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해(星海)
【정견망】
친척이 밤 열 근을 보내왔는데, 보관하기 어려워 껍질을 벗겨 냉장고에 보관하려 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밤을 끓는 물에 살짝 데친 후 껍질을 벗기면 된다.
삶기 전에 가장 중요한 공정은 틈을 내는 것이다.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십자 모양으로 칼집을 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쪽 끝을 자르는 것이다. 십자 모양으로 칼집 내는 것은 흔한 방법이고, 밤 한쪽 끝을 자르는 것은 밤 꼬리 부분을 조금 잘라내 속살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삶은 후 껍질을 쉽게 분리할 수 있다.
밤 한쪽 끝을 자르는 것은 꽤 어려운 작업이다. 어떤 밤은 아주 단단하고, 어떤 밤은 둥글어서 고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부드러움으로 강한 것을 이기는 원리를 생각해, 자를 때 먼저 가능한 한 균형점을 찾아 밤이 흔들리지 않게 했다. 그런 다음 칼을 댈 때는 마치 태극의 부드럽고 느린 원처럼, 칼이 밤의 각도에 따라 움직이게 한다. 밤의 질감이나 위치가 변하면 칼의 방향도 따라서 바꾼다. 이렇게 하면 안전하면서도 힘을 덜 들이게 된다.
겉보기엔 매우 느리게 보이지만, 마치 다른 차원을 걷는 듯한 느낌이라 결코 느리지 않다. 10근을 다 썰어도 별로 힘들지 않았다.
이 일은 어릴 적 시골에서 일하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할아버지가 괭이로 밭을 가실 때면, 겉보기엔 매우 느리고 동작도 크게, 다소 둔해 보였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분들도 역시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이기는 법을 실천하신 것이다
나는 방금 여성은 음유(陰柔)하고, 남성은 양강(陽剛)함을 말했다. 그렇다면 남성이 부드러워지면 여성화되는 걸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밤을 자를 때 동작은 부드럽지만 칼은 강하다. 지나치게 강하면 부러지기 쉬우므로 원래 강함 속에는 부드러움이 담겨 있다. 시골 사람들이 밭을 갈 때도 마찬가지다. 동작은 부드러워 보이지만 땅을 갈 때는 매우 힘이 실려 있다.
《서유기》에 나오는 신과 부처님들을 보면, 행동과 말투는 늘 매우 부드럽지만 능력은 대단히 크다. 여래불은 웃으며 손오공을 오행산 아래에 눌러버렸다.
우리 일상도 마찬가지다. 말투는 평온하고 태도가 겸손한 이런 것들은 모두 부드러워 보인다. 하지만 일을 함에는 오히려 최선을 다해 조금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수련인에 대해 말하자면 자신의 행동을 더욱 엄격히 요구해야 하며, 사악에 대해서 연약해지거나 방종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여성은 음유하고 남성은 양강하다”는 것은 단지 개론일 뿐이다. 강함이 부드러움을 떠나면 부러지고, 부드러움이 강함을 잃으면 나약해진다. 남성에게도 부드러운 일면이 있고, 여성에게도 강한 일면이 있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896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