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본선생
【정견망】
정아는 나루터에 도착했으나, 이 경주도가 밑바닥이 없음을 발견하고는 다시 되돌아왔다.
그녀가 막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장우인이 검으로 아가씨의 심장을 꿰뚫는 것을 똑똑히 목격했다!
정아는 문 앞에 주저앉아 멍한 눈빛으로 겁에 질려 있었다.
정아는 아가씨가 칼에 찔린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일시적으로 미쳐버렸고, 미친 듯이 거리로 달려가 크게 소리쳤다.
“장우인이 아가씨를 죽였다! 장우인이 아가씨를 죽였어! 사람 살려! 장우인이 자기 아내를 죽였다! 사람 살려! 사람 살려!”
순식간에 온 장가만이 장우인이 아내를 죽였다는 소식으로 가득 찼다.
장가만의 부인들은 모두 양회가 만든 공심척진통(空心滌塵筒)을 사용해 보았기에 양회를 다 알고 있었다. 그녀가 매우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는데, 사람됨이 순진하고 호감을 줄 뿐만 아니라 밝고 활달하며 일솜씨도 야무졌다. 가계를 꾸려나가는 동시에 집안 청소까지 하면서도 아무런 불평이 없었다.
“세상에! 장우인이 어떻게 그렇게 인면수심의 짓을 저지를 수 있지?! 아내가 그에게 얼마나 잘해줬는데!”
“정말 믿을 수 없어. 아침저녁으로 함께 지내던 조강지처에게 어떻게 이런 참혹한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흐흑… 양회 언니는 정말 좋은 분이었는데! 어떻게 자기 낭군 손에 비참하게 죽을 수 있어!”
“흐흑… 양회 낭자 신세가 정말 가련하구나……”
“장우인은 어째서 그렇게 인간성이 없을까! 흐흑……”
……
“형님! 형님! 큰일 났습니다! 새화 낭자가… 그녀가……”
“그녀가 어쨌단 말이냐?”
이광요가 초조하게 물었다.
“그녀의 남편에게 살해당했습니다!”
“뭐라고?!” 이광요는 눈을 크게 뜨고 거친 숨을 몰아쉬더니, 신발도 신지 않은 채 그대로 뛰어나갔다.
그는 장부 별원까지 단숨에 달려갔다. 별원 문 앞에는 많은 사람이 몰려 있었고, 구경하는 인파를 헤치고 들어가자 커다란 핏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장우인은 한 손으로 양회의 몸을 받치고, 다른 한 손으로는 양회의 맥박을 짚은 채 두 눈을 감고 미간을 찌푸리며 무언가를 찾고 있는 듯했다. 그의 양손은 피로 물들어 있었고 곁에는 장검 한 자루가 놓여 있었다.
양회는 얼굴이 창백해진 채 마치 죽은 사람처럼 고요히 누워 있었다.
이광요는 양회의 곁에 무릎을 꿇고 울면서 말했다.
“흐흑… 새화 낭자, 내가 당신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했소, 내가 당신을 지켜주지 못했구려! 흐흑…” 이어 그는 핏발이 선 눈으로 장우인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그는 장우인의 멱살을 잡고 턱을 쥐어짜며 사납게 물었다.
“너… 너… 너는 왜 네 아내를 살해한 것이냐?”
장우인은 여전히 두 눈을 감은 채 양회의 맥박을 짚으며 그의 물음을 듣지 못한 듯했다.
이광요는 그가 대답이 없자 분노하며 주먹으로 장우인의 머리를 세차게 내리쳤다. 왼쪽 한 대, 오른쪽 한 대, 왼쪽 한 대, 오른쪽 한 대, 주먹질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장우인의 양 볼이 붉게 부어오르고, 그 부은 곳에서 피가 흐르고, 입가에서 뼛조각이나 이빨 부스러기 같은 것이 섞인 피가 흘러나올 때까지 이광요는 주먹이 퉁퉁 붓도록 때리고서야 멈췄다.
장우인은 부서진 치아 두 개와 핏물을 몇 차례 뱉어냈으나, 여전히 눈을 뜨지 않은 채 세밀하게 양회의 맥박을 짚었다. 아마도 계속 찾지 못한 것이 있는지 그는 양회의 가슴팍으로 손을 뻗었다.
이광요는 그의 손을 거칠게 밀쳐내며 비통하게 말했다.
“더는 그녀를 건드리지 마라!”
그제야 장우인은 눈을 뜨고 이광요를 한 번 쳐다보았다. 그는 이광요가 양회를 위해 말을 되찾아주고 천금을 보내주었던 사람임을 알아보았다.
이광요는 장우인이 마침내 눈을 떠 자신을 바라보자 다시 울며 물었다.
“너는 어째서 자기 아내를 살해했느냐?”
(이 세상에는 정말 죽도록 맞아도 단 한 마디 해명을 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아마 마음속에 아예 해명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어서일 것이다. 해명이란 무엇인가? 장우인은 모른다고 할 것이다. 한 마디 해명하는 시간이면 차라리 더 맞는 게 낫지, 무엇을 해명한단 말인가?)
그러나 장우인은 이광요의 질문을 듣지 못한 듯 다시 눈꺼풀을 내리고 계속해서 양회의 가슴팍을 더듬었다.
이광요가 다시 그의 손을 밀쳐내려 했으나 이번에는 아무리 힘을 써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광요는 미친 사람처럼 다시 분노의 주먹을 들어 장우인의 머리를 마구 흔들었다.
장우인의 코에서 피가 흐르고 귀에서도 피가 흘러나왔지만, 이광요의 커다란 주먹은 멈추지 않았다.
이때 이광요의 부하들이 달려 들어와 미쳐 날뛰는 이광요를 붙잡으며 슬프게 말했다.
“형님! 새화 낭자는 이미 죽었습니다. 마음을 가라앉히십시오!”
이광요는 바닥에 엎드려 통곡했고, 장우인의 손은 여전히 양회의 가슴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일찍이 도둑질과 약탈을 할 때도 눈 하나 깜짝 않던 형님이 이토록 슬퍼하는 것을 본 부하가 말했다.
“이놈이 형님이 가장 사랑하던 낭자를 죽였는데, 살려둬서 뭐 하겠습니까?” 말을 마치고는 바닥에 떨어진 장검을 집어 장우인의 가슴을 찔렀다.
“챙!” 장검이 두 동강 났다.
모두가 깜짝 놀랐다. 장우인에게 이런 공력(功力)이 있을 줄은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
이때 장우인은 의아한 기색을 내비치더니 양회의 몸을 안아 들고 누각 위로 올라갔다.
이광요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울부짖었다.
“세상에 법도 없단 말이냐! 남편이 아내를 살해하고도 유유히 살아가다니! 법이 없구나!”
구경하던 사람들도 탄식하며 술렁였다. 그중 한 부인이 말했다.
“그가 도대체 왜 아내를 살해했는지, 이제 정아 낭자에게 물어보는 수밖에 없겠군요.”
이때 정아는 수루(繡樓)의 책임자 아주머니의 보살핌을 받고 있었다. 사람들이 수루에 도착해 정아에게 사건의 연유를 물었다.
정아가 울면서 말했다.
“장우인은 우리 아가씨에게 늘 냉담했습니다. 아가씨를 아주 싫어했어요. 아가씨가 떠나서 돌아오지 않을 것 같으니 안달복달하더니, 아가씨가 막상 돌아오니 마음속으로 혐오감이 생겨서 검으로 그만……”
자기 아가씨가 왜 나룻배에 빨리 타라고 귓속말을 했는지, 왜 자신과 함께 떠나지 않았는지 같은 여러 이상한 행동에 대해 정아는 전혀 기억해 내지 못했다. 장우인이 유일한 혈육인 아가씨를 검으로 찌르는 것을 보았을 때, 그런 기억들은 이미 원한과 공포 아래 묻혀버렸다.
그리하여 정아는 장우인이 아가씨와 자신을 미워해서 아가씨를 ‘살해’한 것이라고 단정 지어 말했다.
이때 너무나 비통해하던 이광요가 말했다.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 새화 낭자가 억울하게 죽게 할 수는 없어!”
“형님, 그 장우인이라는 놈은 매집도 좋은 데다 칼로도 죽일 수 없으니 어찌합니까?”
그러자 한 노부인이 말했다.
“장가만에는 관청도 없고 마을 주인도 없지만, 명자기사(冥皉棋社)의 집사가 아주 대단하다고 들었소. 그 휘하의 업해흑령(業海黑靈)은 원혼을 대신해 목숨을 앗아가며 복수를 해준다오. 그를 찾아가 보시게.”
이광요는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시각 장우인은 천목(天目)으로 양회의 육신을 투시하고 있었는데,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양회는 수련을 통해 육신이 내백체(奶白體) 상태를 나타냈을 뿐만 아니라, 운반공 또한 이미 숙련되어 심장, 간, 비장, 폐, 신장을 순간적으로 이동시킬 수 있었다.
그가 이전에 양회의 맥을 짚었을 때, 그녀의 심맥(心脈)이 있는 듯 없는 듯하고 때로는 만져졌다가 때로는 전혀 만져지지 않았다. 혈자리 또한 마찬가지였는데, 이는 그녀의 맥이 이미 아주 넓게 닦였음을 의미했다.
그가 나중에 양회의 가슴을 만진 것은 그녀의 심장을 찾기 위해서였다. 천목으로 관찰해보니, 그가 검으로 찔렀을 때 양회의 심장이 순간적으로 위치를 옮겨 치명적인 일격을 완벽하게 피했던 것이다.
장우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다행히 범검(凡劍 일반적인 검)으로 가슴을 찔렀기에 망정이지, 만약 유리검(琉璃劍)이었다면 양회의 육신은 틀림없이 죽었을 것이다. 유리검은 삼계(三界)의 어떤 시공도 관통할 수 있어 피할 수 없지만, 범검은 그런 기능이 없기에 그녀의 심장이 화를 면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양회는 지금 가슴에 중상을 입었을 뿐 죽지는 않을 것이기에, 장우인은 공(功)을 운용해 그녀의 육신을 치료해 주려 준비했다.
한편, 이광요는 이미 명자기사에 들어서고 있었다.
명자기사의 집사는 눈이 벌겋게 충혈된 이광요를 보자마자 말했다.
“자네 옛 주인이 장우인에게 칼을 맞았으니, 그녀를 대신해 복수하러 왔는가?”
이광요는 자세히 듣지도 않고 ‘복수’라는 두 글자만 귀에 들어왔다.
그리하여 그는 비분강개하여 말했다.
“그렇습니다! 당신의 모든 업해흑령을 청해 장우인을 죽이고 싶습니다!”
노인은 천천히 자리에 앉아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말했다.
“장우인 자신에게는 이미 업력(業力)이 없네. 다른 사람의 업력을 빌려다 그에게 쓰는 수밖에.”
이광요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업력이니 뭐니 하는 소리는 알아듣지 못하겠소이다! 나는 그저 업해흑령이 가서 장우인을 죽이길 원할 뿐입니다! 당신의 업해흑령을 빌려준다면 천금을 보내겠소!”
노인은 다시 견과류 한 알을 먹으며 말했다.
“좋네, 장가만 다른 사람들의 흑령을 모두 장우인에게 보내줄 테니 돌아가서 기다리게! 장우인이 반드시 고생 좀 깨나 할 거야!”
“좋습니다! 약조한 것이오! 내 곧 천금을 보내리다!”
“음, 서두르지 말게나. 장가만의 업해흑령들이 모두 가서 장우인을 죽이려 든다 해도, 그가 반드시 죽는다는 보장은 없으니!”
“당신네 업해흑령이 그렇게 무능하단 말입니까?”
“어디 한번 시험해 보겠는가?” 노인은 말을 마치고는 옆에 있는 기방(棋房) 하나를 열어 흑령 두 개를 불러냈다.
이 흑령들은 이광요를 보자마자 하나는 그의 목을 조르고, 하나는 그의 머리를 세차게 물어뜯었다.
이광요는 숨이 막혀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꼈고, 노인은 그제야 흑령들을 다시 돌려보냈다.
이광요는 목을 감싸 쥐고 기침을 하며 말했다.
“커헉… 커헉… 이래도 그놈이 죽지 않는다면 나도 더는 할 말이 없소이다.”
“하지만 일러둘 것이 있네. 장우인이 장가만 사람들의 흑령을 다 받아내고도 죽지 않는다면, 그는 장차 당신들의 왕이 될 거야.” 노인이 차분하게 말했다.
이광요는 믿지 않으며 말했다.
“이 흑령들이 모두 가서 그를 죽이려 하는데도 죽지 않는다면, 그가 하느님이 된다 해도 내 기꺼이 인정하겠습니다!”
노인은 웃으며 손가락 하나를 입술에 갖다 대고 이광요에게 나지막이 속삭였다.
“쉬잇, 천기(天機)는 누설할 수 없는 법이라네.”
이광요는 노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노인은 서둘러 엄숙하게 말했다.
“됐네, 이제 흑령을 보내 장우인을 죽일 테니 돌아가서 천금을 가져오게!”
이광요가 서둘러 천금을 가지러 가자, 노인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얼굴에 엷은 미소를 띠고 중얼거렸다.
“본래 장가만의 업해흑령은 모두 장우인의 수련을 위해 있는 것인데, 무엇을 그리 서두르시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