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섬(纖纖)
【정견망】
우리는 흔히 꿈을 꾸는데 꿈에서 깬 후에야 현실 속으로 되돌아온다. 하지만 깨어났어도 여전히 꿈속에 있음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당조(唐朝) 조과(鳥窠) 선사의 시 《무제(無題)》는 인생이란 무상(無常)해서 꿈과 같고 허깨비와 같다는 깨달음을 잘 보여준다.
자취 없이 왔다 자취 없이 가나니
가고 옴은 같은 일이네
부초 같은 인생사 무엇 하려 묻는가
이 인생이 그저 꿈속인 것을
來時無跡去無蹤
去與來時事一同
何須更問浮生事
只此浮生是夢中
“자취 없이 왔다 자취 없이 가나니” 인생이란 오고 감이 바람과 같아서 올 때는 어디서 왔는지 모르고 갈 때는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이 구절은 생명 과정의 신비와 알 수 없음을 강조하는데 마치 불가의 공(空)이나 무아(無我)와 비슷하다.
“가고 옴은 같은 일이네” 갈 때와 올 때는 사실 무슨 차이가 없고, 모두 동일한 부평 같은 인생일 뿐이다. 여기서는 모든 것은 다 눈앞에 흘러가는 구름이나 안개와 같아 오고 감에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강조했다. 또는 ‘도(道)’나 ‘진여(眞如)’의 관점에서 보자면 오고 감은 대립이 아니라 동일한 것의 유전(流傳)이다.
“부초 같은 인생사 무엇 하려 묻는가” 기왕에 부초 같은 인생이 공허하다면 무엇하러 그속의 득실이나 영욕 희비에 집착하는가? 말투가 담담하면서도 권고와 위로의 뜻이 담겨 있다.
“이 인생이 그저 꿈속인 것을” 인생은 꿈과 같고 부초 같은 인생은 허깨비와 같다. 소식(蘇軾 소동파)은 “인생이란 꿈과 같으니 물 속의 달에게 한 잔 술을 올리네[人生如夢,一尊還酹江月]”는 일종 초연한 물외(物外)의 철리를 보여준다.
시를 다 읽으면 조과 선사는 이미 생사를 간파해 부초 같은 인생을 통찰해, 일종 초탈하고 자재(自在)한 경지에 도달했음을 느낄 수 있다.
[역주: 조과 도림(鳥窠道林 741년—824년)선사는 중당 시기 선승으로 항주 일대에서 활약했고 백거이와의 인연으로 유명하다.]
원문위치: https://zhengjian.org/node/297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