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덕부 (李德孚)
이 환자는 이미 죽었지만 그의 목소리와 모습 그리고 나와 나누었던 대화는 자주 기억 속에 떠오르곤 한다 ……
그가 진료소에 병을 보러 왔을 때, 이미 너무 늦은 상태였었다. 그의 암(癌)은 재발하여 이미 온몸 각 곳으로 전이되었다. 병원에서는 남은 생존기간이 2주 내지 4주라고 하면서 퇴원을 시켰고 그에게 하고 싶은 일이나 교대할 일이 있으면 빨리 하고 그렇지 않으면 시간이 부족할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가 나에게 치료하러 온 후에 6개월이나 더 살아서 보험회사에서 놀랄 정도였다. 6개월 동안에 우리는 서로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는데 아래는 그의 사연이다.
“저는 보잉사에서 퇴직한 후, 따로 회사를 꾸려 비행기 대여업을 했습니다. 우리 회사는 처음에 한두 대로 시작하여 나중에는 48대의 비행기를 가진 업체로 발전하였고 세계 각 곳의 상업용과 민간항공회사에 빌려 주었습니다. 제가 번 돈은 컴퓨터로 계산할 정도로 많았지요.
지난 몇 년간 저의 생활은 아주 고생스러웠는데 심지어 추수감사절이나 성탄절에도 대부분 비행기에서 지내야 했습니다. 식구들의 생일 모임에는 한번도 참가해본 적이 없었고, 단지 거액의 수표를 선물로 주었을 뿐입니다. 이 때문에 지금은 제가 병이 들었다는 소식을 들어도 식구들은 이웃이나 동료들에게 병이 생긴 것처럼 생각하며, 약간 동정은 하지만 마음은 움직이지 않으며, 마치 자신들과는 별로 관계없는 일처럼 여긴답니다.
어떨 때 저는 거리에서 동냥하는 거지가 행복하고 건강하여 고통 없이 사는 것을 보는데, 정말로 부럽습니다.
또 선생님같이 이런 지혜가 충만한 직업을 가지고 환자들을 위해 고통을 제거하는 것이 부러울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있어 재산은 하나의 풍자(諷刺)와 같고 운명은 마치 농담을 하는 듯 하며, 저는 못난이 마냥 인생의 무대 위에서 마음껏 추태를 보이고 있는데, 무대 아래에서는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고 박수를 쳐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저는 제가 가정에 행복을 가져다주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은 결코 행복하지 않습니다. 저희 아들은 생일 소원이 아버지가 돌아오는 것이라고 했었지요. 가족에게 필요한 것은 저라는 사람이었지, 수표가 아니었던 겁니다. 당시에 저는 이 말을 듣고 나서 가족들이 어리석다고 느꼈습니다.
집사람이 병에 걸렸을 때도, 저는 해외에 있었죠. …… 현재 저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답니다. 왜냐하면 이미 저는 돈으로 그들을 아주 멀고 생소한 곳으로 보내버렸고 다시는 돌아 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현재 제가 가족들을 필요로 할 때면, 그들도 제가 했던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저를 대하고 있는데 바로 수표를 써준답니다. 그나마 그것도 제가 번 돈인데 말이죠.……”
그는 떠났다. 많은 아쉬움과, 이미 깨져버린 가정, 그리고 우리들로 하여금 깊이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를 남긴 채 그는 떠났다.
사람들은 흔히 임종 때가 되어서야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큰 잘못을 저지른 후에야 고치려 하며, 병이 불치 상태가 된 후에야 의사를 찾는다. 그러나 그 때에는 천진(天眞)은 이미 흩어져버리고 다시 따라 잡을 수 없는데도 말이다.
문장발표: 2002년 12월 29일
문장분류: 인체생명우주>전통중의
원문위치: http://search.zhengjian.org/zj/articles/2002/12/29/1977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