건소(夏建所) 선생을 만났는데, 그는 아주 겸손하고 온화한 빛을 발산했다.
나는 친구에게 말했다.
“무릇 하늘이 어떤 이를 높이 들어 성공시키려 하시면 아직 그 복을 드러내시기 전에 먼저 그의 지혜를 드러냅니다. 이 지혜가 일단 열리면 성급한 사람이 차분하게 변하고, 방자하던 사람이 자신을 단속하게 됩니다. 하건소가 이렇게 온화하고 선량하며 공경한 것을 보면 이는 하늘이 그를 열어주신 것이 틀림없습니다.”
나중에 명단이 발표된 후에 보니 하건소가 정말 급제했다.」
이런 일들을 통해 보다시피 머리 석 자 위에는 반드시 신명(神明)이 계신다. 길하고 상서로운 곳으로 나아가거나 흉험(凶險)을 피하거나 모두 자신에게 달려 있다. 만약 선념(善念)을 품고 자신을 엄격히 다스리며 천지신명을 공경하고 다른 사람에게 겸허한 태도를 지닌다면 귀신도 늘 우리를 돌봐주니 우리가 복택(福澤)의 기초를 받은 것이다. 반대로 남을 핍박하는 그런 사람들은 틀림없이 큰 그릇이 되기 힘들며 설사 성공한다 해도 생활의 즐거움이나 아름다움을 누리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식견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흉금이 좁아 자신의 복택을 가로막지 않을 것이다. 또한 겸허한 사람은 남의 가르침을 받을 기회 역시 많아서 이를 통해 무궁한 이익을 얻는다. 이는 실로 수행자에게 꼭 필요한 자질이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15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