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여(劉如)
【정견망】
경전의 지위에 오른 《삼자경》
《삼자경(三字經)》은 중국의 유명한 유가 경전의 하나이다. 처음에는 송조(宋朝) 서당에서 교재로 사용되었으며 송조의 대유(大儒) 왕응린(王應麟) 선생이 저술했다. 이 책에서 가장 신기한 것은 유학의 근본 내함(內涵)은 물론 문학, 역사, 철학, 천문, 지리를 한권에 농축시켜 마치 중국 전통문화의 축소판과도 같다. 때문에 고인들이 경서로 떠받들게 된 것이다. 경(經)이란 불변하는 이치를 말한다. 즉 고인이 보기에 모든 사람들이 따라 하고 배울만한 가치가 있는 전범(典範)으로 여겼다.
문과 계열의 한 중국 대학생이 호기심으로 이 책을 들춰보다가 내려놓지 못하고 그 박대정심(博大精深)함에 감탄하며 너무 늦게 만난 것을 아쉬워하면서 “만약 내가 고대(古代)의 초등학생이었다면 사상의 깊이와 학식의 폭이 이 정도에 도달했을 것이다. 기점이 정말 아주 높았을 것이다.”라며 탄식했다고 한다. 그는 큰 감동을 받았고 이 책을 너무 늦게 알고 허송세월한 것을 후회하면서 국학(國學)을 연구하기로 결심했다.
중국 고대에 경전 저작이 아주 많지만 《삼자경》은 그중 가장 이해하기 쉬운 책이다. 어떤 학자는 이를 통속적인 《논어》라고 비유하면서 글이 정간(精簡)하고 세 글자를 한 구절로 엮어 낭랑하게 읽다보면 깊은 의미가 있고 신속하게 심지(心智)를 계발해 사람을 바른 길로 이끌며 넓은 흉금과 큰 뜻을 품게 한다. 《삼자경》을 외우게 되면 전통 국학(國學)의 대문을 열고 몇 천 년 역사를 이해하고 또 사람이 되는 이치를 이해하는 것과 같다. 때문에 《삼자경》은 널리 전파되었고 오랜 기간 쇠퇴하지 않으면서 줄곧 몽학(蒙學 아동계몽)교육의 으뜸가는 교재로 여겨져 왔다.
오늘날 어린 학생들이 새롭게 정통문화를 전수받을 수 있게 하고 또 장기간 왜곡되거나 오도(誤導)되어 온 유학에 관한 설명을 바로 잡기 위해서, 또 전통 국학을 망각한 우리 성인들이 신속하고 간편하게 유학의 가장 근본적인 요점을 깨닫고 조상의 지혜에서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우리 함께 시간을 되돌려 전통 서당으로 돌아가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보자. 그러면 애초 대유(大儒)들이 어떤 심정으로 아이들을 교육했고 목적은 무엇이며 우리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있다. 또한 유가(儒家) 교육에서 왜 이렇게 사람 됨됨이를 중시하고 학문을 중시하며 이 학문이란 대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이 모든 것이 다 명백해지는데, 다시 말해 현대교육의 수많은 골칫거리들은 모두 도덕교육(德育)과 지식교육(智育)의 본말(本末)이 뒤집힌 데서 유래한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럼, 지금부터 우리 같이 이 책을 읽어가면서 대화를 나눠보도록 하자. 독자 여러분들이 아마 읽으면 읽을수록 모두 감탄할 것이다. 원래 유가에서 말한 것들은 모두 우리의 생활이며 또한 모두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임을 알게 되는데 전혀 어렵지 않다. 만약 진작 이를 알았다면 각종 분쟁에 부딪혀 어떻게 해결해야 좋을지 모르거나 또는 일신에 재주와 지혜를 가지고도 번민하고 좌절하면서 인생의 방향을 찾지 못하는 데에 이르진 않았을 것이다.
[원문]
人 之 初, 性 本 善. 性 相 近, 習 相 遠.
인 지 초, 성 본 선, 성 상 근, 습 상 원.
苟 不 教, 性 乃 遷. 教 之 道, 貴 以 專.
구 불 교, 성 내 천, 교 지 도, 귀 이 전.
[해석] 사람이 처음 태어날 때는 타고난 성품이 본래 선량하다. 사람의 이런 선량한 본성은 애초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성장하는 과정 중에 매 사람의 생활환경이나 교육의 차이에 의해 습성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발전하여 생활습관과 개성의 차이가 점차적으로 더욱 커진다. 만약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 잘 가르치지 않으면 선량한 본성이 변하게 된다. 가르치는 방법은 온 마음을 기울여 전일(專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석]
1.人(인): 사람
2. 之(지):~의 라는 의미를 지닌 조사.
3.初(초):시작, 처음.
4.性(성): 성품, 성정, 성질, 목숨 (성).
5.本(본):원래는 풀이나 나무의 뿌리를 뜻하며 보통 가지 끝을 뜻하는 ‘말(末)’과 대응된다.
6.善(선):선량, 착하다.
7.相(상):서로.
8.近(근):가깝다. 멀다는 의미의 원(遠)과 대응.
9.習(습):후천적인 습관 또는 습성. 익히다.
10.遠(원): 멀다. 차이가 크다.
11.구(苟):만약, 가령.
12.불(不):아니다, 하지 않다. 뒤에 오는 자음이 ㄷ,ㅈ이면 부(不)로 발음.
13.내(乃):이에.
14.천(遷):옮기다,바꾸다.
15.교(教):가르치다, 교육.
16.도(道):방법, 도리.
17.귀(貴):귀하다, 소중하다.
18.전(專):오로지, 온 마음을 기울이다.
【독서필담(讀書筆談)】
《삼자경》 첫 편에서는 불과 18글자로 몇 천 년 간 각종 유가 경전을 저술한 최종 목적과 천기(天機)를 명확히 설파한다.
우선 ‘人之初(인지초),性本善(성본선)’이란 여섯 글자는 인성(人性)은 본래 선하다는 유가의 인식을 분명히 밝혔다.
뒤이어 ‘性相近(성상근),習相遠(습상원). 苟不教(구불교),性乃遷(성내천).’이란 12글자는 이 책을 처음 여는 뜻을 밝힌 개종명의(開宗明義)에 해당하는데, 유가교육의 근본목적을 아주 분명히 말했다. 교육의 근본은 바로 사람의 선량한 본성을 시종 변하지 않도록 지켜내고 수호하는데 있다.
왜냐하면 인성이란 막 태어났을 때는 비록 선량하고 사람마다 서로 비슷하지만(性相近) 성장 환경의 차이에 따라서 또는 만나는 사람과 일이 달라짐에 따라 접촉하는 것과 받아들이는 영향이 천차만별이 되어 심지어 차이가 크게 벌어질 수 있다(習相遠). 그러므로 만약 교육하지 않으면(苟不教) 후천적인 영향 하에서 점차 사람의 본성을 잃게 되거나 심지어 사악(邪惡)하게 변하고도 스스로 모르게 된다(性乃遷).
‘教之道(교지도),貴以專(귀이전)’이란 마지막 6글자는 가르치는 도는 꾸준해야 하며 중간에 포기하거나 중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 부분에서는 교육의 목적과 중요성을 분명히 밝혔다. 다음에는 자연스럽게 실제 사례로 옮겨가 맹자의 모친이 아들 교육을 위해 세 번 이사했다는 맹모삼천(孟母三遷)의 전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관련 일화: 주처(周處)가 3가지 해악을 없애다]
진조(晉朝) 의흥(義興) 지방에 주처(周處)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의 부친은 원래 태수 벼슬을 지낸 주방(周紡)이었으나 그가 어릴 때 부모님이 세상을 떠났다. 아무도 통제하고 가르칠 사람이 없자 원래 호협(豪俠)의 기개를 타고난 주처는 늘 자기 힘만 믿고 마을에서 소란을 피웠다. 온갖 나쁜 짓을 다 저지르자 마을 사람들은 모두 그를 독사나 맹수처럼 여기면서 멀리 피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주처가 거리를 걸어가는데 마을 사람들이 뭔가 토론하는 것을 보고 자신도 가서 구경하려 했다. 그러자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리를 피했다. 주처는 아주 이상한 생각이 들어 그중 한 노인을 붙잡고 물어보았다.
“지금 무슨 말씀을 하셨습니까?”
노인은 그가 두려워 사실 대로 말했다.
“우리 지역에 3대악인 삼해(三害)가 있는데 첫째는 남산에 사는 식인 호랑이고 둘째는 장교 아래에 사는 교룡으로 사람을 많이 해쳤다네.” 노인이 아직 다 말을 끝내기도 전에 주처가 큰 소리로 말했다.
“호랑이, 교룡이 뭐가 두렵습니까, 제가 가서 그것들을 제거하겠습니다.”
말을 마치고는 곧장 몸을 돌려 떠나갔다.
말하자면 주처는 그 식인 호랑이를 찾으러 남산에 갔다. 이날 마침내 호랑이를 찾아냈다. 호랑이가 달려들자 재빨리 몸을 움직여 호랑이 등에 타고 주먹을 휘둘렀다. 호랑이 머리를 맹렬히 가격해 호랑이를 때려 죽였다. 이어서 그는 또 교룡을 잡으러 장교 아래로 가서는 교룡을 죽이기 위해 물속에 들어갔다. 주처는 물속에서 삼일 밤낮을 교룡과 싸웠고 결국 교룡을 죽였다.
한편, 마을 사람들은 주처가 돌아오지 않자 호랑이나 교룡에게 잡아먹혔다고 생각해 기뻐서 북과 징을 치며 경축했다. 주처는 의기양양하게 돌아오다가 백성들이 삼해(三害)가 제거된 것을 경축하는 활동을 한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이 삼해 중 하나였음을 알았다.
주처는 몹시 창피하고 부끄러웠다. 평소 자신의 행실이 나빠 마을사람들이 자신을 삼대악의 하나로 여기게 했기 때문이다. 이에 그는 잘못을 고쳐 새 사람이 되기로 굳게 결심했다. 나중에 육운(陸雲 서진의 관리이자 문장가로 육손의 손자)을 스승으로 모시고 열심히 공부해 마침내 고위 관리가 되어 백성들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했다.
이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는 사람의 본성은 원래 선량함을 알 수 있다. 주처는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셨기 때문에 이끌어줄 사람이 없었다. 때문에 후천적으로 좋지 않은 것들에 오염되고 본성이 가려져 나쁘게 변했던 것이다. 하지만 일단 각성하자 또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이를 보면 조기에 사람 구실을 하게 만드는 교육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어떤 사람의 능력이 제아무리 뛰어나도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마치 같은 칼이라도 쓰는 사람에 따라 선과 악의 결과가 달라지는 것과 같다. 대장부가 만약 마음이 바르지 않다면 심지어 칼을 들고 사람을 죽일 수도 있으니 이는 대단히 두려운 일이다.
또한 이런 점을 생각해본다면 어떤 사람이 재주가 뛰어나거나 또는 남보다 많은 교육을 받아 비범하다는 이유로 남을 존중하지 않고 오만하게 굴면 남들이 다 기피하는 대상이 될 수 있는데 이는 그가 남들을 존중하지 않은 결과다. 때문에 아무리 재주가 뛰어나도 인정받을 수 없는 것이니 이 점 역시 주의하지 않을 수 없다.
원문위치: http://zhengjian.org/node/2452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