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 제정승
【정견망】
1. 인과를 알면 절대 예의를 배반할 수 없어
청나라 교하현(交河縣)에서 수절(守節)하는 어느 부인을 위해 열녀문[建牌坊]을 세웠다. 완공하는 날이 되자 부인의 친지들이 운집해 그녀에게 축하 인사를 했다. 부인과 그녀의 사촌 여동생들은 어려서부터 같이 놀고 친하게 지냈다. 평소 직언도 꺼리지 않고 서로 놀리면서도 시기하지 않았다. 이 문이 준공될 때 그중 한 자매가 농담조로 말했다. “언니가 이렇게 수절하고 이미 머리가 하얘졌으니 사람들의 존경을 받을 만해요! 하지만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은 지난 40여 년간 매번 봄가을에 수많은 사람들이 행복에 취해 있을 때 정말이지 조금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을까요?”
그러자 부인이 탄연하게 답했다. “사람이 나무나 풀이 아닌데 어찌 정이 움직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나는 예(禮)의 가르침을 넘을 수 없고 은혜와 의리는 위배할 수 없다고 느꼈네. 그리하여 정을 억제하고 예의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았네.”
청명절 날 부인이 제사를 지내고 성묘 한 다음 갑자기 어지러움을 느꼈다. 그러다 꿈속의 말을 중얼거렸다. 사람들은 급히 그녀를 부축하여 집으로 데리고 갔다. 밤이 되자 비로소 깨어났다. 그녀는 아들에게 말했다. “방금 이 무덤 속에서 문득 네 아버지를 보았다. 그는 얼마 안가 나를 맞으러 올 것이다. 그는 그 외에 위로의 말도 많이 했다. 또 알려주길, 인간 세상에서 한 일은 아무리 은밀히 해도 귀신이 다 알고 있다고 했다. 다행히 나는 평생 부정한 일을 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어찌 구천에서 얼굴을 들고 만날 수 있겠느냐?” 반년이 지나 부인은 과연 세상을 떠났다.
이 이야기는 거인(舉人 역주: 과거를 준비하는 독서인) 왕매서가 내(기효람)게 해준 것이다. 왕매서는 평하기를 “불교에서는 악념이 생기기 전 억제하여 생기지 않도록 할 것을 주장하는데 자연히 사악을 제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이런 공부는 대지혜, 대입정력(大定力)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하기 무척 어렵다. 보통사람은 하루 종일 많은 일에 휘둘리고 욕심이 생기는데 어디 그리 순정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인과를 알 수 있으며 두려움 때문에 감히 나쁜 짓을 하지 않으니 현인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 부인의 손자는 다른 사람이 그의 조상의 행동을 언급하는 것을 매우 꺼린다. 그래서 나도 그들의 성명을 말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이 정절부인은 시원하게 자기 마음속 말을 할 수 있고 백일천하에 공명정대하게 하며 남을 속이지 않으니 정말 탄복할만하다.”라고 했다.
2. 화는 자초하는 것이다
(기효람)의 증조부인 윤생공(潤生公)이 양양에 있을 때 한 스님을 보았다. 그는 혜등상(惠登相 명나라 말기 농민봉기의 수장)의 수하로 있었던 적이 있다. 스님은 그때 도적이 횡행하는 일을 말해주었는데 매우 상세하게 해주었다. 듣는 사람은 모두 고개를 흔들며 탄식했다. “이는 하늘이 안배한 겁수이니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스님은 오히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이 빈승이 보기에 이 겁수는 완전히 사람 자신이 만든 것입니다. 하늘은 이유 없이 이런 재난을 주지 않을 것입니다. 명나라 말기 발생한 살육, 간음, 약탈의 참상은 설사 당나라 말기 황소가 반란하여 삼천리에 피를 흘린 것보다 더합니다. 업보의 원인을 찾아보면 명나라 중엽 이후 관리들이 다 포악하고 각지에 도둑떼가 횡행한 탓입니다. 민간의 풍기도 점점 교활하고 악독하며 사기치고 품행이 열악하며 못하는 짓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래층에서 백성들의 마음속에 이미 끝없는 원한을 심었습니다. 상계(上界)에서도 천신의 분노를 일으켰다고 하며 백여 년 간 분노의 기를 쌓았으니 일단 폭발하면 막을 수 없습니다. 빈승이 듣고 본 바에는 그런 동란 중에 가장 참혹한 화를 당하는 것은 대개 평소 지극히 악한 사람들입니다. 이것이 (하늘의) 겁수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내 기억에 과거에 내가 도적으로 있을 때 한번은 도적이 어느 관리의 자제를 잡았습니다. 그들은 그를 장막 앞에 무릎을 꿇게 한 후에 관리 자제의 처첩을 끌어안고 술을 마시며 희롱을 하며 물었습니다. “네가 감히 분노할 수 있느냐?” 관리의 자제는 “못합니다” 또 물었다. “네가 우리의 시중을 들겠느냐?” 그는 얼른 말했다. “하겠습니다” 그래서 그를 풀어주고 그에게 옆에서 술을 따르도록 했다. 이 장면을 많은 사람들이 보고 탄식해마지 않았다. 당시 어느 포로가 된 노인이 말했다 “오늘 날에야 내가 비로소 인과응보는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알겠다.” 알고 보니 관리의 집은 할아버지 때부터 늘 하인들의 처자를 희롱했던 것이었습니다. 하인이 조금만 불만을 보이면 심하게 매를 때렸고 또 나무에 묶어놓고는 아내를 범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했습니다. 이것은 지방 토호의 폭행의 한 단면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다른 죄악은 유추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스님이 이 말을 할 때 마침 지방 토호가 자리에 있었다. 그는 이 말을 듣고 매우 불만을 품고 말했다. “세상은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삼키고 약육강식하는 법인데 왜 천신이 그것에게는 화를 내지 않고 유독 사람이 악행을 하면 그리 화를 낸답니까?”
스님이 그의 말에 고개를 흔들었다. “새나 물고기는 짐승인데 사람이 금수와 같아서야 되겠습니까?” 토호는 대답이 없이 화가 난 듯 소매를 툴툴 털며 가버렸다.
다음 날 그 토호가 한무리 사람들을 불러 모아 스님이 혼자 사는 절에 보내 싸움을 걸고 스님을 혼내주려고 했다. 하지만 그 스님은 이미 짐을 싸서 떠나버렸고 벽에 스무 글자가 쓰여 있었다.
“당신은 말할 필요 없고 나도 말할 필요 없소. 집 아래 아무도 없고 집 위에 밝은 달만 있으니” 이는 아마 그 토호가 음험함을 빗댄 것이리라. 나중에 이 토호 역시 집안이 망하게 되어 자손이 끊어졌다. 이것을 ‘보응을 믿지 않는 자는 반드시 보응을 받는다’고 하는 것이다.
3. 덕을 닦아 재난을 없애다
할아버지 뇌양공(雷陽公)은 양을 길렀다. 어느 날 한 마리 양이 갑자기 사람처럼 일어서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보통일이 아니라 여겨 이 양을 죽이자고 했다. 뇌양공은 말했다. “양이 어떻게 춤을 출수 있는가? 반드시 영물(靈物)이 붙은 것일 게다. 춘추시대에 진(晉)나라의 위유 지방에 어떤 돌이 말을 할 줄 알자 진평공이 사광에게 물었다. 바위가 어떻게 말을 하는가? 그러자 사광은 돌은 말을 할 줄 모릅니다. 아마 정령이 붙었을 겁니다 라고 했는데 《좌전》 중에 나온 이야기가 이미 매우 똑똑히 설명하지 않는가? 만약 화가 정말 임박했다면 이 양을 죽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만일 화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그것은 귀신이 이를 대신해 나에게 경고를 하는 것이다. 좋은 일을 하고 덕을 잘 쌓으라는 뜻일 것이다. 양을 죽여서 어떻게 화를 복으로 바꾸겠는가?”
이때 이후 뇌양공은 행동거지를 조심하며 태만하지 않았다. 나중에 그는 순치 을유년(1645) 공생(貢生)으로 진급했으며 3년 후 무자년에는 중부방(中副榜)이 되었다. 마지막에는 관직이 통판(通判)까지 이르렀지만 아무런 재난도 일어나지 않았다.
덕을 닦고 스스로 경계하는 사람은 화를 제하고 복을 더할 수 있다.
4. 귀신은 제물과 같다
(필자 부언: 기효람의 이 글은 내용이 풍부하고 긴요하니 소홀히 하지 말기 바란다.)
경주(景州) 사람 이정린(李晴嶙)이 말했다. 유(劉)씨 선생이 있었는데 오래된 절에 거주하고 있으면서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쳤다. 어느 날 밤 달빛이 희미한데 창밖에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창문에 구멍을 뚫고 밖을 내다보니 담이 부서진 곳에 희미하게 두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유선생은 급히 소리쳤다. “도둑이야!” 벽에서 어떤 사람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도적이 아닙니다. 일이 있어 특별히 당신에게 부탁을 하러 왔습니다.” “무슨 부탁이요?”
담 밖의 음성이 대답했다. “우리가 전생에 나쁜 죄를 지어 죽은 후 아귀에 떨어졌으며 거의 백년이 되었습니다. 절의 부엌에서 음식 냄새를 맡을 때마다 배고픔이 더욱 불타오릅니다. 몰래 관찰해보니 당신은 자비심이 있는 분인지라 당신이 찬밥에 식은 국이라도 있으면 기갈을 면하고 싶습니다.”
“불문(佛門)에서 늘 법사를 행하는데 이런 공덕은 저승의 아귀를 구하기 충분할 겁니다. 당신들은 왜 절의 스님들에게 초도해달라고 부탁하지 않는 거요?”
“귀신들이 초도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전생에 착한 인(因)을 심은데 따릅니다. 우리 둘은 지난번 생에 관직의 길을 걷기 바빴습니다. 누구든 권력이 큰 사람을 보면 얼른 가서 아부를 하며 달라붙었습니다. 만약 이 사람이 세력이 망하면 우리는 더 이상 못 본체 했고 상관없는 일로 여겼습니다. 우리가 뜻대로 되었을 때 가난한 사람을 구제하는 일을 한 적이 없습니다. 전생에 착한 인연을 쌓지 못했으니 이제 아귀의 길로 떨어져 어찌 초도의 인연을 이어가겠습니까? 다행인 것은 우리가 처음 불의한 재물을 얻었을 때 과분하게 탐욕하거나 인색하게 하지 않아 친척, 친구들 중에 가난하거나 과부가 있으면 조금 도움을 준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따금씩 동정을 얻어 남은 국이나 밥을 얻어먹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마치 목건련의 모친처럼 대지옥에 떨어져 먹을 것이 입 부근에 오기만 하면 맹렬한 불에 타버리며 설사 부처, 보살의 신통법력이 있어도 그 업력을 어찌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을 것입니다.” (이 말은 매우 중요함!)
유선생은 이 말을 듣고 불쌍히 여겨 그들의 청을 들어주기로 했다. 아귀들은 감격해마지 않았으며 오열하며 떠나갔다.
이때부터 유선생은 매번 남은 국이나 술을 담밖에 뿌렸고 그 아귀들이 마치 감응을 한 듯 다가와서 누렸다. 그러나 어떤 행적이나 말을 들을 수 없었다.
일 년이 지나 어느 날 밤 갑자기 담밖에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유선생님! 당신이 장기간 환대해준데 대해 오늘 작별하러 왔습니다!”
유선생이 놀라 물었다.“당신들 어디로 가는 거요?”
“우리 둘은 다른 방법으로 초탈을 얻을 수가 없었으며 오직 힘이 미치는 작은 좋은 일을 좀하여 스스로 빠져나오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숲속에 야생 조류가 많은데 어떤 사람이 와서 그것들을 활로 쏩니다. 우리는 미리 그것들을 놀라게 하여 멀리 날아가도록 했습니다. 어떤 사람이 호수에 그물을 쳐서 물고기를 잡으면 우리는 먼저 그것들을 몰아서 도망가게 하여 그물에 걸리지 않도록 했습니다. 이 선념(善念) 때문에 신명을 감동시켜 죄업을 사면 받았습니다. 오늘 귀신의 구역을 벗어나 세상으로 탁생하러 갑니다.”
유선생은 늘 이 일을 사람들에게 들려주며 말했다. “타락한 귀신들이 그 미약한 힘으로도 동물을 구제하는데 사람들은 왜 많은 착한 일에 핑계를 대면서 자신은 힘이 부족하다고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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