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본선생
【정견망】
“아가씨, 어르신과 부인께서 잇달아 병으로 세상을 떠나신 후, 아가씨 숙부님께서 후작 지위를 탐내 아가씨를… 아가씨를 몰래 해칠 계획을 세우셨습니다(당시에는 후작 지위를 딸도 계승할 수 있었고, 자녀가 계승하지 못하면 형제가 이을 수 있었다). 하지만 후작님의 옛 부하들이 많아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하다가 어느 날 한 요사한 도사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요도(妖道)가 숙부님께 묘안을 하나 냈는데, 아가씨를 시집보내 버리자는 것이었습니다. 청룡관(靑龍關)에 장우방이라는 총병이 있는데 장씨 집안과 양씨 집안은 대대로 친분이 깊으니 아가씨를 장씨 집안으로 시집보낼 수 있다는 것이었지요.
숙부님은 그 말을 듣고 조급해하셨습니다. 장부(張府)에는 외아들 장우방 하나뿐이고 현재 청룡관 총병을 맡고 있는데, 만약 아가씨가 그에게 시집간다면 아가씨는 양부의 남은 위세뿐만 아니라 청룡관이라는 뒷배까지 얻게 되니 어찌 그럴 수 있겠냐는 것이었지요.
그러자 요도가 다시 말하기를, 자신과 장우방이 예전에 도우(道友)였기에 장부에 사실 큰 공자가 하나 더 있다고 했습니다. 장우방은 사실 둘째지요. 그 큰 공자는 어리석고 멍청해서 10년 전 한 노도사(老道士)에 의해 청룡관 밖 청룡산 장가만(張家灣)으로 들어가 수련을 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장가만에는 결계(結界)가 쳐져 외부인은 들어갈 수 없고 오직 서신만 주고받을 수 있답니다.
그런데 장씨 어르신께서 큰아들이 장가도 못 들고 만(灣) 안에서 혼자 처도 없이 지내니 참으로 가련하다며 우셨다고 합니다.
그 노도사가 웃으며 “10년 뒤 이 만(灣)이 12시진 동안 열릴 것이니, 귀댁 공자께서 아내를 맞이하기에 충분할 겁니다”라고 했습니다.
장 어르신과 우리 양부 후작님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세상을 떠나셨는데, 장 어르신은 죽기 전 유언으로 반드시 둘째 공자더러 형님을 장가보내야 하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저승에서도 눈을 감지 못하겠다고 하셨습니다.
둘째 공자 장우방은 사람을 시켜 매파를 구하고 사방으로 수소문했으나 아무도 응하는 이가 없었습니다. 곧 장가만이 열릴 때가 다가오는데 형님을 위해 신부를 찾지 못하면 이번 기회를 놓쳐 언제 다시 문이 열릴지 모를 일이었습니다. 장우방이 마음이 답답해 도우인 그 요도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았습니다.
마침 아가씨의 숙부님은 어떻게 하면 눈엣가시 같은 아가씨를 제거할까 고민하던 중이었지만, 충성스러운 옛 부하들이 일을 일으킬까 봐 두려워하고 계셨지요.
방법이 없어 끙끙 앓던 차에 요도가 계책을 올렸습니다. 먼저 아가씨와 충성스러운 옛 부하들에게는 아가씨가 혼기를 맞았으니 좋은 배필을 골라주겠다고 속이는 것이었지요. 그 상대가 청룡관 총병 장우방이라 하면 양씨 가문과 대대로 친분이 있는 데다 명망 있는 집안이니, 우리가 징을 치고 북을 울리며 아가씨를 청룡관으로 보내면 옛 부하들도 자연히 안심할 것이라는 계산이었습니다.
사실 아가씨가 진짜 가야 할 곳은 청룡관이 아니라 관 밖의 장가만(張家灣)이었고, 시집가는 상대도 둘째 공자가 아니라 큰공자였던 것입니다.
그들은 장 총병도 속였습니다. 장 총병은 이 계략을 전혀 모른 채 양부의 아가씨가 정말로 장가만으로 시집오고 싶어 하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나중에야 우리는 이 요도가 사실 청룡관 총병 자리를 노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요도는 우리를 협박해 동조하게 만들었고… 아까 장 총병을 몰래 해쳤던 것입니다……”
“큰일입니다 아가씨, 12시진이 다 되어 갑니다! 어서 도망쳐야 해요, 아니면 나갈 수 없습니다!” 한 강족 병사가 외쳤다.
아가씨가 생각에 잠겨 있는데 갑자기 위층에서 피 한 방울이 그녀의 손등에 떨어졌고, 진한 피비린내가 위층에서 풍겨왔다.
아가씨는 벌떡 일어나 물었다.
“너희들이 위층에서 사람을 해친 것이냐?”
아가씨는 서둘러 위층으로 뛰어 올라갔고 정아와 두 시종이 뒤를 따랐다. 강족 병사들은 혼란을 틈타 달아나 버렸다.
그녀가 위층으로 달려가 병풍 뒤를 살펴보니, 한 남자가 피 웅덩이 속에 쓰러져 있었다.
그녀가 그를 부축해 일으키자 가슴에 칼이 깊숙이 박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급히 치맛자락을 찢어 그를 지혈하며 붕대를 감았다. 하지만 그의 몸이 얼음처럼 차가워진 것이 아무래도 가망이 없어 보였다.
그녀가 조심스레 그의 코에 손을 대어 보니 숨결은 고르게 이어지고 있어 마치 잠든 것 같았다.
그녀가 그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천천히 걷어 올리자, 만감이 교차하게 만드는 얼굴이 드러났다. 이번 생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었으나, 그 얼굴을 보는 순간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져 나왔다.
그녀는 그에게 엎드려 통곡하기 시작했다.
“으흑… 흑… 으아아앙……”
그 울음소리는 마치 지극히 사랑하던 아내가 오랫동안 떨어져 있던 남편과 겨우 재회했으나 남편이 중상을 입어 목숨이 경각에 달린 것을 본 듯했다. 또한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혈육을 만나 마치 전생의 일처럼 아득하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다. 그 애절함과 마음의 고통, 슬픔은 마치 모진 풍파를 겪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듯하여, 오직 쓰디쓴 눈물을 쏟아내며 하소연할 뿐이었다.
“으흑… 으아아앙……”
“아가씨, 그만 우세요. 우리 공자님은 돌아가시지 않아요. 목에 호심린(護心麟)을 걸고 계셔서 칼날로는 죽지 않으십니다.” 아묵이 말했다.
“뭐라고?! 이분이 당신들 공자님이라고요? 이분이 장부(張府)의 큰공자님이자 장 총병 장우방의 친형이라고요? 우리 아가씨가 진짜 시집와야 할 신랑이라고요? 그런데 왜 거지 꼴을 하고 있죠?”
정아가 경악하며 물었다.
“음, 그게… 우리 공자님께서 씻기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몸에 묻은 먼지도 모두 다 수련해서 얻은 보배라고 말씀하셔서요.” 아도가 쑥스러운 듯 말했다.
“수련? 보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안 돼요, 안 돼! 우리 아가씨가 거지한테 시집갈 순 없어요. 아가씨, 어서 가요!”
아가씨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정아야, 무례하게 굴지 말거라. 도가(道家)에는 확실히 그런 설이 있단다.”
“아가씨, 그래도 가요. 공자님은 온종일 수련만 하실 텐데 어찌 부부간의 정을 아시겠어요? 아가씨, 장부에서 시집가는 건 틀렸고 양부에서도 우릴 받아주지 않을 테니, 차라리 어머님 가문으로 돌아가세요!” 정아가 울며 말했다.
아가씨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가씨와 정아가 떠날 준비를 하고 문가에 이르자, 두 시종이 울상을 지으며 배웅했다. 아가씨가 문턱을 막 넘으려다 갑자기 멈춰서더니 뒤를 돌아 물었다.
“너희들 공자님 존함이 어떻게 되느냐? 비록 이 혼사가 매우 황당하긴 하지만, 내가 이 혼례복을 입었으니 그분의 이름 정도는 알아야겠구나.”
아도가 답했다.
“아가씨, 우리 공자님 성함은 장우인(張友仁)입니다.”
[장우인, 아마 대다수 중국인은 이 이름을 알 것이다. 성씨를 물을 때 왕(王)씨나 조(趙)씨 등은 ‘면귀(免貴 자기 성이 상대방보다 귀하지 않다는 겸손의 의미)’라 하지만, 중국에서 장(張) 씨는 상대방에게 성씨로 겸손할 필요가 없는 이유가 바로 이 장우인 때문이다.
역주: 중국에서 장우인은 옥황상제가 인간 세상에 있을 때 이름이다.]
12시진이 이미 지났으나 아가씨와 정아는 말을 끌고 길을 떠났다. 그 후 그들은 줄곧 장가만의 출구를 찾아 헤맸다.
두 사람이 걷다 보니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 장가만에 들어왔을 때는 사람도 있고 시장도 있었으며, 장사꾼과 광대, 교외와 황야도 있어 만 밖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시장과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황야가 갈수록 많아졌다.
그녀들에게는 혼수품이 좀 있어 처음에는 주루에 가서 음식을 먹을 수 있었으나, 나중에는 주루가 줄어들어 만두집 몇 군데만 남게 되었다. 그곳에서 만두를 사 먹었으나 나중에는 만두집마저 사라지고 몇몇 노파가 전병(餅子)을 파는 것만 남았다. 전병으로 끼니를 때우며 버텼으나 나중에는 전병 파는 사람조차 없어졌다.
“아가씨, 우리가 길을 잃었어요. 이제 온통 황량한 들판뿐이고 배가 너무 고파요.”
아가씨도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 출구는 보이지 않으니 여기서 굶어 죽겠구나.”
갑자기 멀리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활 사시오! 활 사시오! 활도 있고 화살도 있소! 고기를 봐도 침 흘리지 않는 활이라오!”
아가씨는 눈을 반짝이며 활을 파는 사람에게 달려갔다.
“좋은 활 하나와 날카로운 화살 열 개를 주세요!”
아가씨는 머리에 꽂았던 금비녀를 뽑아 주인에게 건넸다.
“좋소! 여기 받으시오.”
“정아, 너는 여기서 불을 좀 지펴라. 내가 사냥을 좀 해오마.”
정아가 동굴 옆에서 불을 피우는 동안 아가씨는 말을 타고 사냥감을 찾아 나섰다.
앞에 들토끼 한 마리가 달려가는 것을 보고 활을 쏘려다 잠시 주춤하며 화살을 내려놓았다. 그런데 토끼 뒤를 들여우 한 마리가 쫓고 있는 것을 보고 다시 활을 들어 여우를 향해 쏘았다. 아가씨가 기마와 궁술을 배운 덕분에 여우는 화살 한 방에 명중했다.
아가씨와 정아는 여우 가죽을 벗기고 불에 구워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먹던 중에 정아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예전에는 비단옷 입고 좋은 음식만 먹었는데, 어쩌다 이런 걸 먹게 됐을까요……”
우는 정아를 바라보는 아가씨의 마음에도 비감이 차올랐고, 옛 기억이 다시 밀려왔다. 이야기는 17년 전으로 돌아간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52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