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단(顏丹)
【정견망】
고대 중의(中醫)는 박대정심(博大精深)해서 일정 정도 신기한 힘이 안에 담겨 있다. 보고(望), 듣고(聞), 묻고(問), 맥을 짚는(切) 방식은 간단해 보이지만 아주 높은 층차에 도달하기란 오히려 쉽지 않다. 이 모든 것은 신비롭고 추측하기 어려우며 자비로운 마음을 품고 천리대도(天理大道)에 대한 깨달음에 의지하여 깊이 연구하고 연마해야 하는 것으로 이는 결코 평범한 사람 특히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이 장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대 중국 의료계에서 널리 보급되는 것은 다 중의학을 결합한 치료 방법이다. 이런 방식은 갈수록 병을 고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툭하면 의료사고가 나고 인명 피해가 나는데 이것도 현대사회가 도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생명의 고통을 널리 구하려는’ ‘큰 자비와 측은지심’을 갖지 않고는 고대에 약으로 병을 제거하는 의술이나 사람의 삶과 죽음을 판단하는 맥술(脈術)은 연마할 수 없다.
1. 맥으로 여인의 죽을 날짜를 안 절강 명의 막사영
명대(明代) 절강(浙江) 일대에 막사영(莫士英 자는 사영士穎)이란 의원이 있었다. 그는 전에 태학(太學)의 학생이었지만 어렸을 때 몸이 좋지 않아 늘 병이 났다. 그는 의서에 매우 흥미를 느껴 스스로 꺼내서 공부했다. 시간이 길어지자 자신의 병을 고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 고통을 없앨 수 있었다. 그의 맥술은 매우 정확해서 맥을 짚은 후에 생사를 판단할 수 있었다.
한 번은, 두 여자가 차례로 와서 그에게 진찰을 부탁했는데, 그 중 한 여자가 자기가 결핵에 걸려서 거의 죽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막사영은 말했다.
“이건 결핵이 아니라 약 몇 첩을 먹으면 나을 수 있소이다.”
다른 한 여인은 큰 병이 없어 보였지만, 막사영은 맥을 짚고 나서 그녀에게 말했다.
“당신의 맥상에 문제가 있습니다. 아마 올가을을 못 넘길 겁니다!“
나중에 역시 그의 말대로였다.
어느 해, 현지에 역병이 발생하여 사망자가 매우 많았다. 막사영은 자신이 정성껏 개발한 처방을 꺼내 집집마다 보내 무료로 치료해 주었다. 그의 약은 매우 효과가 좋아서 많은 사람들이 살아남았고 역병도 서서히 사라졌다. 그에게 치료받은 사람들은 집집마다 그 사람을 집에 모시고 매일 절을 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후 후손들이 그의 의술과 의덕을 이어받아 현지인들에게도 존경을 받았다. 막 씨 집안에 대해 인근 사람들이 모두 칭찬했다.
“삼세(三世)에 걸쳐 의사를 했으니 그 후손이 반드시 흥하고 막 씨는 창성하리라!”
2. 발의 맥상으로 거인의 죽을 날을 안 가정 명의 부조
명조 소주(蘇州) 가정(嘉定)현에 부조(傅璪 자는 汝文여문)라는 의원이 있었다. 그의 집은 대대로 의술을 해왔는데, 어렸을 때 조부가 그에게 의서를 보여 주었고, 후에 그는 맥을 짚을 수 있게 되었다. 그는 맥을 짚고 나서 아픈 사람을 치료할 수 있는지 즉시 알 수 있었다. 약으로 치료할 수 없는 사람들은 심지어 사망 시기까지 알 수 있었다.
태학에서 한 감생(監生)의 아내가 죽었는데, 가족이 아직 염을 하지 않았다. 부조가 감생의 집에 가보니 여인이 죽은 게 아니라 그저 기절했음을 발견했다. 즉시 처방을 내려 환자에게 탕약 한 그릇을 먹이자 그녀가 깨어났다.
어느 날 그는 심씨 성을 가진 거인(舉人)과 함께 밤에 배를 타고 길을 떠났다. 밤이 되자 그 선비는 잠이 들었다. 부조가 무심코 그의 발에 닿았을 때 맥이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러자 그는 그 사람의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드님이 많이 아프시니 집에서 요양하라고 하셨어야 하는데 어떻게 데리고 나와 먼 길을 가게 하셨습니까.”
그의 아버지는 그 말을 듣고도 개의치 않았다. 그러나 배가 중간에 이르렀을 때 아들이 죽었다.
예전에 그가 살던 마을에는 황(黃) 씨 성을 가진 집이 있었는데, 온 집안 식구가 같은 시간에 병이 났다. 아무도 치료하지 못했는데, 나중에 부조가 그의 집으로 갔다. 탕약을 조제하고 떠났다. 그가 막 떠나자 황 씨네 집 남자 주인은 두 명의 귀신이 방 안에서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중 하나가 말했다.
“부씨 성을 가진 사람이 오면 어떡합니까?”
또 다른 사람이 말했다.
“내가 그의 약을 엎지르겠다!“
말이 끝나자마자 주인집 침대 옆에 놓여 있던 탕약 그릇이 확 뒤집혔다. 주인은 탕약이 온 바닥에 쏟아지자 부조를 다시 모셔올 수밖에 없었다. 그는 방금 전에 있어났던 일을 듣고, 부조는 탕약을 가져와 직접 환자에게 먹여주었다. 약을 마시자 그의 병이 나았다.
성이 육(陸) 씨인 첨사(詹士-관직명)의 부인이 고독(蠱毒)에 걸려 다른 의사들이 속수무책이었다. 부조는 자기가 조제한 약을 꺼내어 한 숟갈만 먹였다. 그리고 나자 그녀는 즉시 뒷간에 가고 싶어 했고, 돌아왔을 때 병이 나았다.
그의 의술은 신묘하여, 사람들은 모두 어느 도술 고수가 그에게 물려준 것이라고 여겼다. 그는 또한 현(縣)의 의관을 지냈고,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는 일을 맡았다. 그는 인품이 귀하고 존경을 받아 현지인들은 그를 ‘이선(頤善) 선생’이라고 친근하게 불렀다.
3. 맥으로 아이의 꾀병을 안 태평부 명의 사승문
명조 태평부(太平府)에 사승문(謝承文, 자는 울우鬱宇)이라는 의원이 있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의학 이론에 대한 오성이 매우 높았고, 의원이 된 후 맥술도 점점 더 정심해졌다. 환자가 오면 맥만 짚으면 자신의 병이 아직 치료될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의 맥술이 너무 신묘해서, 어떤 사람들은 믿지 않고, 항상 기회를 봐서 진위를 시험하려고 했다.
어느 날, 한 사람이 그가 멀리서 걸어오는 것을 보고 높은 곳에서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 사람은 땅바닥에 떨어졌는데도 바로 일어나지 않고 죽을 것 같은 척하며 가족들에게 그를 사승문을 앞으로 데리고 오라고 했다.
사승문이 맥을 짚은 뒤 말했다.
“사람이 제때 왔지만 명이 다 되었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헛소리를 하는 줄 알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사람이 정말 죽었다. 무슨 까닭이냐고 묻자 그가 말했다.
“높은 곳에서 떨어졌을 때 이미 창자가 끊어졌습니다.”
또 한 사람이 아픈 아이를 데리고 사승문을 찾아왔다. 그는 아이의 맥을 짚고 나서 빙긋이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아이 아버지를 피해 아이에게 말했다.
“서당 가기 싫어서 아버지 앞에서 꾀병을 부리는 것 아니냐.“
아이가 고개를 숙이고 아무 소리도 안 했다. 그는 아이에게 과자를 좀 가져다주며 다음에는 그러지 말라고 당부했다.
한 번은 그가 한 친구와 술을 마시며 환담을 나눈 적이 있었다. 술자리에서 술을 많이 마시고 작별 인사를 할 때 친구가 그의 손을 잡고 놓지 않았다. 이때 그는 이미 친구의 맥에 문제가 있음을 감지하고 그가 무슨 병에 걸렸는지 알고 있었다. 집에 도착한 그는 서둘러 약을 지어준 후, 그의 집 가동에게 말했다.
“만약 그 사람이 나를 찾아온다면, 이 약을 그에게 주어라.“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친구가 비틀거리며 찾아왔다. 사승문이 지어준 약을 먹고 그의 병은 곧 나았다.
사승문의 맥술은 출신입화(出神入化)하여 사람을 탄복하게 했고, 의술도 매우 정교했다. 많은 이들이 설사 ‘금원사대가(金元四大家 역주: 금원 시기 뛰어난 4명의 의사를 가리킨다)’가 온다 해도 의술이 이것만 못하다고 했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02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