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옥림
【정견망】
어떤 이들은 운명은 하늘이 정한 것이라 여기면서 자신의 행위를 단속하지 않는다.
반대로 어떤 이들은 일을 하는 것은 사람에 달렸다며 운명의 안배를 믿지 않는다.
사실 이 두 가지 설은 모두 극단적이다.
1. 포의가 거친 말로 치욕을 당하다
당나라 때 포의(包誼)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글재주가 아주 뛰어났다. 하지만 과거시기를 착각해 시험에 떨어졌다. 친척인 좨주(祭酒 관직명) 당길(唐佶)이 그를 매우 아까워했다. 그래서 잠시 자기 집에 머물게 했다.
당시 포의는 매일 절에 놀러갔는데 무의식중에 중서사인(中書舍人) 유태진(劉太真)의 심기를 건드렸다. 유태진은 그가 입은 옷을 통해 거인(舉人)임을 알고 사람을 시켜 그에 대해 물어보게 했다. 포의가 이를 알고는 화를 내면서 말했다. “진사 포의는 평소 모르는 사이인데 뭘 물어보는가?”
그러자 유태진은 매우 화가 났다. 당길은 포의가 무례한 짓을 했다는 말을 듣고는 화가 나서 그를 다른 곳으로 쫓아냈다. 하지만 포의는 부끄러움을 전혀 몰랐다.
2. 고시관 태진이 실수로 시험에 붙이다
다음해 유태진이 시험주관(主考)이 되자 포의에게 보복하려는 마음을 품었다. 그의 앞길을 망치려고 일부러 매우 어려운 문장을 냈다. 시험이 끝날 때 포의에게 트집을 잡아 쫓아냈다. 잠시 후 그는 후회하며 생각했다. ‘이 사람이 비록 내게 죄를 짓긴 했지만 내가 보복하는 것은 대장부가 할 짓이 아니다. 하물며 내가 영원히 그의 앞길을 막을 수 있을까, 굳이 이렇게 할 필요가 있는가!’
그래서 포의를 놓아주고 그의 시험답안지를 일차 합격시켰다. 태진은 방을 붙여 최종합격자 명단을 발표하기 전에 먼저 명단을 재상에게 보내 한번 검열하게 했다. 명단 중에 주(朱)씨인 사람이 있었는데 재상이 주자(朱泚 당시의 관리)를 미워해 주 씨 성을 가진 사람이 합격하는 것이 싫어 다른 사람으로 바꾸려 했다. 태진이 황망히 다른 사람을 찾았는데 단지 생각나는 사람이 포의밖에 없어 주 씨를 포의로 바꾸었다. 나중에 포의가 관리로 들어와 태진에게 감사했다. 이때 그가 비로소 생각났는데 포의는 바로 그가 싫어하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태진이 이렇게 말했다. “공명과 득실은 사람에게 달려 있지 않고 단지 사람의 손을 빌려 완성할 뿐이다(功名得失不由人,只是假借人來完成罷了).”(《척언摭言》)
3. 운명은 하늘이 정하지만 무례는 풍파를 키운다
포의가 태진에게 죄를 지었지만 태진이 마침내 포의에게 보복하지 않았으니 이것이 그의 흉금이 넓은 것으로 자기의 미래에 길을 평탄하게 깔아놓았다. 이왕 운명을 믿고 조금 담담해지면 운명이 좋아지는 것이 당연하다.
포의는 비록 나중에 과거에 붙었지만 오히려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것은 자기의 말이 매몰차고 각박한 것과 관계가 있다. 매 생명이 하는 일은 운명에 영향을 준다. 이것은 의심할 바 없다. 옛사람의 말에 따르면 전생이 금생을 결정하고 금생이 내생을 결정한다고 한다. 포의가 관리가 된 것은 전생에 지은 덕행의 결과다. 하지만 굴욕을 당한 것은 어쩌면 금생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54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