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견 문화교재 편집소조
【정견망】
tí yuán shì bié yè
題袁氏別業(제원씨별업)
zhǔ rén bù xiāng shì, ǒu zuò wèi lín quán。
主人不相識(주인불상식), 偶坐為林泉(우좌위림천)。
mò màn chóu gū jiǔ, náng zhōng zì yǒu qián。
莫謾愁沽酒(막만수고주), 囊中自有錢(낭중자유전)。
【작가】
하지장(賀知章 hèzhīzhāng)은 자가 계진(季真), 자호(自號)는 사명광객(四明狂客)이다. 당나라 월주(越州) 영흥(永興 지금 절강성) 사람이며 관직이 비서감(秘書監)에 까지 이르렀다. 당나라 고종(高宗) 현경(顯慶) 4년(659년)에 태어나 현종 천보(天寶) 3년(744년)에 사망했다. 향년 86세.
당시 서법으로 유명했으며 특히 초서와 예서에 뛰어났다. 《전당시》에 약 20여 수의 작품이 전해지면 시풍(詩風)이 참신하면서도 자연스럽다. 그는 성품이 활달하면서도 재치가 있었고 술을 아주 즐겨 이백과는 나이를 뛰어넘는 좋은 벗이자 도반이었다.
86세에 큰 병이 들어 천정(天庭 천상계의 조정)에 놀러간 꿈을 꾼 후 관직을 버리고 고향에 은거할 결심을 세운다. 이에 현종에게 고향에 돌아가 도사가 될 뜻을 청했다. 그가 도성을 떠나던 날 명황(明皇 현종)이 직접 시를 써서 선물로 주었고 문무백관들이 모두 나와 송별잔치를 열어주었다. 이는 역사상 천고에 보기 드문 기관(奇觀)이었다.
【주석】
(1)題(제 tí):제목을 쓰다. 여기서는 시의 벽이나 돌 또는 어떤 물건에 시를 적는다는 의미.
(2)別業(별업 biéyè):별장 또는 별관이란 뜻. 자택 이외에 한가하게 즐길 수 있는 원림에 있는 건물을 말한다.
(3)林泉(임천 línquán): 임목천석(林木泉石)의 뜻으로 전원생활 또는 전원의 풍광을 표현한 것. 여기서는 벼슬에서 물러나 은거한다는 비유로 쓰였다.
(4)莫謾(막만 mòmàn):함부로 하지 말라. 여기서 막(莫)은 하지 말라는 뜻이고 만(謾)은 만(漫)과 통하니 함부로 한다는 뜻.
(5)沽(고 gū):사다.
(6)囊(낭 náng):주머니, 전대.
【번역】
주인과는 서로 모르지만
우연히 앉음은 산수경관 때문이라네
술 살 돈 없을까 걱정일랑 마시오
주머니에 그만한 돈은 있다노
【관련 일화】
이백과 하지장은 모두 주선(酒仙)으로 유명했다. 일찍이 두보(杜甫)는 〈음중팔선(飲中八仙)〉이란 시에서 당시 술로 유명한 8명을 시로 노래했는데 그중 하지장이 첫 번째를 차지한다.
“하지장은 말을 타면 배를 탄 듯 흔들리다(知章騎馬似乘船)
눈앞이 어지러워 우물에 떨어져도 물속에서 잠을 잔다(眼花落井水底眠)”
두보는 이렇게 과장법을 써서 하지장을 팔선 중 첫번째 주선으로 표현했다.
하지장은 본래 솔직하고 담백한 성품인데 우연히 원 씨 별장의 경치에 이끌려 들어갔다. 주인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남의 별장에 들어가 앉아 경치를 감상했다. 자연의 그윽한 정에 도취된 것이다. 원래 술을 좋아하기로 유명한 그였지만 이 시에서만큼은 음주(飮酒)는 오히려 뒷전이다.
하지장은 다년간 수도하던 도인으로 도가사상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수련인의 담담하면서도 세속을 벗어난 심경(心境)이 산천의 풍광에 이끌려 고요하면서도 활달한 대자연을 즐기게 한 것이다. 때문에 하지장이 장안을 떠나 경호(鏡湖)에 은거하며 속세를 벗어난 도사가 된 것 역시 이상할 게 전혀 없다.
원문위치: http://zhengjian.org/node/485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