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미(子美)
【정견망】
신(神)이 신주(神州)에 내려오시니 얼마나 비장한가,
사람이 사람의 일을 기록하니 무수한 풍류 흘러갔구나.
神下神州,幾多悲壯;人書人事,無數風流。
신(神)은 사람의 처음이고 하늘의 대의(大義)이니,
사람은 신이 만드신 것으로 땅의 첫 소리로다.
우주는 수없이 많은데 그 누가 주(主)이고
건곤(乾坤) 하나하나는 그 누가 태어나게 했는가?
하늘의 뜻은 지극히 높건만 바른 도(中流)는 어디에 있으며,
인문은 아득히 먼데 상계(上界)에선 누가 행하시는가?
神乃人初,天之大義;人源神造,地之先聲。
宇宙千千,誰爲其主;乾坤一一,誰與其生?
天意窮高,中流⑴何在;人文宏遠,上界誰行?
마음을 다해 서로를 비추며 신이 신주에 내려와,
무를 쓰고 문을 닦으며 사람이 역사를 기록하셨네.
하(夏)·상(商)·진(秦)·한(漢)은 전쟁이 그치지 않았고,
당(唐)·송(宋)·원(元)·명(明)은 시문(詩文)에 뜻이 있었네.
披心照膽,神下神州;用武修文,人書人事。
夏商秦漢,兵馬無休;唐宋元明,詩文有意。
천백 년의 번화와 흥망 속에 산하는 아득하고,
수많은 인물들이 역사의 무대에 오르내리니 풍운이 차례로 지나갔네.
높은 하늘에서 온 나그네들 큰 사명 지니고,
땅에 내려와 사람이 되어 세속의 먼지를 백세(百世) 동안 뒤집어썼네.
千百繁華興廢,河嶽蒼茫;百千人物登臨,風雲次第。
高天來客,銜命千鈞;下土行人,蒙塵百世。
제왕과 호걸, 서민과 현성(賢聖) 흘러가는 세월 속에 이름을 남겼고,
영예와 치욕, 머물고 떠남, 성공과 실패, 옳고 그름이 거친 바람 속을 헤쳐왔도다.
帝王、豪傑、庶民、賢聖,流歲聲名;
榮辱、去留、成敗、是非,當風跋履。
자줏빛 기는 동쪽에서 오니 산하에 머문 자취는 정해진 바가 있고,
푸른 소 타고 서쪽으로 떠나니 남긴 도덕(道德)엔 티끌 하나 없네.
공자(仲尼)께서 열국을 두루 다니며 사람에게 예를 가르쳤고,
유가의 일문 높이 들어 세상을 인(仁)으로 다스렸네.
紫氣東來,寄跡山河有數;青牛西去,遺芳道德無塵⑵。
仲尼列國周遊,教人以禮;夫子一門高舉,治世從仁。
실을 끊은 마음은 환난에서 아들을 구하려는 정이요,
세 번 이사하며 고려한 건 아들을 덕(德)으로 길러 사람을 만듦이라.
장자는 나비가 되어 기쁘게 날았으니 그 오묘한 이치 누가 알리요,
동이를 두드리며 노래한 그의 진실을 누라서 이해하리?
천인(天人) 천상(天象), 성자(聖者)의 성문(聖門)이로다.
絲斷之心,愛子情於救患;三遷之顧⑶ ,教兒德以成人。
子休飛蝶以歡,誰知其妙;漆吏敲盆而唱,誰解其真?
天人天象,聖者聖門。
진시황의 대업은 세상을 바로잡아 천하의 기틀을 처음 다졌고,
위무제(魏武 조조)의 높은 풍류는 창을 가로지르고 산수를 길게 읊으셨네.
칼끝이 가리킨 강산은 온통 승리러니 한신이 병사를 거느렸고,
피로 물든 하늘은 반이나 붉었으니 악비가 의기를 떨쳤도다.
秦皇大業,匡時一奠蒼黃;魏武高情,橫槊長吟山水。
劍指江山全勝,韓信點兵;血驚霄漢半紅,嶽飛生氣。
해와 달이 흘러간 세월이여, 대당(大唐)의 천 년 역사는 빛을 발하고,
강희·옹정·건륭의 치세여, 희대에 온 세상에 아름다움 드리웠네.
홍대한 국운이 구주(九州)에 웅장한 소리를 떨친 양송(兩宋)의 영화,
제국의 판도 온 우주를 채운 원조의 풍치(風致)여.
사직은 누런 먼지로 남고, 영웅은 청사에 남았네.
日月歲也,大唐千祀流光;康雍乾兮,希代萬方垂美。
洪祚九州聲壯,兩宋榮華;皇圖萬宇鞭長,一元風致⑷ 。
社稷黃塵,英雄青史。
길게 읊조리는 가락 속에 가을 소리, 가을 빛, 가을의 정이여,
송옥의 《구변》이 어찌 견디리오, 근심스러운 나그네의 창자가 끊어질 듯 아프네.
북해, 남산, 서극은 이백의 용과 같은 읊조림이요,
푸른 구름과 붉은 대궐, 자줏빛 노을이여, 적선(謫仙)의 봉황 울음소리라.
一行長詠,秋聲秋色秋情;九辯⑸何堪,愁旅愁腸愁抱。
北海南山西極,太白龍吟;青雲丹闕紫霞,謫仙鸞嘯。
하늘이 조화를 기울인 조식은 여덟 말의 재주를 지녔고,
하늘이 내려준 도연명은 평생토록 그만의 도(道)를 지켰네.
이상은의 신령한 운은 율시를 엮어 웅장한 문장을 이루었고,
상은(商隱)의 큰 소리 시(詩)의 고조를 일으켰네.
天傾子建,八鬥之才;天與淵明,一生之道?
義山靈韻,經綸律以雄文;商隱大音,振舉詩之高調。
고니의 뜻을 품은 이들 북두칠성을 굽어보는 품격을 드날렸고,
제비나 참새 같은 마음을 가진 이들 감히 하늘을 찌를 듯한 소리를 내지 못했네.
하늘의 울림은 길고도 아득하니, 문장의 화려함과 문장의 오묘함이여.
鴻鵠志,長揮泛鬥之懷;燕雀心,難有淩霄之叫。
天響天長,文華文妙。
진인 장삼풍의 걸음이여, 심오한 도가 그 손바닥 안에서 유유히 길고,
대도(大道)의 행함이여, 태극의 우주 속에서 드넓게 펼쳐지네.
뿌리 없는 나무(無根樹)는 찬란하게 꽃을 피우고,
구슬을 품은 시구들 세상을 깊이 권고했네.
真人之邁,虛玄掌上悠長;大道之行,太極寰中宏肆。
無根之樹⑹ ,奕奕發花;懷玉之詞,深深勸世。
봉래산을 바라보며 천축을 관통한 현장(玄奘)의 높은 기개여,
진불(眞佛)을 좇아 평생을 바친 당승의 기이한 뜻이네.
머나먼 길을 떠나고 떠나니 비바람을 헤치며 온갖 다름을 겪었고,
아득한 대 사막, 천 리 길에 인가의 자취조차 끊어졌네.
望蓬山⑺穿天竺, 玄奘高標;追真佛付平生,唐僧奇志。
長圖去去,披風雨則萬殊;大漠茫茫,絕人煙於千裏。
일본에 건너간 감진(鑑真) 화상은 극락의 빛이요,
진무(真武)의 북쪽 비상은 태화산의 최고봉이로다.
길고도 아름다운 그림이여, 웅장하고 아름다운 황금빛과 자줏빛이여.
鑒真東渡,極樂之輝;真武北飛⑻ ,太和之最。
長矣丹青,美哉黃紫。
산안개 아스라이 서리고 늙은 나무엔 까마귀 한 줄기 걸려 있고,
밥 짓는 연기는 모락모락 피어나는데 작은 다리와 흐르는 물가엔 몇 마디 새소리.
어느 때엔가 십 리 호수에 연꽃이 피고 마름 따며 노젓는 노래 밤에 퍼졌고,
어느 곳엔가 삼추의 계수나무 꽃 필 때 피리 불며 맑은 날을 즐겼던가?
山氣濛濛,老樹寒鴉一抹;炊煙嫋嫋,小橋流水數聲。
幾時十裏荷花,菱歌泛夜;何處三秋桂子,羌管弄晴?
술집과 노래방엔 온통 중원의 유영의 노랫소리가 울렸고,
대나무 숲의 초가집엔 서촉 양웅의 정자 외로이 섰네.
청총(靑塚 왕소군 묘)의 거친 연기 속에 한나라 여인은 홀로 궁궐을 나서고,
석양의 외로운 그림자 속에서 혜강의 곡조는 그 누가 들으려나?
삼천의 온갖 경치 속에 허다한 인정이 서려 있구나.
酒肆歌樓,舉中原耆卿曲⑼ ;竹林茅舍,偏西蜀子雲亭。
青塚⑽ 荒煙,漢女千門獨出;斜陽孤影,嵇康一曲誰聽?
三千物色,幾許人情。
오고 가는 모습 그림 같으니 그림 속의 주인공은 누구이며,
세월은 노래 같으니 그 노래 속 영웅은 누구런가?
지나간 먼지를 한눈에 담으니 만사와 천추의 일이요,
오늘날 높이 날아오르니 천 겹 만 길 구름 위로 치솟는도다.
往來如畫,畫裏誰爲;星歲如歌,歌中誰俊?
前塵一攬,萬事千秋;今日高飛,千重萬仞。
중원을 바라보니 붉은 요괴가 길을 차지해,
천하를 놀라게 하니 붉은 짐승이 날뛰는 때이네.
탐관오리들은 들쑥날쑥 갈 길 잃은 개 마냥 허둥대고,
악인들은 요동치며 땅속으로 숨어드는 도깨비가 되었네.
望中原,紅妖占道;驚天下,赤獸行時。
貪吏參差,如喪家之犬;惡人跳竄,作入地之魑。
나라를 기울게 하고 백성을 학대하니 천재는 더욱 심하고,
양심을 속이고 덕을 무너뜨리니 인화가 더디지 않도다.
남북으로 혼비백산 남의 목숨을 침해함이요,
동서로 세상을 경악케 하니 사욕을 채우려 그릇된 짓을 저지름이라.
傾國虐民,天災尤眾;欺心敗德,人禍未遲。
南北驚魂,害他人於侵命;東西駭世,張私欲而爲非。
수많은 나뭇잎이 가을바람에 시달리듯 인심은 풀잎과 같고,
수많은 사람들이 의리를 저버리니 본성마저 잿더미가 되었네.
물은 울부짖고 산은 소리치며 의관이 땅에 나뒹굴고,
유성 흐르고 세월이 흉하니 갑자(甲子)의 운명은 실 한 줄에 매였도다.
萬葉橫秋,人心如草;千夫無義,天性成灰。
水叫山號,衣冠落地;星流歲惡,甲子懸絲。
시들어가는 계절이여, 푸름은 짙고 붉은빛은 시들어 가고,
몰락해 가는 세상이여, 하늘의 기이한 일들이 끝없이 일어나네.
살아가기 어렵고 험난한 지금, 세상엔 예의는 사라지고 갈림길만 많으며
사람이 할 도리를 못 하니 목숨은 하찮고 마음은 이미 망가졌네.
凋零季節,綠暗紅衰;沒落方圓,天奇事怪。
難行難過,今少禮世多岐⑾ ;非所非人,命殊輕心已壞。
말세의 말상(末象)이여, 이리 저 탄식만 나오며,
위태로운 도(道)와 위태로운 나라이니 백성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는가?
이러한 정경을 보며 어찌 아프고 슬프지 않으리오,
이러한 사물과 사람들을 그 누가 불쌍히 여기고 사랑해주리?
末時末象,遠近堪嗟;危道⑿ 危邦,生靈何奈?
此情此景,何痛何悲;這物這人,誰憐誰愛?
붉은 깃발은 처참하고 땅에 엎드려 울부짖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데,
누런 기운이 피어오르니 종류를 초월해 하늘의 너그러운 은혜를 얻도다.
한 무리의 기이한 꽃이 피어나니 좋은 풍경이 마땅히 돌아올 것이고,
잔혹한 밤의 오경이 지나면 향기로운 봄날을 기다릴 수 있도다.
紅旗慘淡,發聲塗地連綿;黃氣蒸騰,無類得天慷慨。
奇花⒀一院,好景應還;殘夜五更,芳春可待。
성인의 말씀 세속을 깨우치고, 세속을 교화하는 가르침 하늘 향처럼 맑아라.
진리를 금과옥조처럼 던지니, 금륜과 옥절의 법도가 드높도다.
수많은 신선들이 세상에 내려와 세속의 풍진 속을 노닐고,
정성스런 제자들 사람 구하려 눈처럼 순결한 마음 드러내네.
聖言驚俗,俗化⒁ 天香;真理擲金,金輪玉節。
絡繹神仙下世,踐境風塵;殷勤弟子救人,披肝冰雪。
자줏빛 노을이 날고 봉황이 춤을 추니 영웅들의 기개는 하늘과 맞먹고,
비바람과 불길 속에서도 향기로운 옷깃은 쇠처럼 굳세어라.
소귀들의 차가운 감옥 온갖 형구 가득한 그 많은 어둠의 소굴에서,
큰 성취 이룬 정녀(貞女)와 장부들 수많은 절개의 피 흘렸네.
紫飛黃舞,英物比天;風裏火中,芳襟如鐵。
小鬼寒牢刑具,多少黑窩;大成⒂貞女丈夫,萬千青血。
그 얼마인지 헤아릴 수 없나니 선을 행하고 참됨을 구하며,
그 몇이나 되는지 물어보나니 피눈물 나는 생사 이별이로다.
중주의 연옥 속에서 존자들이 덕화(德華)가 빛을 내고,
가장 높은 경지의 연단로 속에서 대웅(大雄)의 빛 타오르네.
知何限,行善求真;問幾多,生離死別。
中州煉獄,尊者德華;上第⒂丹爐,大雄光烈。
홍대하고 미시적인 우주 곳곳에 하늘의 은덕 생명을 살리고,
초목과 산하에 인간의 잠든 영혼을 깨우쳐 일깨우네.
별의 문장과 별의 사자들이여, 푸른 봉황을 날려 하늘의 위엄 전하고,
하늘 장수와 하늘 병사들, 신비로운 무력으로 붉은 용을 소멸하네.
洪微上下,天德⒃ 惠生;草木山河,人間啟寤。
星文星使,飛青鳳⒄ 以天威;天將天兵,滅紅龍於神武。
새로운 한 기운(一氣)이 감돌아 《홍음》 소리 드높고,
삼재에 상서로움이 응하여 《보도(普度)》의 가르침이 널리 퍼지네.
그림 속이나 구름 밖에서 천녀가 꽃 뿌림을 놀라워하지 말라,
천상과 인간 세상에서 신선들이 함께 춤추는 것을 더욱 경탄할지어다.
세상이 맑고 아름다워지니 미륵이 돌아오시고,
대지는 아름답고 하늘은 유유하니 성왕(聖王)이 은혜를 베푸시는도다.
저 별자리를 빌려와, 나의 시부(詩賦)를 지으리로다!
從新一氣⒅ ,高響《洪吟》;應瑞三才⒅ ,遐揚《普度》。
休訝畫中雲外,天女散花;更驚天上人間,仙人起舞。
風清世好,彌勒歸來;地美天長,聖王施與。
借得星辰,以爲詩賦。
붉고 희며 푸르고 누렇게, 사람들은 생사를 뒤집고,
궁·상·치·우 오음(五音)으로, 신(神)은 고금을 연출하네.
赤白青黃,人翻生死;宮商徵羽,神演古今。
북두칠성 손잡이가 날아오니 아득하게 가리키는 곳이요,
구름 속 고향에서 불러일으키니 간절하고 애절한 돌아갈 마음이여!
鬥柄⒆飛來,茫茫指向;雲鄉⒇喚起,切切歸心!
2024년 9월 6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