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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왕과 권토중래하려 했을까?: 왕안석의 《첩제오강정(疊題烏江亭)》

섬섬(纖纖)

【정견망】

왕안석(王安石)은 일찍이 북송의 재상을 지낸 인물이라 자연히 정치적인 포부가 남달랐다. 이 시 《첩제오강정(疊題烏江亭)–두목의 시 제오강정에 답하다》는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시의 하나다.

전체 내용은 칠언절구 28자로 다음과 같다.

백 차례 전투에 피로한 장병들 사기가 떨어져
중원의 한차례 패배 만회하기 어려워라
비록 지금 강동 자제들이 남아 있다 해도
군왕과 함께 권토중래하려 했겠는가?

百戰疲勞壯士哀
中原一敗勢難回
江東子弟今雖在
肯與君王卷土來?

“백 차례 전투에 피로한 장병들 사기가 떨어져 중원의 한차례 패배 만회하기 어려워라”

이 구절은 항우의 초나라 병사들이 여러 차례 전투를 치르면서 이미 피로가 극심한 상태임을 말한다. 특히 애(哀)라는 한 글자는 항우 군사들의 실망과 피로감을 극대화시킨 표현이자 또한 뒷부분 결말의 복선에 해당한다.

특히 중원의 한 차례 패배(역주: 한신이 지휘한 해하전투를 말한다)로 이미 국면을 만회할 가능성이 사라졌다. 사실 진정으로 전황(戰況)을 결정지은 것은 장수와 병사들의 신체적인 피로 보다는 심리적인 실망감이었다. 즉 강동 자제들도 더는 항우에 대한 희망을 품지 않은 것이야말로 진정한 원인이다.

“비록 지금 강동 자제들이 남아 있다 해도 군왕과 함께 권토중래하려 했겠는가?”

시인이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 점이다. 항우는 멋대로 고집을 부리며 자신의 뛰어난 무예만 믿고 남의 의견을 아예 경청하지 않았다. 때문에 초나라 장수와 병사들은 내심에서부터 이미 더는 희망을 품지 않게 되었고 이것이 바로 문제의 핵심이다.

본질적으로 말해 역시 사람마음의 문제다.

원래 이 시는 당대(唐代) 시인 두목의 《제오강정(題烏江亭)–오강정에 쓰다》에 대한 답시다.

제오강정(題烏江亭)–오강정에 쓰다

승패란 병가도 기약할 수 없는 법
수치 견디고 참는 것이 진정한 남아로다
강동 자제는 뛰어난 인물 많으니
권토중래했다면 결과를 알 수 없었거늘

勝敗兵家事不期
包羞忍恥是男兒
江東子弟多才俊
捲土重來未可知。

겉으로만 보면 두목과 왕안석의 견해는 정반대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같은 것으로 오직 사람마음(人心)을 되돌릴 수 있었다면 권토중래(捲土重來)할 기회가 있었다는 것이다.

반대로 사람마음을 모두 잃었다면 그럼 만회할 힘이 없게 된다.

두목은 항우가 아직 자신의 성격을 고칠 수 있고 내심에서 우러나 스스로 개변한다면 자연히 재기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반대로 왕안석은 항우는 자기 마음을 개변할 수 없기 때문에 재기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두목과 왕안석의 주장은 모두 맞는 것으로 다만 항우 본인에 대한 견해만 다를 뿐이다.

수련인은 문제를 만나면 안으로 자신을 찾는 습관을 가져야 하는데 사실 이는 세인 역시 마찬가지다. 항우가 만약 자신의 내심에서 문제를 찾았더라면 자연히 자신이 실패한 원인을 발견했을 것이며 그러면 아마 기회가 있었을지 모른다. 만약 이렇게 할 수 없다면 그럼 결론은 이미 정해진 것이다.

왕안석은 스스로 여러 차례 큰 부침을 겪어 이미 심신이 피로해진 상태였기 때문에 항우에 대해 이런 비관적인 평가를 한 것이다. 반면 두목은 이 시를 쓸 때 아직 원기가 왕성해 자연히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결국 사람이 말하는 것은 원래 다 자기 자신이다.

 

원문위치: http://zhengjian.org/node/278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