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귀(緣歸)
【정견망】
사람들은 흔히 “평이하고 담담한 것만이 진짜다[平平淡淡才是真]”라고 말하는데, 정말로 그런가?
《채근담 개론(槪論)》에 “진하고 기름지고 맵고 단 것은 진정한 맛이 아니며 진정한 맛은 오직 담담하다.”라는 구절이 있다. 우리가 평소 좋아하는 훠궈나 마라탕, 간식들은 대부분 맛이 아주 무겁다. 즉 아주 맵거나 달거나 짜다. 많은 식재료는 그 자체가 비리거나 쓴 맛과 같은 특이한 맛이 있다. 이런 특이한 맛을 숨기려면 오직 다른 맛으로 덮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진한 맛이 나오는 원인이다.
진한 맛을 사용하지 않고도 좋은 맛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이야말로 대단한 것이다. 또 일반인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실 많은 고전음식들에 흔히 이러한 요소가 포함되어 있는데, 진한 맛을 일시적으로 즐길 순 있어도 오래 지속 할 수는 없다. 때문에 우리가 즐겨 먹는 간단한 음식은 흔히 담담한 맛에 공을 들인다.
마라 훠궈는 먹기에 맛은 좋지만 많이 먹으면 화가 쉽게 올라온다. 반대로, 평소 먹는 소박하고 담담한 음식은 음식 고유의 맛에 가까워 사람들이 더 오랫동안 누릴 수 있어서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진하고 기름지고 맵고 단 맛이 없으니 음식 고유의 맛이 우러나기 때문인데 특히 밥이 그렇다.
우리가 친구를 사귈 때도 이와 같지 않은가? 당신에게 아주 잘 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당신에게서 무언 가를 구하는 사람들이다. 잠깐동안 “형님 누님”하면서 달콤하게 대하다가도 일단 쓸모가 없어지면 아주 냉담해진다. 반대로 평소 늘 보는 부모, 부부, 동료 등은 더 오랫동안 친근할 수 있다.
만사에 너무 마음을 두지 말아야 하는데 평이하고 담담함 속에 비로소 삶의 본질이 있다. 사실 우리 생활 속의 고인(古人), 은사(隱士)는 바로 이런 상태 속에 있다.
만 가지 맛 중에서 진정한 맛은 오직 담담함 뿐이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2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