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회 이야기 5】:고산유수(高山流水)
글:소련(小蓮)
【정견망 2005년 9월 19일】
○ 머리말
나 자신이 인류역사상 겪은 경력을 돌이켜 보면 어느 한 차례 매우 즉흥적이고 낭만에 넘쳤으며 더구나 이번 전생(轉生)은 금생에 내 수련에 매우 큰 도움을 준 두 동수와 관련이 있다. 때문에 특별히 이때 있었던 사건을 써내게 되었다. 우리들이 어떠한 시기에도 얻기 어려운 동수 사이의 연분을 소중히 여길 수 있기를 바란다!
전해지는 말에 따르면 위진남북조시대는 삼국시대의 영웅인물들이 모두 사라진 후 역사상 일찍이 웅장하고 비장한 일화들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점점 사라져 갔다. 이렇게 후(後)영웅시대라고 불리는 이 시기에 후세에 아름다운 명성을 남긴 “죽림7현”이 나타났으며 그들은 중국 문화사에 거대한 영향을 남겼다. 당시에는 정권 교체가 매우 빈번했기 때문에 많은 독서인들이 재앙을 피해 산속으로 들어갔다. 당시에 나는 그래도 학문이 높다고 할 수 있었으며 나이는 23~24세 정도되었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재앙을 피하기 위해 삼협(三峽) 부근에서 주유하며 있었으며 손에는 늘 짧은 피리[短笛]를 가지고 다녔다.
삼협의 험준하고 우뚝 솟은 모양은 나로 하여금 돌아가는 것도 잊게 했다. 한번은 배에 앉아 백제성(白帝城)을 지나게 되었는데 발아래에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감개가 무량했다. 나중에 당대(唐代)의 이태백은 여기에서 천고의 명구절을 남겼다.
早發白帝城(조발백제성) 아침일찍 백제성을 떠나며 이백(李白)
朝辭白帝彩雲間(조사백제채운간) 이른 아침 동트기 전 백제성을 출발하여
千里江陵一日還(천리강릉일일환) 천리 길 강릉을 하루 만에 돌아왔다.
兩岸猿聲啼不住(양안원성제불주) 강 양옆 잔나비소리 그칠 줄 모르고
輕舟已過萬重山(경주이과만중산) 가볍고 재빠른 배 만 겹산을 지나도다!
감개하여 연상하다가 갑자기 또 유비가 “백제성에서 자식을 부탁한” 일(역주: 삼국시대 촉나라의 유비가 아우인 관우의 원수를 갚으려다 전쟁에서 크게 패한 후 이곳에서 제갈공명에게 자신의 아들 유선을 부탁한 것을 말한다)이 생각났다. 역사와 현실이 부딪치면서 나의 머릿속에는 이미 아무것도 용납할 수 없었고 자신의 지금 처지를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중에 나는 또 부근에 있는 산에 놀러갔는데 겪은 일들은 모두 매우 신기한 일들이었다. 예를 들면 길을 찾지 못하면 우연히 노인이나 아이들을 만났는데 그들이 내게 길을 알려주었으며 날이 어두워 길을 잃고 잠이 들어버렸는데 잠에서 깨보면 자신이 매우 넓은 길에 서있는 것을 보게되었다. 때로는 답답한 가슴을 달래려고 피리를 몇 곡 불렀다. 모든 것을 잊고 피리를 불 때는 늘 새들과 아름다운 나비들이 내 주위를 감싸고 있었으며 때로는 사슴, 영양 같은 야생동물들이 뛰어와 조용히 피리소리를 듣고 있었다. 특히 그 사슴은 맑은 눈을 깜박이는 것이 마치 피리소리를 알아듣는 것만 같았다…….
한번은 예전처럼 서쪽 비탈진 언덕에서 혼자 거닐고 있었는데 정오가 지나서 뜻하지 않게 갑자기 큰 비가 쏟아졌다. 나는 이름 모를 은사(隱士)가 남긴 초가집을 만났다. 잠시 후 빗줄기가 많이 줄어들었다. 나는 속으로 이 황폐한 산에서 비가 내리는 경치나 감상하자고 생각했다! 산도 희미하고, 나무도 희미하고, 하늘도 희미하고, 땅도 희미한데 가슴속에는 시흥(詩興)이 벅차올랐다. 위대한 자연 앞에서 사람이란 정말로 보잘 것 없는 가련한 존재로 여겨졌다.
날이 점점 어두워가고 바람도 누그려져 가는데 갑자기 거문고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정말로 속세를 초탈한 뛰어난 것으로 심금을 울렸으며 때로는 은은하게 구성지다가도 때로는 낮은 소리로 무겁게 들려오는데 잠깐 멈추거나 질서가 바뀌는 것이 시원시원하고 대범하여 마치 아름다운 천음(天音)이 하늘에서 내려오고, 청아한 곡조가 황사를 쓸어버리는 것 같았다. 듣고 난 후에는 속세의 끝없는 괴로운 일과 걱정들이 모두 없어지는 감을 느꼈다.
“하늘이 나의 적막을 보시고, 일부러 이 곡을 내려 보내셨단 말인가?”라고 생각하다가 나도 모르게 손에 든 피리를 가져다 그 아름다운 거문고 소리에 호응했다. 조금 지나자 그 거문고 소리는 마치 지음(知音)의 존재를 느낀 것처럼 더 마음을 써서 연주했으며 소리도 더욱 은은하게 들려왔다. 나도 이에 뒤질세라 평생에 가장 순수한 경지로 호응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초가집에서 나왔으며 밖에는 아직까지 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온 정신을 집중하여 피리를 불었다.
잠시 후 거문고 소리가 이미 멎은 것을 발견하였다. 나는 갑자기 무었을 잃은 것 같은 슬픔을 느꼈다. 막 몸을 돌려 초가집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순간 말소리가 들려왔다.
“소매(小妹) 들어와! 밖에는 사람이 없으니 틀림없이 신(神)이 피리를 불었을 거야”
“이곳에 사람이 있었구나. 금방 그 거문고 소리는 저 남자가 연주한 것이 틀림없어. 나가서 만나봐야 겠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재빨리 밖으로 나갔다.
그 여동생의 소리가 들려왔다.
“심산에 은거하여 한가로이 거문고를 타는데
거문고 소리 멀리 퍼져 지음을 찾았네
오늘 우연히 피리소리 들으니
언제나 그대를 만나 마음을 표현하리!
深山隱居閑撫琴,
琴聲渺遠覓知音,
今朝偶遇笛聲臨,
何能見君表知心”
이 말을 듣고 나서 나는 즉시 응했다.
“구름처럼 떠돌다 비를 만나 초가집에 들어섰는데
홀연히 들리는 거문고 소리에 밖으로 나왔네
피리를 들고 응답하니
천애의 지기와 함께 수승함을 누리네.
雲游遇雨避茅屋,
忽聞琴聲雨中出,
拿起短笛來應和,
天涯知己共賞殊!
“어느 곳의 성현(聖賢)께서 누추한 곳에 왕림하셨는지 누이야, 우리 함께 나가 이 천애지기를 맞이하자꾸나!”
내가 앞으로 몇 발자국 더 나가 보니 한 채의 훌륭한 집과 큰 정원이 보였다. 울타리 문 옆에 한 쌍의 남녀가 서 있었는데 남자는 30세, 여자는 27~28세 정도였다. 옷차림으로 보아 꽤 여유있는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앞으로 다가서면서 두 손을 모아 쥐고 인사를 했다.
“대형께서 이곳에 계시는 줄도 모르고 제가 방금 무례한 짓을 했으니 널리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천만에 무슨 말씀이십니까, 어서 안으로 들어오세요!”
들어가서 주객이 좌석을 정하자 우리는 각자의 경력을 말하기 시작했다.
원래 이 두 사람은 하동(河東) 태수의 자녀들인데 끊임없는 정권교체 중에 부모님이 피살되자 두 오누이가 집에 있던 일부 값진 물건들을 수습해 돌아다니던 끝에 이곳에서 잠시 머물게 되었다. 날마다 거문고를 타면서 나날을 보내다가 오늘 뜻밖에 나를 만나게 된 것이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누이동생이 한마디 던졌다.
“오빠는 어릴 때 늘 나를 때렸어요”
“누가 너더러 그렇게 심하게 장난치라고 했어, 친구가 오기 바쁘게 고자질부터 하는 구나. 모르는 사람이 보면 내가 너를 어쨌는가 하겠다?! 내 여동생은 어려서 장난이 매우 심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크면서부터 말수가 적어졌어요. 하동에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신랑감을 소개했지만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정말이지 내 누이동생으로 손색이 없어요. 생각해 보세요. 인간세상이 무슨 재미가 있는지? 투쟁 아니면 음모이고 환락이 지나가고 나면 또 텅 빈 것이 아닌가요? 아예 우리가 여기서 거문고나 타고 글이나 쓰면서 이런 무인 지대에서 한생을 보내게 되면 여유작작하고 얼마나 자유로워요. 오늘 또 형제를 만났으니 더더군다나 적막감이 없을 겁니다. 형제여, 이곳에 남아 우리와 함께 속세의 아름다운 경치와 선악(仙樂)을 같이 즐기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여기에 남으세요!” 여동생도 옆에서 오빠를 거들었다.
그리하여 나는 거기에 남게 되었으며 세차게 흐르는 장강(長江) 강가, 구름이 폭포를 꿰뚫고 지나가는 곳에서 신선과도 같이 한가한 나날을 보냈다…….
○ 후기
지금까지 다섯 편에 기록된 내용들은 모두 금생의 나에게 매우 큰 영향을 주었다. 예를 들면 법을 얻게 된 연분, 이번 생의 성격 및 심지어 여러 방면에서 집착하고 있는 것들을 포함한다. 여기에 쓴 것들은 모두 나 자신이 직접 겪은 일들이기에 매번 붓을 들어 쓰기 시작할 때마다 모두 눈물을 흘리면서 썼으며 전심전력을 다 해 마음으로 썼는데, 심지어 내 생명의 본원에서 쓴 것이다. 그럼에도 잘 쓰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여러분들의 양해를 구한다.
문장발표:2005년 9월 19일
문장분류 : 【생명탐구】
원문위치 :
http://zhengjian.org/zj/articles/2005/9/19/3389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