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본선생(話本先笙)
【정견망】
법왕은 조용히 자신의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사실 그들의 법왕은 그들을 무척 아꼈으며, 어쩌면 그들 자신보다 더 그들을 소중히 여겼다.
그녀는 생각했다. ‘내 반드시 나의 중생들을 이 천겁에서 구하리라!!’
법왕은 수정 보좌에 올라 대전을 둘러보았다. 대전 안에는 연파와 호법들 외에도 일곱 마리의 새, 다람쥐 한 마리, 원숭이 한 마리, 그리고 여덟 명의 여자 신선이 있었다. 그녀가 두 눈을 감고 가슴 앞에 합장하자 갑자기 그녀와 똑같이 생긴 분신 열여덟 명이 나타났다. 본체는 중앙에 있고 좌우에 각각 아홉 명씩의 분신이 섰다. 법왕의 본체가 입을 열어 말했다.
“원숭아, 이리로 오너라.”
법왕이 “원숭아”라고 부르는 찰나, 새끼 원숭이의 모습이 급격히 변했다. 들원숭이의 모습에서 순식간에 황금 갑옷을 입고 자금관(紫金冠)을 쓴 호법의 모습으로 바뀌었으며, 손에는 홍영장창(紅瑛長槍)까지 들려 있었다.
“열여덟 호법금강(護法金剛)은 명을 받들라! 지금 이 순간부터 호법 한 명당 나의 분신 한 명을 수호하며, 부름에 따라 움직이고 한 치의 오차도 없게 하라!”
“예!” 대전 안의 열여덟 호법금강이 엄숙하게 일제히 대답했다.
“원숭아, 너 또한 이제 호법금강이다. 나를 도와 나의 주체(主體)를 따르는 호법이 되겠느냐?”
원숭이가 무릎을 꿇고 굳건히 말했다.
“소신이 어찌 사양하겠나이까!”
“좋다! 내가 하얀 나무를 본 너희를 자의호에서 왕궁으로 데려온 이유는
첫째, 이 일을 다른 중생들이 알게 하여 불안에 떨게 하거나 삼계를 혼란에 빠뜨리지 않기 위함이다.
둘째, 위기의 순간에 삼계를 구하려 하는데 너희가 나를 도울 의향이 있느냐?”
대전 안의 무리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존주님의 명을 따르겠나이다!”
법왕이 고운 손으로 자신의 ‘만 길 서광이 비치는 깃옷’을 쓸어내리자 선우(仙羽) 일곱 개가 빠져나왔다. 이 일곱 개의 깃털은 공중에서 일곱 개의 부채로 변해 대전 안의 일곱 마리 작은 새의 손으로 날아갔다. 그러자 작은 새들은 순식간에 신선의 부채를 든 일곱 마리 아름다운 봉황으로 변했다.
법왕은 다시 자신의 ‘오색찬란한 치마’ 위로 손을 훑어 여덟 개의 백옥 병을 꺼냈다. 그녀가 말했다.
“복룡장! 병 안에 홍묘(洪淼)를 조금 내뿜어라!”
복룡장의 용머리 입에서 물 여덟 방울이 뿜어져 나와 정확히 여덟 개의 백옥병(白玉甁) 속으로 들어갔다. 이 여덟 병의 백옥병은 여덟 명의 여자 신선 손에 각각 쥐어졌고, 여덟 여신(女神)의 등 뒤에는 순식간에 하얀 날개 한 쌍이 돋아났다. 이 날개는 법왕이 하사한 것으로, 시공 터널을 거치지 않고도 삼계 각 층 천체 사이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해준다.
‘홍묘’란 무엇인가? 삼계(森界)에만 존재하는 물로, 오직 복룡장 위쪽의 용머리 부분에서만 뿜어낼 수 있다. 삼계는 목(木) 속성의 세계이기에 물의 자양분이 필수적이다. 이 홍묘는 평범한 물이 아니어서, 단 한 방울만으로도 바다와 같은 양이 되며 오직 불이 난 곳으로만 흐르고 불이 없는 곳으로는 한 방울도 흐르지 않는다.
“봉황들아, 내 너희에게 각자 ‘성우선(醒羽扇)’을 하사하노라. 이 부채는 근처에 ‘투기심’을 품은 자가 있으면 붉은 빛을 발산할 것이다. 또한 ‘투기심’이 있는 자가 이 부채를 보면 미간에 하얀 점이 나타날 것이다. 부채질 한 번이면 그 사람의 투기심을 없앨 수 있다. 너희 일곱이 할 일은 이 부채로 투기심을 품은 자를 찾아내 그 마음속 투기의 불길을 꺼뜨리는 것이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일곱 봉황이 일제히 대답했다.
“여덟 비천(飛天)들아, 이 백옥병의 물은 너희가 숲의 큰불을 끄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너희 등 뒤에 돋아난 날개는 선계 각 층 천체를 장애 없이 빠르게 이동하게 해줄 것이다!”
“여덟 비천이 존주님의 명을 따르겠나이다!” 여덟 미녀가 제창했다.
“다람쥐야, 네게는 ‘극미안(極微眼)’을 하사하고 나팔꽃 한 송이를 주노라.삼계 생명의 모든 동태를 극미안으로 관찰하고, 나팔꽃을 통해 나에게 보고하도록 하라.”
다람쥐의 눈은 순식간에 보석보다 화려하게 변했다! 커다란 눈동자 속에 마치 무수한 작은 눈들이 깜빡이는 듯했고, 귀 옆에는 분홍색 나팔꽃 한 송이가 걸렸다.
다람쥐가 말했다.
“전력을 다해 존주님을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법왕은 만족스러운 듯 그들을 보며 말했다.
“명심하라, 너희가 법기를 사용하는 구결(口訣)은 다 같다.
‘투기의 불은 꺼지고, 자비로운 신성(神性)이 일어난다‘[妒忌之火滅 慈悲神性起]
외웠느냐?”
모두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외웠습니다!”
법왕이 복룡장을 집어 대전 밖 허공으로 던지며 말했다.
“속히 각 층천의 천왕(天王)에게 전해 홍묘정선전에서 의논하게 하라!”
복룡장은 황금룡으로 변해 허공을 향해 용의 소리를 냈다. 이는 각 층천의 천왕들에게 속히 조정으로 복귀하라는 호출이었다.
“모두 가보아라,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삼계 중생의 성명(性命)이 너희에게 달려 있다!” 법왕이 다시금 간곡하게 당부했다.
무리는 저마다 굳건한 눈빛으로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러 떠났다. 모두의 마음속에는 하나의 신념이 자리 잡았다. ‘왕을 실망시킬 수 없다, 삼계의 무량한 중생을 저버릴 수 없다, 정녕 온 힘을 다해 선계를 온전히 지켜내리라!’
그렇다면 지금 삼계는 어떤 상황일까? 화면을 선계 제13층천으로 돌려보자.
제13층천의 하늘은 정오임에도 태양을 볼 수 없었다. 먹구름이 자욱하고 어두컴컴하며 음산했다. 사람들은 모두 집 안에 숨어 벌벌 떨며 마음을 졸였으니, 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큰비가 오려는 것일까? 아니다, 삼계는 여태껏 비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때 거대한 벼락 한 줄기가 먼 산등성이를 내리쳤다. “쾅!” 하는 굉음과 함께 산등성이에서 거대한 화구(火球)가 굴러떨어졌고, 화구가 지나가는 곳마다 숲은 잿더미가 되었다.
“콰광! 콰광! 콰광!” 연이어 세 번의 벼락이 다시 산등성이들을 때렸다. “우르릉! 우르릉! 우르릉!” 세 개의 거대한 화구가 다시 빠른 속도로 숲을 향해 굴러갔다!
삼계에서 숲은 사람들의 집이다. 이 벼락은 사람들의 삶의 터전을 파괴하는 치명적인 타격이었다.
몇 초마다 벼락이 떨어졌고, 벼락 하나가 거대한 화구 하나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하늘에서는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았다.
제13층천은 지금 연기와 불길로 뒤덮였다. 이곳 사람들은 신선이라 날아서 화구를 피할 수는 있었으나, 삶의 터전은 참혹하게 소실되고 있었다.
그때 하늘가에 두 줄기 금빛이 나타났다. 구일과 또 다른 비천이었다!
다른 비천의 이름은 유가(留歌)였다. 그녀가 손에 든 작은 백옥병을 집어 들고 외쳤다.
“투기의 불은 꺼지고, 자비로운 신성(神性)이 일어난다[妒忌之火滅 慈悲神性起]”
병을 아래로 기울이자 거센 물결이 쏟아져 나와 수많은 불길을 잠재웠다. 구일과 유가는 날개를 퍼덕이며 한편으로는 벼락을 피하고 한편으로는 홍묘를 쏟아붓느라 이만저만 고생이 아니었다! 더없이 아찔한 순간이었다!
마침내 하늘이 개고 불이 꺼졌다. 두 사람은 그제야 한숨을 돌리는데…….
“구일아! 조심해!”
“아! 안 돼!”
“…….”
뒷이야기가 궁금하면 다음 편을 기대하시라.
(계속)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7816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