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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림 선정의 사람을 부끄러이 뵙네 —— 《무당일선사란약에 부치다(題武當逸禪師蘭若)》 감상

리밍다오(李明道)

【정견망】

대숙륜(戴叔伦, 732년~789년)은 만당(晚唐)의 유명한 시인으로, 자는 유공(幼公)이며 진단(오늘날의 장쑤성) 사람으로 일찍이 무주(撫州) 자사를 지냈다. 안사의 난 이후 대당 제국은 번성에서 쇠퇴로 접어들었고 정세는 급전직하했다. 그 격동의 시기를 직접 겪은 대숙륜은 이산(離散)과 전란의 고통을 뼈저리게 맛보았으며, 세상일의 무상함과 인생의 방황을 깊이 느꼈다. 그는 말년에 관직을 버리고 은거하여 스스로 도사가 되었으며, 늘 승려와 도사들과 어울렸고, 그의 시는 종종 명예와 이익을 초연히 여기며 은거 생활을 동경하는 정회를 표현했다.

대숙륜은 말년의 울적함과 방황 속에서 병든 몸을 이끌고 무당산의 일선사(逸禅师)를 찾아갔다. 무당산의 경치는 맑고 그윽하여 구름을 밟고 신선이 된 듯했으며, 높은 곳에 올라 멀리 바라보면 가슴이 탁 트이고 시원해져 바람을 타고 속세를 벗어나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다. 그가 선정(禪定)에 든 일선사를 친견했을 때 더욱 깊이 흠모해 마지않았으며, 마음속이 훤하게 통하는 것을 느끼고 기꺼이 명작인 《무당일선사란약에 부치다》를 지었다.

무당일선사란약에 부치다①
내 몸은 본래 먼 길 떠난 나그네 같으니②,
하물며 이 난세(亂時)③에 병든 몸이랴.
산 넘고 물 건너 어디로 가는가,
죽림 속 선정에 든 이(禪定人)를 뵙기가 부끄럽구나④.

주석:
① 란약(蘭若): 범어 ‘아란약(Aranya)’에서 온 말로, 본래는 숲을 가리켰으나 나중에 ‘적막한 곳’, ‘한가한 곳’으로 의미가 확장되었다. 간단히 말해 속세를 떠난 조용한 수도처를 뜻한다. 고대에는 절을 란약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② 원행객(遠行客): 오랜 세월 동안 떠돌며 객지에 있는 사람을 뜻하며, 죽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도 쓰인다. 고대에는 《고시십구수(古詩十九首)·청청릉상백(青青陵上柏)》의 “인생이 천지간에 처함이, 문득 먼 길 떠난 나그네 같네(人生天地間, 忽如遠行客)”처럼 죽음을 이르는 말로 쓰이기도 했다.
③ 난세(亂時): 만당 시기 각지의 번진(藩鎮)들이 할거하고 끊임없이 전쟁이 일어났던 혼란스러운 시대를 가리킨다.
④ 선정인(禪定人): ‘선정’은 수련계의 용어로, 좌선하여 입정(入定) 상태에 들어간 것, 즉 형체를 잊고 잡념이 없는 상태에 도달한 것을 말한다. ‘선정인’은 시의 제목에서 언급된 일선사를 가리킨다.

이 시는 평이하면서도 함축적이며, 깊은 철리(哲理)를 담고 있다.

시의 첫 두 줄은 시인의 고적함과 울적함을 드러낸다. “나는 본래 먼 길을 떠난 외로운 나그네 같은데, 하물며 이 난세에 병까지 겹쳤으니 어떠하겠는가.”

세 번째 구절은 그의 방황과 무력을 그려낸다. “나는 만고강산을 헤매며 물을 건너고 있으나, 도대체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인가.”

네 번째 구절은 선(禪) 수련의 경지에 대한 동경과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찰을 토로한다. “죽림 속에서 선정에 든 일선사를 마주하니, 내 자신이 부끄럽게 여겨진다.”

대숙륜은 왜 “부끄럽다(羞見)”고 말했을까? 그 이유는 적막하고 광활하며 맑고 아득한 무당산 위에서, 대나무 숲 속에서 가부좌를 틀고 선정에 든 선사 앞에 서니, 인간 세상의 공명리록(功名利祿), 영욕과 부침(浮沈), 생로병사 등은 모두 더러운 티끌이자 겹겹의 멍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 풍경과 이 사람 앞에서 인간의 마음은 정화되며, 세속의 번잡함과 번민은 입에 올리는 것조차 부끄러운 일이 되는 것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만고강산을 떠돌았으나 정작 어디로 가야 할지 알지 못하는데, 일선사는 이미 자신의 마음에 돌아갈 곳을 찾았기 때문에 ‘부끄럽다’고 말한 것이다.

이 시는 대조의 수법을 통해 그 내면을 표현했다. 시인은 ‘원행객’, ‘난세’, ‘병든 몸’, ‘경산섭수(산 넘고 물 건너)’ 등 일련의 이미지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나그네의 곤경을 그려냈으며, 이것이 마지막 구절의 ‘죽림선정인(죽림 속 선정에 든 이)’이라는 이미지와 대조를 이룬다. 이를 통해 어지러운 세속 속에서 내면의 평온을 찾으려는 소망과 은거 생활에 대한 동경, 선 수련 경지에 대한 경외심을 표현했다.

대숙륜의 이 시는 선의(禪意)가 가득할 뿐만 아니라 깊은 인생의 철리도 담고 있어, 반성과 성찰이 있고 초탈과 선정이 담겨 있다. 평이하면서도 여운이 길게 남는 이 시는 마치 한 잔의 맑은 차처럼 곱씹을수록 깊은 여운을 자아낸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3045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