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여(劉如)
【정견망】
《삼자경(三字經)》은 중국의 유명한 유가 경전의 하나이다. 처음에는 송조(宋朝) 서당에서 교재로 사용되었으며 송조의 대유(大儒) 왕응린(王應麟) 선생이 저술했다. 이 책에서 가장 신기한 것은 유학의 근본 내함(內涵)은 물론 문학, 역사, 철학, 천문, 지리를 한권에 농축시켜 마치 중국 전통문화의 축소판과도 같다. 때문에 고인들이 경서로 떠받들게 된 것이다. 경(經)이란 불변하는 이치를 말한다. 즉 고인이 보기에 모든 사람들이 따라 하고 배울만한 가치가 있는 전범(典範)으로 여겼다.
세 글자 한 구절씩 읽다보면 신속하게 심지(心智)를 계발하고 전통 국학의 대문을 열어 사람을 바른 길로 이끌며 흉금이 넓어지고 큰 뜻을 품게 한다.
【원문】
昔 孟 母, 擇 鄰 處. 子 不 學, 斷 機 杼.
석 맹 모, 택 린 처. 자 불 학, 단 기 저.
竇 燕 山, 有 義 方. 教 五 子, 名 俱 揚
두 연 산, 유 의 방. 교 오 자, 명 구 양
[해석]
옛날에 맹자의 어머니는 이웃을 가려 살았는데 아들이 배우지 않자 베틀의 북을 끊어 버렸다. 연산 사람 두우균에게 좋은 방법이 있어 다섯 아들을 가르쳐 모두 이름을 날렸다.
[주석]
1. 석(昔):예전, 과거.
2.맹(孟): 맏이(첫째), 처음, 힘쓰다. 여기서는 맹자(孟子)를 가리킨다.
3. 모(母): 어미. 맹모(孟母)란 맹자의 모친을 말하는데 환경이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이 아주 큰 것을 알고 아들의 면학분위기 조성을 위해 3차례나 집을 옮겼다. 이를 ‘맹모삼천’(孟母三遷)이라 한다.
4.택(擇):가리다, 선택하다.
5.린(鄰):이웃. 앞에 나오면 인으로 읽는다.
6.처(處):장소.
7.단(斷):절단하다, 자르다.
8.기(機):베틀, 기계.
9.저(杼):베틀의 북.
10.두(竇):구멍, 여기서는 사람의 성. 연산 사람인 두우균(竇禹均)에게 자식을 가르치는 아주 좋은 방법이 있어서 자신의 방법으로 다섯 아들을 가르쳐 모두 배움에 성취가 과거에 급제해 ‘두씨오룡’(竇氏五龍)으로 불렸다.
11. 연(燕): 제비, 여기서는 중국의 지명을 말한다.
12. 산(山): 산.
13. 의(義): 의리, 옳다, 바르다.
14. 방(方):방향, 방법.
15.구(俱):모두.
16. 양(揚): 오르다, 날리다.
【독서필담】
유가의 유(儒)란 글자는 ‘人+需’로 구성된다. 이는 내포가 아주 깊어서 사람이 되기 위해 필요한 근본 도리 및 세상을 구하는데 사용할 재주와 지혜를 의미한다. 자고로 공자로부터 사람이 세상에 살아가면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사람이 되는 표준과 도덕규범을 정했고 가정에서부터 사회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다른 사람을 선하게 대할 것인가 하는 도리를 말했다.
사람의 수양(修養) 즉 수신(修身)은 장래 입신(立身)과 처세(處世)의 근본이 되기 때문에 유가에서는 인의(仁義)를 앞세워 중시했다. 집에서 부모나 형제자매를 대하는 것은 물론이고 밖에 나가 어른이나 친구, 상사나 부하를 대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모두 개인의 수신을 근본으로 한다. 소위 말하는 수신제가(修身齊家) 이후에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가정과 사회관계를 처리할 때 비록 사람과 일에 따라 구체적인 내용이 다르고 크기가 다르며 신분과 관계도 다르고 예의도 다르지만 타인을 선하게 대하는 근본목적은 오히려 일치한다.
다시 말해 저자인 왕응린 선생은 너무 방대해서 마치 사람의 눈을 어지럽게 만드는 유가경전의 숲에서 미혹의 안개를 헤치고 핵심을 짚어 제1과를 말해다. 바로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지닌 선량한 본성을 지키는 것만이 유가교육의 근본목적이자 근본적인 핵심임을 아주 명확히 했으니 바로 《삼자경》 내용의 핵심을 정한 것이다. 즉 책에 관련된 내용이 아무리 광대하더라도 모두 선량한 인성을 이끄는 것을 둘러싸고 전개된다.
그러므로 제2과에서는 가장 먼저 가정교육의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한다. 즉 맹자의 모친이 세 번 이사했다는 맹모삼천(孟母三遷) 전고다. 이 전고는 교육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정도로 유명하며 또 영향도 아주 깊다. 일본 사람들은 자녀가 좋은 환경의 영향을 받을 수 있도록 맹모를 모방해 교육여건이 좋은 곳을 골라 집을 산다. 가령 동경(東京)을 예로 들자면 동경대학 등 명문학교가 모인 문경구(文京區)가 젊은 학부모들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이다.
맹모(孟母)는 일찍이 도살장, 시장 및 묘지 부근에 거주한 적이 있는데 맹자는 보는 것마다 따라서 모방했다. 아이들과 놀면서도 돼지를 잡거나 물건을 팔거나 장례의식을 따라하곤 했다. 맹모는 이에 3차례나 집을 옮겼고 결국 학문을 가르치는 학교 근처로 이주했다. 그러자 맹자가 드디어 학교 학생들을 따라 배우기 시작했고 이에 이곳에 정착했다.
이 이야기는 아이들에 대한 환경의 영향이 상당히 크며 후천적인 영향이 천성적인 선량(善良)을 바꿀 수 있음을 실증한다. 그러므로 아이를 교육할 때는 본성이 오염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아울러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 맹모가 세 차례 이사한 이야기는 또한 아이에게 한마음으로 꾸준히 공부하며 중도에 포기하지 말아야 함을 가르쳐준다.
주의할 것은 여기서 말하는 교육은 현대적인 의미의 교육이 아니며 유학의 도덕교육을 가리키는데 지금은 흔히 국학(國學)이라 한다. 고대 사숙(私塾 사립학교)에서 사람에게 학문을 하도록 가르친 근본목적은 바로 이를 위한 것이다. 동시에 성장한 후 덕(德)으로 천하를 선하게 변화시키고 천하를 구제하게 한 것이다.
다음은 오대 시기 두연산이 아들에게 선을 행하도록 가르쳐 아이들이 모두 입신양명하고 성취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관련일화: 두연산의 자식교육]
오대(五代) 후진(後晋)에 두우균(竇禹鈞)이란 사람이 있었다. 계주(薊州 지금의 북경 근처)에 살았는데 고대에 연나라 땅이라 흔히 두연산으로 불렸다.
집안이 아주 부유했지만 두우균은 마음이 바르지 못하고 늘 가난한 이웃들을 속이곤 했다. 이렇게 덕이 부족하니 나이 삼십이 넘어도 자식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꿈에 아버지가 나타나 알려주었다.
“너는 마음 씀씀이가 좋지 못하고 심덕(心德)이 바르지 못해 하늘에까지 악명(惡名)이 알려졌으니 계속 이렇게 산다면 자식이 없을 뿐만 아니라 생명도 단축될 것이다. 네가 빨리 잘못을 뉘우치고 선(善)을 행하며 음덕(陰德)을 많이 쌓고 사람을 많이 도와준다면 그래도 구원받을 여지가 있을 것이다.”
꿈에서 깨어난 후 부친이 꿈속에 가르쳐주신 말씀을 가슴에 새겼다. 이때부터 좋은 일을 아주 많이 하여 사람들의 칭찬을 받게 되었다. 손님이 잃어버린 은(銀)을 돌려주고 형편이 어려워 결혼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으면 혼수품을 마련해주는가 하면 돈이 없어 공부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집안에 무료학교인 의관(義館)를 세우고 훌륭한 스승을 모셔다 가르침을 베풀었다. 이외에도 이웃사람들의 가난을 널리 구제하여 음덕(陰德)을 많이 쌓았다.
어느 날 밤 부친이 꿈에 나타나 알려주었다.
“네가 이제 음덕을 많이 쌓아 하늘이 네게 다섯 아들을 주고 네 수명을 연장해주실 것이다.”
그러자 정말로 없던 자식이 생겨 아들을 다섯이나 낳았다. 그는 부친의 가르침을 깊이 새겨 자식들의 품행교육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고 엄격하게 보모를 공경하는 도리와 서로 간에 화목하게 사는 방법을 가르쳤다.
당시는 당나라가 망한 후 여러 차례 왕조가 바뀐 오대십국의 혼란한 시국이라 백성들의 고초가 몹시 클 때였다. 하지만 두우균은 이런 환경 속에서도 자식들에 대한 교육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는 “비록 조대(朝代)가 자주 바뀌고 국가적이 혼란으로 불안하다해도 아이들의 학습은 느슨히 할 수 없다. 나라에 쓸모 있는 인재가 되기 위해선 반드시 각고의 노력으로 학습하고 문화지식에 숙달해야 하며 사람이 되는 도리를 알아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성장한 후에 비로소 국가와 사직에 공헌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 결과 두우균의 다섯 아들 중 장남 의(儀)는 예부상서(禮部尙書), 차남 엄(儼)은 예부시랑(禮部侍郞), 삼남 간(侃)은 보궐(補闕)이 되었고 사남 오(傲)는 간의대부(諫議大夫) 오남 희(僖)는 기거랑(起居郞)이 되었다. 두우균 자신도 89세까지 장수했다. 이 때문에 두우균과 다섯 아들의 명성이 전국에 널리 퍼지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제1과 주처 고사와 비슷한 점이 있다. 즉, 두연산과 주처 둘 다 원래 나쁜 습관이 있었지만 나중에 잘못을 고쳐 선을 행하고 제때에 시정하고 각성해 성공한 인생이 되었다. 하지만 또 다른 점도 있다. 즉 여기서는 선악에는 보응이 따른다는 천리(天理)의 존재를 말하고 하늘이 사람의 모든 일언일행을 주시하고 있음을 말했다.
이는 유가에서 사람들에게 선을 행하고 덕행을 중시하라고 하는 교육을 몇 천 년 간 지속적으로 신봉한 것이 절대 우연이 아니며 배후에 분명 하늘의 안배가 숨겨져 있음을 알려준다. 그 목적은 사람의 선량함을 지켜 복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
두연산은 바로 석 자 머리 위에 신령이 존재함을 알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천지를 경외(敬畏)하고 덕을 중시하며 선을 실천해 복을 얻었다. 즉, 아이들에게 성현(聖賢)의 의리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근본적으로 이해한 것이다. 다시 말해 유학의 가르침을 따라야 하는 근본원인을 제대로 이해했다.
한편 맹모와 두연산 모두 아이를 잘 교육시켜 큰 성취를 이루게 한 모범이며 이는 제1과의 내용이 정확하다는 것을 실증한다.
원문위치: http://zhengjian.org/node/2452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