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본선생
【정견망】
한동안 인간 세상의 이야기를 했으니 이제 하늘로 돌아가 이야기를 해보자. 예로부터 인간 세상의 일은 신(神)이 안배하는 법이다.
각설하고, 어느 날 원시천존(元始天尊)이 모든 옥경산 제자를 산으로 불러들였다.
“사부님, 모든 옥경 제자가 산으로 돌아와 전당에서 사부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서학(舒鶴)이 원시천존에게 말씀드렸다.
원시천존은 정본징원대(正本澄元台)에 앉아 제자들에게 말했다.
“별이 옮겨가고 북두칠성이 회전하며 해와 달이 바뀌는 것은 성주괴멸(成住壞滅)의 법칙이니라. 천제(天帝)께서 곧 퇴임하시니 삼계는 봉신대업(封神大業)으로써 새로운 천제의 등극을 축하할 것이다.”
제자들이 저마다 고개를 끄덕이는데, 원시천존 문하의 제일대제자(第一大弟子)인 이공동(李空同)이 손가락을 꼽아 계산해 보더니 의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천존이 물었다.
“공동아, 네게 무슨 의혹이 있느냐?”
“사부님, 제자가 홀로 산속에서 수만 년간 수련하며 삼계의 일을 알지 못한 지 오래되어 방금 자세히 계산해 보았습니다. 마침 무왕(武王)이 주(紂)를 벌하는 일에 대해 계산했는데, 삼계의 선을 상주고 악을 벌하는 등 살벌(殺伐)의 대권은 모두 사법천신(司法天神)이 주관합니다. 이에 지금 어느 상신(上神)이 직무를 수행 중인지 살펴보았으나 뜻밖에도 이 자리가 비어 있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이공동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많은 제자들이 그만 울음을 터뜨렸다.
천존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음, 됐다. 도가의 진인이 어찌 생사에 집착하느냐? 무엇 때문에 우는 것이냐!”
사부님의 이 말씀을 듣고 이공동은 더욱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자 옥정(玉鼎)이 설명했다.
“대사형, 사법천신은 얼마 전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번에 가신 사법천신도 옥경산 제자인데 사형께서 은거하신 후에 사부님께서 거두신 제자라 사형께서는 그녀를 모르실 겁니다. 그녀는 우리와 친남매 같은 사이였습니다.”
이공동은 그제야 왜 방금 울음소리가 났는지 이해했다.
어떤 제자가 또 물었다.
“맞습니다, 사부님. 사매가 이미 선서(仙逝)했으니 무왕이 주를 벌하는 이 일을 누구에게 시키시겠습니까?”
원시천존이 말했다.
“내가 바로 너희에게 이 일을 당부하려던 참이다.
너희 사매가 떠나기 전 한 아이를 구했다. 이 아이도 그녀로 인해 수련하기를 발원했지. 그녀가 떠난 후 천명(天命)의 선이 마침 공교롭게도 이 아이에게 떨어졌구나. 그 아이가 바로 산 아래에서 마당을 쓸고 청소하는 강자아(姜子牙)니라.”
제자들 사이에서 술렁임이 일었다.
천유(川悠)가 말했다.
“사부님, 소사매(小師妹)는 우리 도가의 무학 기재(奇才)로 어린 나이에 요괴를 베고 남방을 평정했으며 이전 마군인 치우(蚩尤)와 단독으로 싸웠습니다. 그 후 맨손으로 수만 년간 사악을 제거하고 공공(共工)을 죽이고 마계를 폭파했지요. 하지만 자아(子牙)는 수행이 너무 얕고 근기도 없으며 사람됨이 순진하고 졸박(拙朴)한데 어찌 이런 험난하고 큰 임무를 감당하겠습니까?”
원시천존이 불진을 한 번 휘두르고는 눈을 감으며 말했다.
“그러니 너희가 전력으로 그를 도와야 한다.”
후돈(厚墩)이 말했다.
“사부님, 우리 옥경 제자들은 사매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싸움에 능하지 않습니다. 평소 무기를 다루는 것도 몸을 단련하는 정도일 뿐입니다. 대사형은 깊은 산에서 수만 년간 정수(靜修)하여 이미 살벌(殺伐)하려는 마음이 없고, 사악을 제거하는 일에 대해서는 천유 사형이 우리보다 조금 나은 정도입니다. 자항(慈航)이나 마고(麻姑)는 유약하고 마음이 선해 더더욱 전쟁에 뜻이 없습니다!”
몇몇 제자들도 고개를 저으며 맞장구쳤다.
“맞습니다, 어찌 가능하겠니까…”
이공동은 후돈이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대사형의 말투로 훈계했다.
“사제 사매들아! 어찌 제자가 사부님과 조건을 따진단 말이냐? 어찌 제자가 사부님의 결정을 의심한단 말이냐? 제자는 오직 사부님의 당부를 어떻게 하면 진선진미(盡善盡美)하게 해낼 수 있을지만 생각함이 마땅하다! 이는 사부님께서 자네들에게 너무 인자하신 것이 아니냐? 마땅히 너희에게 타신편(打神鞭)의 맛을 보여주어야겠느냐?”
대사형의 이 말을 듣자 방금 의구심을 품었던 제자들이 모두 고개를 숙였다.
원시천존이 웃으며 말했다.
“공동아, 이 번천인(番天印)을 네게 주마!”
“사존께, 감사드립니다!”
“천유야, 여와낭랑이 내게 맡긴 영주자(靈珠子)가 있으니 네게 주마!”
“사존께, 감사드립니다!”
원시천존도 제자들이 전투에 능하지 않음을 알기에 제자들에게 아주 많은 보물을 하사했다.
천존이 이어 말했다.
“의심스러운 사람은 쓰지 말고, 쓴다면 의심하지 않는 것이 우리 도가(道家)의 성(誠)이다. 이 타신편은 내가 날을 잡아 자아에게 보낼 것이니 너희는 두 마음을 품지 말고 그를 보좌하거라. 알겠느냐?”
제자들이 확고하게 대답했다.
“제자들이 삼가 사부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풍잠과 자항은 나를 따르고 나머지는 물러가라.”
원시천존이 말했다.
제자들은 길을 가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천유가 영주자를 들고 보니 매우 장난기가 심한 것을 발견하고는 그에게 몸을 주고 이름도 지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후돈이 싱글벙글하며 말했다.
“내 이름은 딱 들어도 전쟁할 재목이 아니니 가명을 하나 지어야겠다. 내 본신이 황룡(黃龍)이니 나는 황룡진인(黃龍眞人)이라 하겠다!”
천유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재목이 아니라면서 이름 탓을 하는구나!”
이공동도 그들의 대화를 듣고 웃으며 말했다.
“사제들, 대도금선(大道金仙)이 인간 세상에 가면서 가명을 쓰는 것도 괜찮다. 그렇지 않으면 훗날 세상 사람들의 심성이 타락하여 우리를 욕할 때 그들에게 죄가 되지 않을 것 아니냐.”
“대사형께서 오랜 세월 단독 수련(獨修)하시더니 확실히 자비로워지셨습니다!”
“그럴 리가 있겠느냐! 내 나이를 하늘의 세월로 치면 이미 37만 세이고 땅의 세월로 치면 1억 살이 넘으니 그저 나이를 먹은 탓이지.” 이공동이 겸손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대사형께서 태어나셨을 때는 전임 호천(昊天)상제께서 아직 즉위하시기도 전인데 이제 현임 천제께서도 퇴임하시려 하니 대사형께서는 또 한 분의 천제를 보내시게 되었군요! 하하하!”
옥정이 웃으며 말했다.
“너희 사매는 인간 세상의 양(楊)씨 가문에 전생(轉生)할 것이니 일곱 살이 되면 내가 찾아갈 것이다.”
풍잠과 자항은 원시천존의 말을 듣고 모두 깜짝 놀라며 기뻐했다.
“사부님, 그렇다면 제자들이 사부님을 도와 무엇을 해야 합니까?”
자항이 물었다.
“내 너희 둘에게 그녀에게 시서(詩書)와 예의를 가르치게 하려고 한다.”
“자항아, 아내이자 어머니로서의 유순한 성품은 네가 가르치거라. 시서와 문채의 우아한 성품은 풍잠 네가 가르쳐라.”
자항은 생각에 잠겨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생각했다.
‘사부님께서 직접 그녀를 제도해 하늘로 데려오시면 되지 않을까? 왜 아내와 어머니로서의 유순함을 가르치라 하시는 걸까.’
“풍잠아!”
풍잠이 줄곧 고개를 숙인 채 정신이 황홀해 있다가 사부님이 부르는 소리에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풍잠아, 그해에 사부가 타신편으로 네 사매를 일흔두 대나 때렸어도 그녀는 끝내 너를 자백하지 않았는데 너는 이 일을 알고 있느냐?”
풍잠은 금세 눈시울이 붉어져 말했다.
“제자도 알고 있사옵니다.”
원시천존이 풍잠을 한 번 바라보며 말했다.
“이번에 내 너를 보내 그녀를 가르치려 하니 너는 반드시 온 마음과 힘을 다해야 하며 더는 문제를 일으켜서는 안 된다.”
풍잠이 서둘러 무릎을 꿇고 말했다.
“제자가 명을 받들겠습니다.”
……
이미 인류의 몇 번째 문명인지 알 수 없으나 다만 상조(商朝) 말기라는 것만 알 뿐이다.
삼월 삼일 정오, 향기로운 바람 한 줄기가 양부(楊府)로 불어오더니 하늘 가득 복숭아꽃을 흩날렸다.
“응애! 응애!”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산파가 이 여아를 안고 말했다.
“나으리, 축하드립니다. 따님입니다.”
양부의 노야(老爺)는 하늘 가득한 복숭아꽃에 취해 있다가 갓 태어난 여아를 돌아보았다. 커다란 눈망울에 둥근 얼굴, 몸에서는 은은한 향기까지 났다. 그는 기쁘게 딸을 품에 안고 말했다.
“이 아이는 하늘에서 꽃을 따던 선녀인가 보구나.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집안에 이렇게 향기로운 꽃잎들이 날아드니 말이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이 아이를 ‘채화(采花) 아씨’라 불렀다. 그녀가 두세 살이 되었을 때 어머니가 이름을 지어주었으니 바로 양혜혜(楊惠兮)였다. 사실 그때는 남녀의 지위 차이가 크지 않았다. 상왕(商王) 무정(武丁)의 부인 부호(婦好)는 군대를 이끌고 전쟁터에 나갔을 뿐만 아니라 정사에도 참여했으니 지위가 매우 높았다. 그러므로 당시에는 여자라도 능력이 있으면 제후의 지위를 계승할 수 있었다.
양부(楊府)는 무정 시기에 양후(楊侯)로 봉해졌으나 집안에 아들이 귀했다. 상조 말기에 이르러 양후는 오직 이 딸 양혜혜 하나만을 두었다.
그리하여 양혜혜는 어려서부터 극진한 부귀를 누렸다. 그녀의 방은 크고 넓었으며 방 안에는 보물이 가득했고 그녀를 수발드는 비녀들은 웬만한 후작 가문의 공자들보다 많았다.
그녀가 일곱 살 되던 해 교외로 나들이를 가는데 양부에서는 정예병을 보내 호위하게 했다. 혹시라도 무슨 실수가 있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날 그녀가 호위병과 하녀, 노마님과 함께 평소처럼 숲에서 꽃을 따고 있는데 불진(拂塵)을 든 한 할아버지가 나타나 그녀에게 말했다.
“꼬마 아가씨, 나와 함께 수련하자꾸나!”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거절했다.
다음 날 그 노도(老道)가 또 나타나서 말했다.
“꼬마 아가씨, 수련하자꾸나!”
그 어린 소녀는 “싫어요, 싫어요!”라고 말했다.
시녀들은 아가씨가 허공을 향해 싫다고 하는 것을 보고 의아해하며 다가가 무슨 일인지 물었다.
소녀는 어떤 노도를 보았는데 자신에게 수련을 하라고 해서 싫다고 했다고 답했다.
이 노도는 당연히 원시천존이었다. 그는 공중에서 말했다.
“아가야, 기왕에 네가 싫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너를 아프게 해야겠구나.”
그리하여 이 아가씨는 나들이에서 돌아오자마자 병석에 누웠다. 용하다는 의원은 다 불렀지만 고칠 수 없었다.
이때 양부에 한 노도가 찾아와 자신이 아가씨를 치료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이에 여러 사람들이 물러나고 방 안에는 노도와 소녀만 남게 되었다.
노도가 소녀에게 말했다.
“네가 나와 함께 수련하겠다고 약속만 하면 병을 낫게 해주마.”
병상에 누워있던 소녀는 서둘러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수련할게요!”
원시천존이 급히 말했다.
“착한 아이로구나, 어서 ‘식신(識神)은 죽고 원신(元神)은 산다’고 말해보거라.”
“식신은 죽고 원신은 산다.” 어린 소녀가 말을 마치자마자 쓰러져 깊은 잠에 빠졌다.
원시천존이 말했다.
“착한 아이야, 내생에 내 너에게 이런 부귀영화를 다시 주고 장수하며 병이 없게 하여 일생을 평안하게 해주마.”
원시천존이 말을 마치자마자 누워 잠든 몸 위로 원신이 천천히 일어났다. 그 원신은 누워있는 자신을 바라보더니 코를 고는 소리를 듣고는 눈앞의 노도를 쳐다보았다. 마치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그녀가 말했다.
“사부님이 아니십니까?”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53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