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江南)
【정견망】
빗방울과 햇살이 뒤섞이고, 천둥번개 속에서 연꽃이 피어났다. 매미는 틀림없이 연꽃의 요염한 아름다움에 깜짝 놀랐을 것이다. 매미 소리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열렬하고 유쾌하게 천지를 뒤덮으며 끊이지 않으니, 그것은 그들이 생생세세(生生世世) 기원하던 바가 마침내 실현된 후의 행복한 광란이리라.
몸에 묻은 진흙이 벗겨지고 미망(迷茫)은 이미 씻겨 내려갔으니, 발버둥 치던 나날들은 과거가 되었다. 처음 뾰족한 모서리를 드러낸 영롱함과 활짝 피어난 우아함은, 가려지든 숨겨지든 모두 속세를 벗어난 듯하다. 여름 연꽃이여, 비 오는 날이면 너는 내리치는 빗방울을 감로(甘露)로 여기고 성결(聖潔)을 신앙으로 삼아 고요함 속에서 수행하는구나. 이제 사람들은 너를 감상하고 너를 찬미하며, 자신들의 모든 사랑을 다정한 눈망울과 정묘한 시화(詩畫) 속에 쏟아붓는다.
연꽃(荷)은 연(蓮)이라고도 하며 준수하고 청아한데, 송대의 주돈이(周敦頤)는 “진흙에서 나왔으나 물들지 않고, 맑은 물출렁임에 씻겼으나 요염하지 않으며, 속은 통하고 밖은 곧아 덩굴지지 않고 가지 치지 않으며, 향기는 멀어질수록 더욱 맑고 뜰에 청정하게 서 있으니,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어도 함부로 가지고 놀 수는 없다……”라고 찬미하여 그 아름다움을 극치로 표현했으니, 연꽃을 감상하는 글의 모범이 되었다.
문득 어릴 적 경험이 생각나는데, 그 시절에 필자는 유독 연꽃 그리기를 좋아했다.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게 때때로 자각적이든 비자각적이든 책의 여백이나 연습장에 연꽃을 그리곤 했다. 이제야 알게 된 것은,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천상 세계에 두고 온 꽃이 아니었을까? 그것은 생명의 아득히 먼 부름이로다! 시골에서 토란잎을 보았을 때 색택과 모양이 연잎과 너무나 닮아 무척 좋아했으니, “그 사람의 집을 사랑하면, 그 집 지붕 위에 앉아 있는 까마귀까지 예뻐 보인다.”
[역주: “그 사람의 집을 사랑하면, 그 집 지붕 위에 앉아 있는 까마귀까지 예뻐 보인다.[愛屋及烏]” 이 성어는 본래 중국 전통문화에서 까마귀는 불길함이나 추함을 상징하는 새였지만 어떤 사람을 너무나도 극진히 사랑하고 아끼다 보니, 그 사람이 속한 환경이나 그 사람과 관련된 아주 사소하고 평소라면 싫어했을 존재인 까마귀까지도 전부 좋게 보이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여름날, 맑은 바람과 밝은 햇살 아래 서호(西湖)로 연꽃을 보러 가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시끌벅적한 인파, 뛰노는 아이들, 유행을 선도하는 옷차림의 여성들, 한가로운 노인들, 카메라를 든 사진사들…… 참으로 번화하다. 저 멀리 뇌봉탑(雷峰塔)은 위엄 있고 신성하며, 뱀 요괴를 진압했다는 이야기가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바람이 불어오면 넓은 은빛의 연잎들이 소녀의 치맛자락처럼 흔들리며 여름의 운치를 흔들어 깨운다. 호수 위로 맑은 향기가 가득 넘쳐흘러 연꽃을 감상하는 이들을 취하게 한다. 연밥(蓮子)이 맺힐 때면 꽃잎들이 조각조각 떨어져 내리지만, 그 한 잎 한 잎에는 우상이 없으며 오직 사람들의 최초의 기쁨만이 있을 뿐이다. 맑고 쓴 마음을 감싸 안은 채, 꽃과 연밥은 모두 연꽃이 우리에게 부여한 가장 귀중한 여름의 선물이다.
한 송이 여름 연꽃에 가까이 다가가면 한 줄기 향기를 호흡하게 되고, 영혼의 청성(淸醒)함을 불러오게 되며, 탁한 세상의 오염을 제거하게 되나니……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30298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