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견망】
해어진 베적삼에 찢어진 베치마 입고
사람만 만나면 은을 달굴 줄 안다고 떠드네.
어찌하여 제 쓸 은은 직접 달구지 못하고
강가에서 물을 길어 사람에게 파는가.
破布衫中破布裙,
逢人便說會燒銀。
如何不自燒些用?
擔水河頭賣與人。
당인(唐寅)은 자가 백호(伯虎), 또는 자외(子畏)이며, 호는 육여거사(六如居士), 도화암주(桃花庵主), 노국당생(魯國唐生), 도선선리(逃禪仙吏) 등이다. 남직례(南直隸) 소주 오현(吳縣 지금의 강소성 소주시) 사람으로, 명대의 유명한 화가이자 문학가이다. 전해지는 바로는 그는 명 헌종(憲宗) 성화 6년 경인(庚寅)년 인월(寅月) 인일(寅日) 인시(寅時)에 태어났다고 한다.
당백호는 축윤명(祝允明), 문징명(文徵明), 서정경(徐禎卿)과 함께 ‘강남대재자(江南四大才子)’또는 오문사재자(吳門四才子)로 병칭되며, 회화 방면에서는 심주, 문징명, 구영과 함께 ‘오문사가(吳門四家)’로 일컬어진다.
이 시는 타유시(打油詩, 풍자나 해학을 담은 속어체의 시)에 가까우며, 명대 고적 《고금담개(古今譚概)》에 기재된 일화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야기에 따르면, 한 술사(術士)가 당백호를 찾아와 수련의 술법이 얼마나 신묘한지 극구 자랑했다.
당백호가 듣고 웃으며 물었다.
“그렇게 신기하다면, 어찌하여 당신 스스로 수련하여 성공하지 않고 도리어 이런 좋은 일을 나에게 주려 하시오?”
술사가 대답했다.
“안타깝게도 내 복분(福分)이 얕기 때문입니다. 제가 수많은 사람을 보았지만, 선풍도골(仙風道骨)을 지닌 이 중에 선생만 한 분이 없습니다.”
당백호가 듣고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내가 복분을 내겠소. 성북에 빈 집이 한 채 있는데 매우 조용하니, 당신은 거기서 수련하시오. 나중에 연마에 성공하거든 우리가 반씩 나눕시다.”
술사는 끝내 그 안의 풍자를 알아채지 못했다.
그 후 어느 날, 그가 다시 문을 두드리며 부채 하나를 꺼내 당백호에게 시를 지어달라고 청했다. 당백호는 붓을 휘둘러 이 시를 크게 써주었다.
이 시는 언어가 통속적이고 거의 백화문과 같으면서도, 신랄하고 유머러스하며 일침을 가한다.
“해어진 베적삼에 찢어진 베치마 입고
사람만 만나면 은을 달굴 줄 안다고 떠드네.”
시 속에 묘사된 술사는 옷이 누더기이고 생활이 궁박하면서도, 사람만 만나면 자신이 금은을 연제(煉制)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친다. 짧은 두 구절만으로 큰소리만 치며 사기를 쳐서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을 아주 생생하게 각인시켰다.
“어찌하여 제 쓸 은은 직접 달구지 못하고
강가에서 물을 길어 사람에게 파는가.”
만약 정말로 돌로 금을 만들 수 있고 금은을 연마해낼 수 있다면, 어찌하여 가난하고 곤궁하게 지내겠는가? 왜 자신을 위해 조금도 달구지 못하고 어지러이 돌아다니며 남에게 유세하는가? 이는 마치 강가에서 물을 짊어지고 서서 물을 파는 것과 같으니, 겉으로는 고명해 보이지만 실은 황당하고 가소로운 것이다. 이 두 구절은 사기꾼의 거짓말을 들추어내는 동시에 기지와 풍자가 가득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사실 당백호가 진정으로 꿰뚫어 본 것은 단지 사기꾼의 기만술뿐만이 아니라, 세상의 한 가지 법칙이었다.
대법 사부님께서는 《각지 설법 1》 〈싱가포르불학회 설립식 설법〉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또한 이 우주에는 한 가지 이치가 있는데, 잃지 않는 자는 얻지 못하고 얻으면 곧 잃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사람이 무엇을 얻고자 하면 교환해야 하는데 그것을 득실(得失)이라고 한다. 어떻게 잃는가? 이 공간에서 속인은 볼 수 없으나 때로는 느낄 수 있다. 일반인은 간고한 노력 중에서 대가를 치르고 얻고자 하는 것을 얻는다. 대가를 치르지 않고 억지로 얻은 것은 신(神)이 그에게 대가를 치르게 한다.”
우주에는 아무 이유 없이 얻는 것도 존재하지 않고, 아무 이유 없이 잃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재물이든 명리든 혹은 복보(福報)든, 모두 ‘얻음이 있으면 반드시 잃음이 있다’는 법칙을 따르며, 모두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교환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므로 설령 세상에 진짜 연금술(煉金術)이 있다 하더라도, 결코 아무런 대가 없이 재물을 얻을 수는 없는 법이다. 만약 그에 상응하는 복분과 덕행(德行)이 없다면, 비록 얻는다 해도 반드시 다른 방면에서 잃는다.
당백호는 바로 이러한 도리를 알았기에, 술사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유혹하는 앞에서도 시종 청성(清醒)함을 유지하며 조금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
현실에서 많은 사람이 사기를 당하는 것은, 대개 탐욕과 요행 심리를 품고 힘들이지 않고 얻으려 하거나 본전의 만 배를 남기려 하기 때문이며, 결과적으로 사기꾼에게 틈을 내어주게 된다.
수련인에게 있어서는 더욱 세간의 명리와 득실을 담담히 내려놓아야 하며, 이익에 흔들리지 않고 유혹에 미혹되지 않아야 수련의 길이 더욱 견실해질 수 있다.
사실 수련인뿐만 아니라, 세상 사람들도 탐욕을 줄이고 본심을 지킬 수 있다면 속임을 덜 겪고 한결 편안할 수 있을 것이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3034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