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본선생
【정견망】
만요진이 깨진 후, 서기(西岐) 사람들은 모두 양회(楊回)의 장수 자질을 칭송하며 양회가 남아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양회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형들은 모두 이미 수련을 통해 대도(大道)의 신통을 갖추었지만, 저만 여전히 범태육신(凡胎肉體)이라 구름을 타는 법조차 모릅니다. 저는 일단 정아를 장가만(張家灣)에서 데려온 뒤, 깊은 산골을 찾아 들어가 도를 닦아야겠습니다.”
자항(慈航)이 웃으며 물었다.
“장가만에 있는 부군은 더는 필요하지 없고?”
양회가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필요 없어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장막 안으로 흰 비둘기 두 마리가 날아들었다. 한 마리는 입에 편지를 물고 있었고, 다른 한 마리는 주머니를 물고 있었다.
두 마리 흰 비둘기가 양회의 곁을 맴돌자 양회는 손으로 비둘기 한 마리를 잡아 편지를 열었다.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위험하오! 마을 밖은 전쟁터라 칼과 창이 난무하니 위험하오! 부인은 속히 돌아오시오!
장우인.”
양회는 이 편지를 보고 턱이 빠질 정도로 놀랐다. 보고 또 보던 그녀는 경악하면서도 한편으론 기쁜 기색이 있었다.
그녀는 다른 비둘기가 물고 온 주머니를 열었다. 주머니 안에는 목걸이가 하나 들어 있었다.
이 목걸이는 매우 아름다웠다. 줄은 아주 가느다란 용의 형상으로 금빛을 내뿜었고, 펜던트는 용의 비늘 같은 부채 모양이었다. 푸른빛이 돌면서도 투명하여 다이아몬드처럼 광채가 났으며, 다이아몬드만큼이나 단단했다.
사람들은 이 목걸이를 보고 모두 정말 예쁘다며 칭찬했다. 후돈(厚墩)은 농담 삼아 말했다.
“양회의 부군이 아내 달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구먼!”
양회는 이 목걸이를 보자 낯이 익었다. (당연히 익숙할 수밖에 없는데, 전생에 그가 한 번 선물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장우인이 정말 이상하네. 어째서 성격이 갑자기 변해서 부인이라 부르고 목걸이까지 보낸 거지… 아무튼 빨리 돌아가 봐야겠어. 정말 이상해.’
그리하여 자항은 경주도(輕舟渡)라는 배를 이용해 양회와 창목(蒼沐)을 다시 장가만으로 보내주었다.
양회는 바닥이 있는 이 경주도를 보며 생각했다.
‘이 경주도는 왜 바닥이 있지? 장우인의 경주도는 왜 바닥이 없었을까?’
양회가 다시 자항에게 말했다.
“이모, 이 경주도를 나루터에 잠시 두어도 될까요? 제가 나가고 싶을 때 다시 타고 나갈 수 있게 해주세요.”
자항이 대답했다.
“그럼 잘 생각해야 해. 이 경주도는 너무 오래 머물 수 없어서 기껏해야 12시진(時辰)뿐이야. 12시진이 지나면 저절로 날아가 버려. 그렇지 않으면 마을 밖 사람들도 들어오게 되어 결계가 깨지거든.”
양회는 고개를 끄덕였다.
양회가 경주도에서 내리자 자항은 구름을 타고 떠나갔다. 양회는 말을 끌고 이 아름다운 목걸이를 든 채, 두 볼은 발그레해지고 입가에는 미소를 띠었다. 길가에 하얀 백합화가 핀 것을 보고 한 움큼 꺾어 목걸이로 묶으니 동심결(同心結) 모양이 되었다.
양회는 기쁜 마음으로 꽃다발을 들고 집으로 향했다.
길을 걷던 중 마침 명자기사(冥皉棋社)를 지나가게 되었는데, 고개를 들어보니 뜻밖에도 장우인이 그곳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더욱 이상하게 여겼다. 장우인은 평소 집 밖을 나가지 않는데, 명자기사에는 왜 가는 것일까?
사실 장우인은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었다.
지난번 장우인은 천목(天目)으로 정곤유리검(淨坤琉璃劍)이 나타난 것을 보았다. 양회가 이번 생에 인과(因果)에 응하여 그 검에 심장이 꿰뚫릴까 봐 걱정된 그는, 전령 비둘기를 통해 자신의 호심린(護心麟), 즉 그 목걸이를 보냈던 것이다.
이 호심린은 원래 전생에 청룡(靑龍)의 가슴에 있던 비늘 하나였다. 떼어내면 길잡이가 되고, 착용하면 심장을 보호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이 호심린은 장우인이 이번 생에 수련하며 가지(加持)하여, 착용하기만 하면 도검이 뚫지 못하는 지보(至寶)가 된다. 삼계 내에서 아무리 예리한 창칼이라 해도 호심린을 뚫을 수는 없었다. 이 호심린이 왜 다이아몬드 같은 광채를 내는가 하면, 장우인이 이 비늘을 지닌 채 33개 관문을 돌파하며 수련했기 때문이다. 장우인의 가슴이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하게 수련되었기에 이 호심린 역시 그만큼 단단해진 것이다.
그는 생각했다.
‘만약 양회가 돌아오기도 전에 재난을 당하더라도, 호심린이 그녀를 온전히 지켜줄 것이다.’
호심린을 보낸 뒤 장우인은 명자기사를 찾았다.
장우인이 명자기사의 노인에게 물었다.
“양회가 이곳에 있습니까?”
노인이 대답했다.
“내가 한번 찾아봐 주겠소.”
명자기사의 세 벽면에서 바둑방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노인이 한 방을 고정하고 잠시 살핀 뒤 말했다.
“그녀는 아직 생사난(生死難) 하나가 남았구려. 그것을 넘기면 더 이상 내 구역에 있지 않을 것이오.”
장우인이 급히 다시 물었다.
“그 생사난이라는 것이 검에 심장이 꿰뚫리는 것입니까?”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장우인이 또 물었다.
“그녀가 지금 수련을 하고 있는데, 사부님께서 그녀의 업장(業障)을 좀 줄여주지 않으셨습니까?”
노인이 말했다.
“음, 원래는 신검(神劍)에 가슴이 뚫려야 하는데, 지금은 평범한 검에 뚫리는 것으로 바뀌었구려.”
장우인이 다시 물었다.
“그 검 한 자루는 그녀가 나에게 빚진 것이오. 내가 지금 갚으라고 요구하지 않는다면 이 고난을 면할 수 있겠습니까?”
노인은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
“본래는 가능하오. 다만 그녀가 전생에 반드시 갚겠다고 발원(發願)했는데 발원은 맹세와 같아서 이것은 고칠 수가 없소.”
장우인이 놀라며 말했다.
“뭐라고요? 그게 어떻게 가능합니까? 세상에 그런 바보가 어디 있단 말입니까?”
노인이 다시 말했다.
“공자께서는 별일 없으면 돌아가시오. 그녀의 관난(關難)은 당신이 건드릴 수 있는 게 아니오.”
“어르신, 제발 그녀의 바둑방에 들어가 보게 해주십시오. 그녀의 업해흑령(業海黑靈)을 제가 없앨 수 있는지 보고 싶습니다.”
“안 되오, 안 돼. 어서 돌아가시오. 문 닫을 시간이라오!”
노인은 말을 마치고 장우인을 문밖으로 밀어냈다.
집으로 돌아온 장우인은 양회가 겁난(劫難)을 넘길 수 있도록 도울 방법을 계속 고민했다. 그는 생각했다.
‘그녀가 계속 호심린을 차고 있다면 위험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인과업력은 교묘한 기회를 틈타는 법이다. 그녀가 만약 호심린을 벗기라도 하면 언제든 생명이 위험해질 텐데 어쩌면 좋을까….’
‘아! 그녀가 나에게 목숨 빚을 졌으니, 내가 언제 목숨을 거둘지는 내 마음 아닌가. 차라리 이렇게 하자. 그녀에게 호심린을 잘 차게 하고, 기회를 봐서 최대한 빨리 내가 직접 검으로 한 번 찌르면 빚을 갚은 셈이 되겠지!’
‘그런데 그 검이 호심린에 막혀서 찌르긴 찔렀으되 죽지도 다치지도 않는다면 갚은 것으로 인정될까? 만약 인정되지 않는다면 업해흑령이 다시 그녀를 죽이려 들 텐데. 안 되겠다, 이 점을 노인에게 다시 물어봐야겠어….’
그래서 집으로 돌아오던 양회는 장우인이 명자기사로 들어가는 것을 보게 된 것이었다.
양회는 이상하게 여겨 명자기사 입구까지 다가갔다. 양회는 원래 남의 말을 엿듣는 성격이 아니며 늘 광명정대하게 행동하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막 들어가 장우인을 찾으려 할 때, 안에서 장우인이 노인에게 하는 말이 들렸다.
“양회가 전생에 나에게 목숨을 빚진 것입니까, 아니면 검 한 자루를 빚진 것입니까?”
노인이 대답했다.
“검 한 자루요.”
장우인이 기뻐하며 다시 물었다.
“만약 내가 양회의 가슴을 검으로 찔렀는데 그녀가 다치지도 죽지도 않는다면, 두 번째 검을 또 맞아야 합니까?”
노인이 답했다.
“그럴 필요 없소. 그녀는 당신에게 오직 검 한 자루만 빚졌을 뿐이오.”
장우인은 더욱 기뻐하며 물었다.
“어르신, 혹시 날카로운 검이 있다면 제게 좀 빌려주십시오!”
마침 밖을 지나던 양회는 이 대화를 듣고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었다. 옥 같은 뺨은 서서히 핏기를 잃어 창백해졌고, 눈가는 붉게 물들었으며 두 줄기 눈물이 속눈썹에 맺혀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했다.
그러나 “날카로운 검이 있다면 제게 좀 빌려주십시오!”라는 말을 듣는 순간,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이 구슬처럼 떨어져 백합 꽃잎을 적셨다.
그녀는 멍하니 몸을 돌려 떠났다. 눈빛은 죽은 듯 고요했고 창목은 조심스럽게 뒤를 따랐다. 그녀는 입술을 달싹이며 자조 섞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허허, 원래 나더러 돌아와서 그의 목숨 값을 갚으라는 것이었구나.”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다시 강가로 걸어갔다. 손바닥의 온기로 눅눅해진 꽃다발을 내려다보았고, 그 꽃에 직접 묶어두었던 동심결 목걸이를 보았다.
커다란 굴욕감, 진심이 수없이 짓밟히고 또 짓밟히는 견디기 힘든 고통이 양회를 비분강개하게 했다. 이 슬픔은 장우인을 향한 것이었으나, 분노는 자기 자신을 향한 것이었다.
그녀는 꽃다발을 들어 강물 속으로 세차게 던져버렸다.
동심결이 묶인 꽃다발은 순식간에 강물에 삼켜졌고, 그녀는 가슴 한복판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며 선혈을 내뿜었다.
그녀는 강가에 있는 경주도를 한 번 보고는 입가의 피를 닦아냈다. 그리고 말에 올라타 장부(張府) 별원으로 달려갔다.
“아! 아가씨가 돌아오셨다!” 정아가 반갑게 외쳤다.
집에 돌아온 양회는 정아를 보자마자 급히 귓속말을 했다.
“경주도가 강가에 있으니 어서 가거라! 그 배는 몇 시진밖에 머물지 못해! 쉬! 아무 말 말고 어서 가!”
정아는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아가씨가 기색을 드러내지 말라고 하니 감히 묻지 못하고 조용히 되물었다.
“아가씨, 그럼 아가씨는요?”
“나는 볼일이 좀 있어. 네가 먼저 가면 내가 곧 뒤따라갈게. 어서 가거라, 나를 기다릴 필요 없다. 나는 구름 타는 법을 배워서 배를 탈 필요가 없어! 어서 가!”
정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양회는 마치 뒤에 무슨 위험이라도 닥친 것처럼 눈짓으로 서둘러 가라고 재촉했다.
정아는 어쩔 수 없이 세 걸음마다 한 번씩 뒤를 돌아보며 떠나갔다.
정아가 떠난 뒤 양회는 앞방의 부들방석 위에 앉아 장우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장우인이 긴 검을 등에 메고 돌아왔다.
그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양회가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매우 기뻐하며 말했다.
“당신 왔구려! 정말 때맞춰 잘 돌아왔소!”
양회는 냉소를 흘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장우인은 그녀의 목에 호심린이 없는 것을 보고 초조하게 물었다.
“내가 보낸 목걸이는 왜 차지 않았소?”
양회는 멍하니 장우인 뒤의 긴 검을 바라보며 물었다.
“당신은 왜 내게 목걸이를 보내고 돌아오라고 했나요?”
장우인이 대답했다.
“밖은 전쟁터라 당신이 위험할까 봐 걱정되었소.”
양회는 다시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허허, 원래 그랬군요… 그랬던 것이군요. 그럼 당신 뒤에 메고 있는 저 검은 무엇 하려는 건가요?”
장우인이라는 사람은 본래 말을 잘하지 못하고 표현력이 부족했다. 어떤 일을 설명하려 하면 장황하게 늘어놓아야 하는 성격이었다.
양회가 그렇게 묻자 장우인은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한참을 우물쭈물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를 본 양회는 자리에서 일어나 장우인 앞으로 걸어갔다. 눈빛은 담담했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장우인, 나는 인과업력에 얽매여 일 년 전 당신에게 시집왔지요.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 구면인 듯 반가웠으나 그것이 원수와 채권자의 만남인 줄은 몰랐습니다. 이제 당신이 긴 검을 지고 나더러 갚으라고 하니, 나는 원망도 없고 후회도 없습니다.”
양회는 말을 마치고 두 팔을 벌리며 말했다.
“어서 하세요!”
장우인은 조금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더 묻지 않고 다만 말했다.
“그럼 내가 준 목걸이를 먼저 차야 하오.”
양회가 물었다.
“왜요?”
장우인이 대답했다.
“그것이 당신을 다치지 않게 보호해 줄 것이오.”
양회는 속으로 생각했다.
‘다치지 않는다고? 다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빚을 깨끗이 갚겠어? 장우인, 나는 당신과 더 이상 어떤 연루도 되고 싶지 않으니 반드시 다 갚아야겠어….’
그리하여 양회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몰래 등 뒤에서 주머니 속 마지막 선기(仙氣)를 써서 똑같이 생긴 목걸이를 만들어 목에 걸었다.
장우인은 양회가 호심린을 차는 것을 보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긴 검을 뽑아 양회에게 말했다.
“아프지 않을 거요! 이 검 한 번이면 당신의 생사난은 끝나는 거요! 조금도 안 아프니 준비되었소?”
양회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두 팔을 벌린 채 눈을 감았다.
장우인의 검이 양회의 가슴을 꿰뚫었다!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
장우인은 아연실색하여 피바다 속에 쓰러지려는 양회를 붙잡았다.
양회의 목에 걸려 있던 호심린은 한 줄기 기운으로 변해 날아가 버렸다.
“어째서 이럴 수가!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지! 어째서… 어째서….”
“드… 드디어 다 갚았네요. 이제 더는 당신에게 빚진 게 없어요. 아쉽게도… 이번 생에 구름 타는 법조차 배우지 못했으니, 근기(根基)가 너무 부족했던 탓이겠지요.”
장우인은 고개를 저으며 비통하게 말했다.
“아니오, 아니오! 내가 준 호심린 목걸이는 어디 있소?”
양회는 웃으며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당신이… 처음 내게 산나물 죽 한 그릇을 주었을 때 나는 온몸에 상처를 입었고, 두 번째로 헌 옷 한 벌을 주었을 때 화살상을 입었죠. 또 징원도법(澄元道法)을 주어 반년 동안 당신을 수발들게 하더니… 이제 다시 목걸이를 준다니 감히 받을 수가 있어야죠. 그… 그래서 버렸어요.”
장우인은 이제 눈물로 범벅이 되어 통곡하며 말했다.
“부인, 내가 미안하오.”
양회가 다시 웃으며 말했다.
“허허허, 부인이라고요? 허허… 부인이라니…… 내 이제 죽음에 임하여 오직 두 가지 소원이 있어요. 하나는 다음 생에 다시 수련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당신과 죽어서든 살아서든 다시는 만나지 않는 거예요.”
말을 마친 양회는 미소를 짓고 두 눈을 감았다.
“부인! 부인! 부인! 양회! 양회……!”
장우인은 아내의 이름을 부르짖었으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최고의 소설가는 사람을 제도하는 사부들이시다. 이 얼마나 교묘한 안배인가! 요즘 사람들은 가슴 저미는 소설을 좋아한다는데, 이 두 사람은 가슴 저미는 이야기의 시조라 할 만하다. 그런데 왜 이 마음을 고통스럽게 ‘학대’하는 것일까? 재미를 위해서? 아니면 단지 고통을 주기 위해서? 물론 아니다. 이 두 사람이 전생과 현생을 이어 서로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은 모두 한 가지 일을 위해서였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