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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목기 시즌 4 (2)

화본선생

【정견망】

정아는 그제야 아가씨가 아직 마차에 묶여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서둘러 수레 휘장을 젖히고 들어가 아가씨의 결박을 풀기 시작했다.

다리 쪽은 막 풀었으나 손을 채 풀기도 전에 마차 밖에서 외침이 들렸다.

“아가씨가 저기 있다!”

몸종은 대문 앞의 두 수행원을 향해 울면서 소리쳤다.

“어서 우리 아가씨를 구해주세요! 저 나쁜 사람들이 아가씨를 해치려 해요!”

“아도(阿陶), 어서! 어서 신부님을 모시고 위층으로 올라가!”

신부는 손이 묶인 채 면사포도 벗지 못하고 아도에게 이끌려 마당으로 들어가 서둘러 누각 위로 올라갔다.

“신부님, 여기 가만히 계세요. 움직이지 마시고, 제가 먼저 내려가서 상황을 볼게요.”

아도가 떠나자 다락방 안은 매우 고요해졌다.

신부는 여전히 묶인 두 손을 비틀며 풀려 애쓰고 있었는데, 면사포 아래로 발 한 쌍이 천천히 자신 앞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 발은 매우 못생겼으며 걸을 때 팔자(八字) 모양으로 벌어졌다. 매우 지저분했고 신발은 낡아 해졌으며 바짓단에도 먼지가 가득했다.

그 사람은 그녀 앞에 잠시 멈춰 서더니, 문득 단검 한 자루를 꺼냈다!

신부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아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런데 단검을 쥔 그 손은 신부의 등 뒤로 가만히 돌아가더니, 단검 자루를 신부의 묶인 손 위에 살며시 올려놓았다. 신부의 몸에는 전혀 닿지 않은 채 그는 자리를 떠났다.

신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단검을 꽉 쥐고 위로 홱 젖혀 마침내 손목의 삼줄을 끊어냈다.

그녀는 서둘러 면사포를 걷어 올렸다. 마침 방안의 창문이 살짝 열려 있었고 창밖에는 큰 나무 한 그루가 보였다. 그녀는 창밖으로 뛰어내려 도망칠 준비를 했다.

그런데 갑자기 방 안에 아직 누군가 숨을 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안쪽을 살펴보니 꽃무늬 조각 병풍 뒤로 가물가물하게 누군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개의치 않고 몸을 돌려 창문을 연 뒤, 먼저 창밖의 큰 나무 위로 뛰어내렸다가 나무를 타고 천천히 땅으로 내려왔다.

그녀가 별원 담장 밖으로 내려왔을 때, 담 안쪽에서는 두 무리가 대치 중인 듯했다. 그녀는 무심결에 한 마디를 듣게 되었다.

“새화 아가씨를 내놓아라, 산채의 부인으로 삼게 한다면, 너희 강족(羌族) 병사들을 더는 괴롭히지 않겠다……”

그녀는 아까 그 산적 무리와 강족 병사들이 방 안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서둘러 아까의 마차를 찾아 말과 수레를 잇던 고삐를 풀고는 말을 타고 달아났다.

강가에서 상처를 치료하던 도사는 상처가 어느 정도 나은 것을 느끼고, 막 일어나 강족 병사들과 신부를 찾으러 가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거센 바람이 불더니 큰 강이 다시 소용돌이치며 출렁거리기 시작했다!

“안 되겠다! 이 길이 예정보다 빨리 닫히겠어! 어서 떠나야겠다!”

그는 떠나려다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라 눈을 감고 주문을 외웠다.

“환(幻)!”

도사는 장 총병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이제부터 그는 청룡관(靑龍關)의 장 총병이 된 것이다. 이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기로 하자.

다시 장부(張府)별원 쪽을 보면, 한 산적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보니 장씨 가문이나 양씨 가문이나 좋은 놈들이 하나도 없구나! 신랑 측이랑 신부 측이 서로 싸우다니 말이 되느냐?! 그나저나 아가씨가 시집가는 곳이 청룡관 장 총병이라더니, 왜 이런 곳으로 온 거지? 이 따위 폐가는 또 뭐고? 너희 우두머리를 나오라고 해!”

한 강족 병사가 말했다.

“장씨 가문과 양씨 가문의 일을 어찌 산적 놈이 참견하느냐! 눈치껏 어서 꺼져라!”

그 산적이 다시 말했다. “너희 강족 병사들은 이미 태반이 죽거나 다쳤거늘, 고작 열 명 남짓한 놈들이 감히 큰소리를 치느냐!”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 싸움이 벌어졌고, 문 앞에 묶여 있던 아도와 아묵(阿默)은 들으면 들을수록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한편 신부는 말을 타자마자 말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창목아, 왔던 길로 되돌아가자!”

말은 알아듣는 듯 예전 길을 향해 달렸으나, 파도치는 큰 강가에 이르자 멈춰 섰다. 그러더니 의아한 듯 길게 울부짖었는데, 그 뜻은 ‘방금 여기 분명히 길이 있었는데 왜 지금은 없지?’ 하는 것이었다.

신부가 다시 말에게 말했다.

“창목아! 너 수영할 줄 알잖아? 왜 헤엄쳐 건너지 않니?”

그러자 말이 머리를 흔들었는데, 헤엄쳐 건널 수 없다는 뜻이었다.

말은 신부를 태우고 한참을 맴돌았으나 출구를 찾지 못했다. 신부는 문득 생각이 났다.

‘아차! 정아가 아직 거기 있구나!’

그녀는 급히 말머리를 돌려 다시 장부별원으로 달려갔다.

다시 장부별원에서는, 강족 병사들이 비록 열댓 명뿐이었으나 산적들을 여지없이 격파했다. 강족 병사들은 다시 누각 위를 수색하러 올라갔다.

“이 다락방에 웬 냄새 나는 거지가 있는 거지?”

강족 병사는 다락방 병풍 뒤에 앉아 있는 사람을 발견했다. 다가가 보니 머리는 헝클어지고 수염은 더러우며, 곱추에 발까지 뒤틀린 ‘거지’였다.

한 강족 병사가 그에게 물었다.

“너 같은 거지새끼가 왜 장부(張府)의 누각에 있는 거냐?”

그 ‘거지’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만 있을 뿐 대답이 없었다.

강족 병사가 화가 나 크게 고함을 쳤다.

“말을 하란 말이야!”

‘거지’는 여전히 앉아 눈꺼풀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강족 병사들은 더욱 분노하여 그 ‘거지’를 끌어내 주먹과 발로 마구 때렸다.

‘거지’는 살려달라고 빌기는커녕 한 마디 말도 없었다.

그러자 강족 병사는 약이 올랐다. 그는 병풍 밖 침상 위에 단검이 있는 것을 보고는 그것을 집어 들어 그의 가슴을 그대로 찔러버렸다!

‘거지’는 쓰러졌고 선혈이 흘러나왔다.

강족 병사들은 욕설을 퍼부으며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마침 신부가 다시 장부별원에 도착했다. 대당(大堂) 안에는 산적들이 여럿 쓰러져 있었고, 문 앞에는 수행원 복장을 한 두 사람이 묶여 있었으며 정아도 그들 곁에 묶여 있었다.

신부가 서둘러 그들 셋의 결박을 풀어주는데, 그때 강족 병사들이 내려오다 아가씨를 보고 외쳤다.

“아가씨가 저기 있다! 어서 잡아라!”

신부가 일어나 분노하며 외쳤다.

“게 섰거라!”

그 서슬에 강족 병사들은 겁을 먹고 발걸음을 멈췄다.

신부가 다시 말했다.

“너희는 본래 내 어머니 가문의 부하들인데, 어찌 숙부를 도와 나를 해치려 하느냐!”

강족 병사들이 다시 다가오려 하자, 신부는 산적의 대도(大刀) 한 자루를 집어 들어 몸을 막아섰다. 그러더니 옆으로 살짝 몸을 옮기며 발끝으로 다른 칼 한 자루를 튕겨 올려 손에 쥐었다. 칼을 휘두르며 앞으로 나아갔으나, 사실 강족 병사를 직접 겨냥한 것이 아니라 엉뚱한 곳을 노리는 척하며 칼끝으로 탁상 위의 등잔을 떨어뜨렸다.

그녀는 칼 한 자루로 몸을 보호하며, 다른 칼날을 재빨리 등잔 기름에 문질렀다. 다시 그 칼로 몸을 가리고 다른 칼날도 등잔 기름에 문질러 두 칼날 모두에 기름을 묻혔다.

강족 병사들이 그녀를 잡으려 할 때, 그녀는 순식간에 앞으로 공중제비를 돌아 강족 병사들의 뒤편으로 착지했다. 그러고는 두 대도의 칼날을 서로 교차시켜 ‘촤악’ 하고 마찰을 일으켜 두 줄기 불꽃을 뿜어냈다!

강족 병사들이 몸을 돌리자마자 대도 위에서 타오르는 두 덩이 불꽃을 보고는 혼비백산했다!

그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나려 할 때, 신부가 두 칼을 수평으로 휘두르자 강족 병사들의 옷에 불이 붙었다.

병사들은 불길에 휩싸여 땅바닥을 뒹굴었고, 온몸에 커다란 수포가 생겼으며 어떤 곳은 살점이 검게 탔다.

덩치 큰 장정들은 차례로 신부 앞에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

“아이고 할머님! 조상님! 저희가 잠시 눈이 멀었습니다… 잠시 눈이 멀었습니다…”

신부가 서슬 퍼렇게 꾸짖었다.

“내가 너희의 조상뻘임을 알면서 감히 대드느냐! 강족에서 어찌 너희 같은 패륜아들이 나왔단 말이냐! 내 어머니가 바로 강족 사람이거늘, 내가 강족 병사들의 급소를 모를 줄 아느냐? 한 번만 더 그러면 재로 만들어버릴 테니 조심해라! 강족을 대신해 문중을 청소해 주마!”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다시는… 앞으로는 모두 조상님 처분만 따르겠습니다…”

옆에서 넋을 놓고 보던 아묵이 정아에게 속삭였다.

“편지에는 공자님이 맞이할 분이 양씨 댁 요조숙녀라 하셨는데,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귀하게 자란 분이… 어찌… 어찌 이리도 강하단 말인가. 이건 영락없는 여장군이 아닌가…”

정아가 답했다.

“우리 아가씨는 요조숙녀가 맞아요. 문무를 겸비하신 그런 분이죠.”

신부는 대당 앞 자리에 앉아 강족 병사들에게 분노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들, 하나도 빠짐없이 고해라!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예… 예, 조상님 저희가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51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