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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이야기: 원관(圓觀)

목목(木木)

【정견망】

원관(圓觀)은 어디 출신인지 알 수는 없지만 낙양(洛陽)에 살았다. 평소 성격이 소탈했고 이원(李源)과는 허물없이 막역한 친구였다. 그들은 함께 혜림사(慧林寺)에 머물렀는데 여러 승려들을 따라 음식을 먹으며 이렇게 3년을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원이 갑자기 원관에게 사천의 청성산과 아미산 등에 놀러가 약초를 캐러가자고 했다. 원관은 장안(長安)에서 사곡(斜谷)을 따라 가려고 생각했지만 이원은 형문(荊門)에서 삼협(三峽)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서로 반년간 길을 다투다 보니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했다.

나중에 이원이 말했다.

“나는 이미 왕후를 모시지 않으니 굳이 두 서울(역주: 당나라의 서울인 장안과 낙양)을 지나가고 싶지 않다네.”

그러자 원관이 말했다.

“그럼 자네가 원하는 길을 따라 가세.”

이에 그들은 형문에서 삼협으로 들어갔다.

이들이 남포(南浦)에서 배에 정박할 때 여러 부인들이 마침 비단 이불로 어느 임신부를 감싼 것을 보았다.

이를 본 원관이 고개를 숙이고 울면서 말했다.

“내가 이곳을 지나가고 싶지 않았던 이유는 저 부인을 볼까 두려웠기 때문이라네.”

이원이 그 이유를 묻자 원관이 말했다.

“저 부인은 왕(王)씨로 내생에 내가 탁생(托生)할 분이라네. 그녀는 이미 임신한 지 3년이 지났지만 내가 오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까지 분만하지 못했네. 오늘 내가 이미 왔으니 운명은 어쩔 수 없네. 이게 바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인과순환이라네. 자네는 부디 주문을 써서 속히 태어나도록 청해주시게. 또 잠시 짬을 내서 저 집에서 아이를 목욕시킬 때 한번 찾아주시게. 만약 자네가 신생아와 얼굴이 마주치게 되면 미소를 한번 지어 우리가 서로 구면임을 설명해줄 것이네. 12년 후 추석날 부디 전당(錢塘 항주) 천축사(天竺寺)로 와주시게. 그곳에서 자네를 만날 수 있을 걸세.”

이원은 이번 여행을 몹시 후회했다. 이에 임산부를 불러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부인이 몹시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얼마 후 이원이 그 집에 가서 부적 물을 전해주었고 원관은 목욕을 마친 후 곧 좌화(坐化)했다. 부인은 과연 아들을 하나 낳았다. 3일 후 이원이 다시 그 집에 찾아가 신생아를 보니 아기가 정말로 그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이튿날 이원은 고개를 떨구고 혜림사로 돌아왔다. 이후 이원은 늘 항주의 약속을 기억했다.

12년 후 이원이 약속한 대로 항주 천축사에 도착했다. 한밤중에 달이 높이 뜨자 갑자기 갈홍정(葛洪井 갈홍의 우물) 옆에서 한 목동이 《죽지사(竹枝詞)》를 부르며 소를 따고 나타났다. 두 갈래 머리를 땋았고 짧은 옷을 입었는데 서서히 절 앞으로 다가 왔다. 보니 바로 원관이었다.

이원이 앞으로 나아가 절을 올리며 말했다.

“관공(觀公 역주: 원관에 대한 존칭)께서는 건강하신가?”

원관이 말했다.

“자네는 정말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로군. 허나 나와 자네는 가는 길이 다르니 부디 가까이 다가오진 마시게. 자네는 속세의 인연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열심히 수련하게나. 만약 수련을 잘한다면 서로 만나게 될 걸세.”

이원은 묵묵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라만 보았다. 잠시 후 원관은 또 《죽지사》를 부르며 떠나갔고 어디로 갔는지 행방을 알 수 없었다.

참고자료: 《신승전》 8권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43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