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섬(纖纖)
【정견망】
방위마다 각기 기(氣)가 다르고
천리마다 비바람도 달라지누나
비참하구나 해변가 백성들이여
초야(草野)에 몸을 맡기고 있구나
처자식은 금수와 진배없이
온갖 삶을 숲속 험지에 기대네
사립문은 어찌 저리 쓸쓸한가
여우 토끼가 집안을 활보하는구나
八方各異氣,千裏殊風雨。
劇哉邊海民,寄身於草野。
妻子象禽獸,行止依林阻。
柴門何蕭條,狐兔翔我宇。
고인(古人)은 늘 시를 통해 일을 서술했고, 간결한 언어로 자신이 보고 느낀 것들을 기록하곤 했다. 위진(魏晉) 시대의 시가(詩歌)는 오늘날의 언어와는 좀 다르지만, 질박(質朴)하면서도 깊이가 있어 고유한 풍격이 있다.
“방위마다 각기 기가 다르고
천리마다 비바람도 달라지누나”
첫머리는 시인이 여행 도중 목격한 천지의 차이를 묘사한다. 사방마다 기후가 다르고 천리마다 비바람이 달라짐은 자연의 광활함과 다변성을 드러내며 낯선 땅에 도착했을 때 시인이 느낀 놀라움과 감회를 표현한 것이다.
“비참하구나 해변가 백성들이여
초야(草野)에 몸을 맡기고 있구나
처자식은 금수와 진배없이
온갖 삶을 숲속 험지에 기대네”
이 몇 구절은 환경에서 사람을 묘사하는 것으로 전환된다. 시인은 해변가에 사는 백성들이 황량한 곳에서 간고(艱苦)하게 살아가는 것을 본다. “초야(草野)에 몸을 맡긴다”는 말은 그들이 정해진 거처도 없이 들판에서 사는 것을 의미한다. “처자식은 금수와 진배없이”는 모욕하려는 표현이 아니라, 그들이 누더기를 걸치고 몸을 움직이기도 어려우며 원시에 가까운 삶을 묘사한 것이다. 조식(曹植)은 이 시구를 통해 당시 백성의 고통을 그려내 그들에 대한 깊은 연민을 표현했다.
“사립문은 어찌 저리 쓸쓸한가
여우 토끼가 집안을 활보하는구나”
이는 백성들의 가난과 고생을 더욱 잘 표현했다. “사립문”은 나뭇가지 몇 개를 겹쳐 만든 단순한 문이고, “여우 토끼가 집안을 활보하는구나”는 야생 동물들이 집 근처를 자유롭게 돌아다닌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인의 붓끝에서 “집”은 이미 황야의 일부가 되었다.
오늘날의 우리도 텔레비전이나 영상에서 오지 산골 마을의 모습을 보면 이 시에서 한 표현이 진실하고 황량함을 여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조식의 묘사는 사회 하층 백성들이 겪는 고통에 대한 진실한 관찰에서 비롯되었다.
고인의 삶을 이해하는 데 있어 확실히 시가를 읽는 것이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다. 비교적 복잡한 문언(文言)과 비교하면 시사의 언어는 간결하면서도 이미지가 생생해, 당시 사람들의 정서와 사회 상황을 더 잘 전달할 수 있다.
위진(魏晉) 시기 시문(詩文)의 문법은 비록 오늘날과는 다르지만, 질박한 운치가 있다. 이렇게 꾸밈없는 표현은 그 시대의 사회와 문화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한다. 역사적으로 매 시기의 문학은 모두 신전문화(神傳文化)의 빛나는 한 알의 진주이며, 독특한 아름다움과 지혜를 발산한다. 이것들은 단순히 우리가 감상할 가치가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학습하고 전승(傳承)할 가치가 있다.
[역주: 조식(曹植 192년~232년)은 자가 자건(子建)이고 조조의 셋째아들이다. 특히 문장에 뛰어났다. 부친인 조조 형인 조비와 함께 삼조(三曹)로 불리는데 위진시기를 대표하는 뛰어난 문인으로 손꼽힌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926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