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 : 운개(雲開)
[정견망]
송나라 때 곽륜(郭倫)이란 사람 있었다. 어느 해 정월 보름날 집안 여자들을 거느리고 관등(觀燈)행사에 참석하여 기분 좋게 구경하며 즐기고는 밤늦게 돌아오게 되었는데, 돌아오는 길에 외진 골목길에서 그 지역에 떼를 지어 다니며 나쁜 짓거리를 일삼는 불량배 십여 명을 만났다. 이들 불량배들은 곽륜의 여자들이 모두 용모가 예쁜 것을 보고는 그들의 길을 막고 저속한 농지거리로 말을 걸다가 나중에는 여자들을 붙잡고 능욕을 하려고 수작을 부리기 시작했다. 곽륜은 혼자서는 그들을 당해낼 수가 없었고 주위에는 인가도 없어서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없는 절박한 지경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이곳을 지나가고 있던 떠돌이 도인(道人)이 나타났다. 도인은 소년들을 야단쳤다.
“너희들은 부녀자에게 무례하게 굴지 말라!”
그러자 불량배들은 화가 나서 소리쳤다.
“미친 도사가 뭔 소리냐?”하면서 도인을 때리기 시작했다.
이 틈을 타서 여자들은 모두 몸을 피했다. 곽륜도 여자들과 함께 도망가려고 생각했으나 그 도인이 자기 식구들을 구하려다가 이 나쁜 불량배들에게 몰매를 맞고 있는데 도망가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되어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이때 구타를 당하고 있던 도인이 돌연 그 불량배들을 향해 위엄 있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보아하니 내가 오늘 너희들을 손 좀 봐줘야겠구나.”
이어서 도인의 팔이 휙 하고 뻗어나가며 두어 번 가볍게 흔들자 모든 불량배들이 에구구 소리를 지르며 나뒹굴더니 낭패한 모습으로 도망쳐버렸다. 도인은 도망간 그들을 쫓아가지 않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천천히 그 자리를 떠나갔다.
곽륜이 도인을 쫓아가 사례했다.
“저는 선생님과 생면부지인데 저희 식구들을 구해주신 은혜를 입었습니다. 이 큰 은혜를 절대 잊을 수 없으니 선생께서 필요하신 것이 있다면 꼭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도울 수 있는 한 힘껏 도와드리겠습니다.”
도인은 곽륜이 매우 간절하게 원하는 것을 보고 대답했다.
“나는 다만 의리상 거절하지 못할 뿐입니다. 나는 명리심이 없소이다. 그러니 꼭 보답하시려면 술이나 한 잔 주시오!”
곽륜은 매우 기뻐하며 얼른 집으로 안내해 둘이서 기분 좋게 실컷 마셨다. 도인은 술을 다 마시고 나서 작별을 고하며 떠나려고 했다. 곽륜이 어디로 가느냐고 묻자, 도인은“나는 일반 사람이 아니요.”하며 술잔을 내려놓고 목례를 한 후 곧바로 문을 나섰다. 그런데 몇 걸음 가더니 도인의 귀에서 쨍강하는 소리가 들리며 한 자루 보검이 그의 귀에서 나와 땅에 떨어져 내렸다. 그 도인은 이 보검을 한 번 밟더니 공중으로 훌쩍 날아올라 사라졌다. 곽륜은 눈을 둥그렇게 뜨고 보다가 그제야 신선을 만났음을 알았다.
자료출처: 이견지보권(夷堅志補卷)
발표시간 : 2012년 9월 12일
정견문장 : http://www.zhengjian.org/node/1129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