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 계항
【정견망】
탑을 건립하기 전에 마천국의 도성인 필시성(必施城)에는 이런 동요가 출현했다.
“원숭이가 쓸개를 얻고 매가 몽둥이를 얻네.
두 보배는 서로 달라 천하의 영광이 임금님께 돌아가며 복록이 길이 이어지누나.”
사람들은 앞 두 구절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으나 곧 일어날 일이 미혹을 풀어주었다.
필시성 남쪽 백여 리 떨어진 산 위에 큰 나무가 하나 있었는데 성인 3명이 겨우 둘러 안을 수 있을 정도로 컸다. 어느 날 마른하늘에 번개가 치더니 나무 중간이 부러졌다. 그 때 마침 산 위에 사냥꾼이 몇 명 있었는데 이 장면을 보았다. 나무가 쓰러진 후 남은 나무의 중간에 황금색 방망이 같은 물건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감응(闞鷹)이란 사냥꾼이 사람들을 이끌고 나무를 둘러싸고 이것을 보다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감응이 부러진 나무에 올라가자 나무 중심에 황금색 방망이가 끼어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매우 단단하고 아름다웠다. 감응이 내려온 후 사람들과 힘을 합해 나무를 잘라내고 그 황금색 방망이를 끄집어냈다.
사람들은 이것을 보고 몹시 기뻐하며 보물을 얻은 듯이 얼른 도성으로 돌아와 국왕에게 헌납했다. 마락은 그것을 수중에 잡아보니 신체가 진동하는 것을 느꼈으며 큰 자부심과 기쁨을 느꼈으며 그것을 황금장(黃金杖 황금지팡이란 뜻)이라 명명했다.
이와 동시에 마천국 국내에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도성에서 400여 리 떨어진 어느 산상에 중간에 오목한 곳이 있었는데 어느 날 이곳이 갑자기 아래로 푹 꺼져 깊은 구덩이를 형성했다. 노원(猱猿)이란 사냥꾼이 이 깊은 구덩이로 들어가서 시커멓고 불규칙적인 원형 물건을 발견했다. 마치 요즘의 농구공 크기였는데 만져보면 탄성이 있고 손으로 누르면 구덩이가 패었고 손을 놓으면 원형을 회복했다. 노원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무엇에 쓰는 물건인 지 몰라 등짐에 지고 나왔다. 돌아간 후 사람들에게 보여주어도 무엇인지 몰랐다. 나이든 한 사람이 그 속에 보물이 있을 것이라고 하여 노원은 이 물건을 국왕에게 바치기로 했다.
마락이 사람을 시켜 알아보았는데 역시 알아보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 어느 날 용모가 아주 추한 자칭 지추(地醜)란 사람이 나타나 이 물건을 알아볼 수 있다고 했다. 마락이 사람을 시켜 들어오라고 했다. 그는 마락에게 절을 한 후 입을 열었다.
“이 물건은 ‘오손(烏孫)’이라고 합니다. 그 속에 쓸개(膽)가 하나 있는데 금황색입니다. 이 쓸개는 천하의 그 어떤 것으로도 자를 수 없습니다. 이 물건이 산속에 있은 지 몇 년이 되는지 모릅니다. 천영동자(天英童子)가 줄곧 관리하고 있었는데 이것을 얻는 사람은 천하의 영웅이 됩니다. 국왕께서는 사람을 시켜 열게 한 후 안에 있는 쓸개를 취하십시오. 대신 노란 천을 덮어 빛을 보지 않게 해야 합니다. 이 물건은 국왕의 병기의 예리함을 증가시킬 수 있으며 적을 떨게 할 것입니다. 임금님 축하드립니다.”
마락이 물었다.
“누가 이것을 깨뜨려 열 수 있는가?”
지추가 말했다.
“몽강이 할 수 있습니다.”
말을 마치자마자 지추는 사라졌다. 마락은 지추가 사라진 방향으로 절을 하여 예의를 올렸다.
마락은 오손을 몽강에게 넘겨주었다. 몽강이 이 물건을 지니고 밀실로 들어가서 네 개의 반원형의 칼 사이에 이것을 끼운 다음 깨어 열었다. 열어보니 안에서 금황색의 쓸개가 나왔다. 몽강은 그것을 그릇에 넣고 노란 천으로 덮어 밀실에 두었다.
몽강이 신전을 청소할 때 보니 갑자기 한 동자가 나타났는데 매우 천진하고 아주 사랑스러웠다. 금황색의 배두렁이를 하고 머리는 위로 땋아 올린 모습이었다. 왼손으로 오손 담을 받들고 오른손으로 노란 비단의 네 구석을 끌며 놀고 있는데 전신누천(戰神戾天)의 발아래 뛰어가서 위를 한번 보고 만족한 듯 신상의 발아래 누웠다. 머리를 한번 만져보고 몽강을 향해 웃더니 혀를 내밀어 장난스런 표정을 지었다. 몽강도 참지 못하고 웃었다. 이에 그는 오손담을 전신누천의 발아래 두어야 함을 깨달았다.
몽강이 마락을 만나 이 일을 알려주자 마락이 말했다.
“이 물건은 신선이 내리신 것이고 당신이 점지를 받았으니 그대로 행하라.”
이후 이틀 간 몽강은 가끔씩 그 동자가 노란 비단 아래서 바삐 일하는 모습을 보았다. 몽강은 가부좌 중에서 동자가 오손담을 10개로 나누고 끊임없이 그 속에다 무엇을 주입하는 것을 보았다. 몽강은 어찌된 일인지 알고 싶었다. 마음이 움직이자 그는 동자가 단번에 황금색 얼굴에 온몸에 금갑옷을 입은 금강의 형상으로 변하는 것을 보았다. 원래 이 동자는 세 가지 변화신(變化身)이 있었다. 각각 금 갑옷, 은 갑옷, 동 갑옷이었다. 금갑은 온통 금색의 갑옷을 입었으며 이마에 튀어나온 세 개의 금색의 둥근 점이 있었다. 은갑은 은색의 갑옷을 입었으며 이마에 두 개의 둥근 점이 있었다. 동갑은 구리 갑옷을 입었고 이마에 둥근 점이 하나 있었다.
이 세 가지 변화신은 각각 인간세상의 군주를 보호하며 작전 중에서 각기 다른 전과를 얻었다. 금갑이 나타나면 군주를 보호해 천하를 공략하는 지존이 되게 한다. 은갑이 출현하면 군주가 강토를 수호하는 것을 도와 침범당하지 않는다. 동갑의 출현은 군주가 반란을 평정하도록 도와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이룬다. 몽강이 본 것은 바로 금갑이었다.
금갑이 말했다.
“이 담(膽)은 병기의 예리함을 증가 시키며 나는 그것을 열 개로 나누어 군왕이 매번 전쟁을 행할 때 그중 하나를 예리한 기운으로 화하게 하여 군왕의 병기를 가릴 것이오. 사병의 머리 위에 가득차게 하며 적군이 싸우지 않고도 벌벌 떨게 하며 다른 보배인 황금장과 동시에 사용하며 싸우지 않고도 적을 패퇴시킬 수 있습니다. 단 매 한번 사용에 오손담은 한몫씩 줄어듭니다. 열 번 후면 다 소모됩니다.”
몽강이 황금장을 생각했을 때 순간 자모(紫瑁)금강이 출현했다. 자모금강은 자색의 얼굴에 몸에는 자색의 금갑을 입었으며 몽강에게 말했다.
“황금장은 천하의 지극히 높고 권위 있는 지팡이다. 이번에 내가 이 지팡이를 국왕에게 줄터이니 천하 사람들이 이 지팡이를 보면 그 위엄을 알아볼 것이다. 이 지팡이는 오직 지금의 국왕만이 사용할 수 있으며 이후 제왕들은 이런 영광이 없을 것이다.”
몽강은 자신이 본 것을 마락에게 알렸다. 마락은 내심 진동이 일었으며 기뻐하며 말할 수 없는 무거운 임무를 느꼈다.
이날 아침 마락이 일어나 왕궁의 높은 곳에 서서 멀리 바라보니 대지가 울창하고 푸르렀다. 갑자기 왕궁 동남쪽 원래 평탄했던 곳에 지면이 일어나서 마락이 의아해했다. 그는 불탑을 건립하는데 사용하는 돌이 생각나서 빨리 사람을 시켜 조사하게 했다. 얼마 후 융기한 곳에 가보니 그곳에 커다랗게 갈라져 있었다. 갈라진 틈을 통해 마락은 그 속에 돌이 있는 것을 보고 기쁨을 금할 수 없었다. 이 돌은 신령이 하사한 것이라 고 생각하며 즉시 천지신령께 절을 올렸다. 그 후 그 융기한 곳을 간수하라 하며 누구도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어서 마락은 명령을 전달하여 각지의 유명한 석공을 도성으로 불렀다. 석공들이 도성에 모이자 마락은 그들에게 금탑의 도형을 보여주고 그들과 탑을 건립하는 일을 상의했다. 석공 중에는 반타(班佗), 숙약(叔若), 좌륜(佐倫) 등이 있었는데 모두 마천국의 명장이었다. 이들 중 어떤 이는 궁실을 지었는데 내부 구조가 극히 정교했다. 어떤 이는 천상의 건축과 매우 유사하게 지었는데 아주 정확했다. 또 조각가 곤륜은 사람을 이끌고 거대한 불상과 신상들을 조각하기 시작했다.
이때 석층을 지키던 사람이 와서 보고 하기를 때로는 “쿠르릉”하는 소리가 울린다고 했다. 마락이 바위 층이 있는 곳으로 가서 이 소리를 들었는데 도대체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없었다.
마락은 길일을 정하여 목욕재계하고 신에게 제사지낸 후 사람을 데리고 석층을 열었다. 석층을 열자 그 속에 한 덩이 바위가 평평하고 게 이루어져 있었다. 마락은 놀라마지 않으며 무릎을 꿇고 절을 하며 말했다.
“천상지하의 각 신령님들 이 일을 보우하사 신력을 펼쳐주시기 바랍니다. 이 마락이 몸과 마음을 다하여 불탑을 건조할 것이며 신의 뜻을 저버리지 않겠나이다.”
바위를 보고 마채도 역시 매우 기뻐했다. 한곳의 바위 옆에는 검은 오석이 까맣게 반짝 빛나고 있으며 마채의 주의를 끌었다. 손으로 만져보니 매우 단단했기에 당장 아침에 꾼 꿈이 생각났다. 꿈에서 자기가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어떤 용액을 휘저었는데 화로 아래는 화염이 솟아오르고 있었고 자기의 땀방울이 용액에 떨어져 들어갔다. 화로 옆에 까맣고 반짝이는 어떤 것이 있어서 화로 속에 들어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또한 화장한 소녀가 바위에 용액을 닦고 있었다. 꿈속에 까맣던 것이 바로 지금 눈앞에 이런 바위였다. 그래서 마채에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 바위는 용련하는데 써야 하는구나.’
마채가 진지하게 오빠에게 말했다. 내가 꿈에 이런 바위를 용련하는 것을 봤는데 그 용액은 반드시 바위를 닦는데 써야 해요. 그래야 바위를 더 한층 보호해요.
“이건 반드시 신령이 우리를 점화해주는 것이며 네가 직접 용액을 저으라는 뜻이다.”
마락도 진지하게 동생에게 말했다.
이 바위를 여는 그날 신전 사제인 몽강이 와서 마락에게 보고했다. 선왕이 남겨놓은 신전 속의 녹색 작은 병에서 산과 땅을 울리는 소리가 들려온다고 했다. 몽강이 국왕과 공주에게 신전으로 가서 어찌된 일인지 보라고 했다. 마락이 마채를 데리고 급히 신전으로 들어가 보니 병에서 울리는 소리가 극렬했다. 마락이 몹시 놀라 얼른 마채와 함께 불상 앞에 절을 올렸다. 절을 한 후 소리가 멈추었고 녹색병이 갑자기 터지더니 노란빛 초록 빛 두갈래의 빛이 터져나왔다. 노란빛은 마락의 오른 손목을 감은 후 사라졌고 녹색 빛은 마채의 이마 앞으로 달려와서 U자 형으로 이마에 새겨지더니 보이지 않았다. 두 사람이 의아했으나 어떤 이상도 발견하지 못했다. 남매 두 사람은 고개 숙여 신에게 절하고 몸을 돌려 떠났다.
이때 몽강은 세 신상(神像)이 미소를 짓는 것을 보았다. 속으로 국가의 운이 창성할 것임을 알고 마음이 순정해져서 장시간 신상 앞에 꿇어앉아 있으며 불탑이 빨리 건립되기를 기도했다.
평소에 마락은 10일 간격으로 싱싱한 과일을 직접 채취했는데 마채더러 깨끗이 씻은 후 신상 앞에 바치게 했다. 탑을 건립하려 할 때 마락은 또 길일을 택하여 목욕재계하고 직접 과일을 따러갔다. 또 직접 씻은 후 신전으로 바치며 빌었다.
“위대한 신불(神佛)이시여! 저는 당신의 아들이며 저는 자질이 부족하지만 당신께서 영예를 수여하시어 백성들을 저를 모셔서 천하의 보물이 저에게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이 불탑을 건립하는 직책을 담당하게 되었는데 저는 사람의 힘은 미약하고 신의 힘은 강대하므로 저는 간절히 신께 청하노니 저를 가지해주시고 보호해주시기를, 그래서 불탑을 완성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신, 불에게 제가 일을 당하면 깨우쳐 주시고 덕행을 하고 백성을 교화하여 신의 뜻을 저버리지 않게 해주십시오.”
절을 마친 후 몽강은 마락을 청해 조용한 방으로 안내했다(몽강이 수행하는 고). 몽강이 마락에게 앉기를 청하자 마락이 거절하며 말했다.
“존귀한 사제시여 당신이 앉으십시오. 제 경의를 받으십시오. 제가 드릴 말씀이 있으니 거절하지 마십시오.”
몽강은 엄숙한 표정을 짓고 정중히 앉았다.
마락은 몽강의 면전에 한발로 꿇어앉아 말했다.
“존귀한 사제님. 제 호소를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줄곧 자신감 있는 사람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제게 의혹이 있습니다. 불탑의 건립을 둘러싸고 신이 저에게 내려주시는데 정말 신께서 선정하신 사람입니까? 천하의 보물이 내게로 운집해 저는 세상에서 눈여겨보는 왕이 될 것입니다. 천하의 영예를 얻게 될 테지만 내심을 들여다보면 저는 결코 신이 기대하시는 순정함과 강인함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몹시 불안합니다. 제가 신의 부탁을 그르쳐 지연시킬까 염려되며 매우 긴장됩니다. 저는 평소 당신을 부왕과 같은 분으로 생각해왔습니다. 당신은 사람들에게 친절할 뿐 아니라 신의 뜻을 잘 아시며 신의 사자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당신을 매우 존경합니다. 부디 저를 일깨우고 도와주시어 제가 충분히 강인함과 순정을 유지해 신의 부탁을 완성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몽강은 이 말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마락에게 다가가서 두 손으로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
“이왕 저를 이같이 신임하시며 저를 부왕처럼 여기신다니 저는 그대를 아들처럼 여기겠습니다! 사실 우리는 모두 신의 아들입니다. 이 세간에 만사문물의 운행은 일체 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신께서 기왕 당신을 선택했으니 아마 더욱 오래전에 당신이 주동적으로 신의 배치를 선택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사의 변천을 우리는 일찍이 잊어버렸고 지금 일어난 일체는 신이 깨우치고 우리가 당초의 선택을 실현하도록 한 것입니다. 당초의 선택 때문에 신은 당신의 생명을 다른 뭇 중생과 다르게 변화시켰고 당신 생명의 조성요소 중에는 이미 신이 부여한 요소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내심 반드시 순정해야 하며 견강하고 조금의 의혹도 없어야 합니다. 당신의 의혹을 완전한 선을 추구하는 동력으로 삼으세요! 마음을 써서 자기의 일을 잘하면 신이 일체를 보우할 것이며 순리적으로 될 것입니다.”
몽강이 말을 마치고 마락을 부축하여 일으켰지만 마락은 여전히 그가 한 말을 사색했으며 아무 말이 없었다.
(계속)
발표시간: 2013년 5월 9일
정견문장: http://www.zhengjian.org/node/1185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