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풍(清風)
【정견망】
위성의 아침 비 가벼이 날리는 티끌을 적시고
객사에는 파릇한 버들 색이 새로운데
권하노니 그대 다시 술 한 잔 드시게
서쪽으로 양관 나서면 더는 벗이 없으리니
渭城朝雨裛輕塵
客舍青青柳色新
勸君更盡一杯酒
西出陽關無故人
사람의 일생은 늘 생이별과 사별이 동반되며, 그것들은 우리 생명의 한 장면 한 장면을 구성한다. 그중 사람마다 서로 다른 장면에서의 이별에 대해 저마다 다른 느낌과 체험을 지니는데, 이 또한 문학 작품의 영원한 주제이다.
고시사(古詩詞)는 이 방면에서 선두를 달리며, 수많은 아름다운 작품(佳作)을 배출했는데, 이 시 《송원이사안서(送元二使安西)–안서로 출사하는 원이를 보내며》도 바로 그중 한 편이다.
위성(渭城)에 아침 일찍 나지막이 비가 내리고, 푸른 객사(客舍) 안에서 저자는 벗과 석별의 정을 나누고 있다. 장면은 다소 처량하지만 또 한편 진정성이 가득하다. 뒤의 두 구절은 천고의 명구이다.
“권하노니 그대 다시 술 한 잔 드시게
서쪽으로 양관 나서면 더는 벗이 없으리니”
이 두 구절은 백번 읽어도 질리지 않는다. 저자는 부처 수련을 하는 사람으로 여기에서는 사실 두 가지 층위의 뜻을 표현했다.
첫 번째 층위는 벗에게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라는 것으로, 이는 선종(禪宗)에서 말하는 ‘지금을 살라(活在當下)’는 것과 자못 흡사하다. 반면 다른 한 층위는 일반인들이 깨닫지 못하는 부분인데, 바로 왕유(王維)가 어느 정도 숙명통(宿命通) 공능을 지니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는 원이[元二, 본명은 원상(元常)]가 자신을 떠난 후에는 지음(知音, 마음이 통하는 벗)이 없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왕유는 불법을 수련하는 사람이고 유유상조이니, 원이 역시 같은 도의 길을 걷는 사람(同道中人)이었다. 수도인(修道人)의 사상 경지는 일반인과 매우 큰 차이가 있어서 일반인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벗이 없다(無故人)’는 것은 실로 이치에 맞는 일이다.
渭城朝雨浥輕塵,客舍青青柳色新。
勸君更盡一杯酒,西出陽關無故人。
불가(佛家)에서는 선(善)을 수련하지만, 선 가운데 또한 진(真)이 있고 인(忍)이 있다. 왕유는 여기에서 선을 표현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진(真)을 표현해 냈으니, 즉 벗에 대한 그의 감정이 극히 진지하다. 그리하여 시를 쓸 때 마음에서 우러나와 감흥이 일어났고, 붓을 잡으니 신의 도움(神助)이 있는 듯 보인다.
이 시와 대비되는 것이 고적(高適)의 《별동대(別董大)》이다.
천리에 황운 가득하고 백일은 흐릿한데
북풍은 기러기를 몰아치고 눈이 분분히 내리네
앞길에 지음이 없을까 근심하지 말게나
천하에 그대를 알지 못할 사람이 누가 있으랴
千裏黃雲白日曛
北風吹雁雪紛紛
莫愁前路無知己
天下誰人不識君
이 뒤의 두 구절 역시 천고의 명구로, 그 분위기가 “권하노니 그대 다시 술 한 잔 드시게
서쪽으로 양관 나서면 더는 벗이 없으리니”와는 정반대다. 실상 여기에도 마찬가지로 숙명통의 요소가 그 안에 자리 잡고 있다. 고적은 벗 동대[董大, 본명은 동정란(董庭蘭)]가 자신과 헤어진 후에 수많은 지음을 만나게 될 것임을 알고 있었으니, 이는 일반적인 의미의 호쾌함이나 격려보다 한 걸음 더 앞선 것이다.
이 두 시는 겉보기에 벗과의 이별에 대한 정조가 상반되는 듯하지만, 그 공통점은 모두 하나의 ‘진(真)’ 자에 체현되어 있다.
이별을 표현한 멋진 싯구는 이외에도 매우 많다.
은혜에 감사하는 것으로는 “도화담의 물 깊이가 천 척이라 해도, 나를 보내주는 왕륜의 정에는 미치지 못하네(桃花潭水深千尺,不及汪倫送我情)”가 있고,
아쉬움을 표현한 것에는 “또 왕손을 보내고 떠나니, 우거진 풀마다 이별의 정이 가득하네(又別王孫去,萋萋滿別情)”가 있으며,
처량한 것에는 “이제 가면 여러 해이리니, 아름다운 시절 좋은 풍경도 헛되이 베풀어진 것이리(此去經年,應是良辰好景虛設)”가 있고,
염려하고 그리워하는 것에는 “손 흔들며 여기서 떠나가니, 히힝히힝 이별하는 말들이 우네(揮手自茲去,蕭蕭班馬鳴)” 등이 있다.
이것들은 앞서 두 시에 나온 명구들과 마찬가지로, 서로 다른 사람들이 이별할 때 ‘진(真)’이 체현되는 각기 다른 구체적인 느낌들이다.
후세에 전해지는 시사(詩詞)는 사실 모두 신의 도움이 있는 법인데, 전제는 저자 본인의 근기(根基)가 좋고, 어떤 특정한 때에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감흥이 일어난 것이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