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객(過客)
【정견망】
지금껏 그 어느 나라도 중국인들만큼 ‘팔(八)’이란 숫자를 좋아하는 나라는 없었다. 왜냐하면 ‘발달’이나 ‘돈을 번다’는 뜻의 ‘발(發)’과 발음이 비슷해 벼락부자가 되려는 중국인들의 현재 심리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팔(八)의 본래 뜻은 그리 상서롭지 못해, 분리되고 어긋난는 뜻이다. 합해서 보면 바로 ‘인(人)’이 되는데 인(人)을 단절시키면 팔(八)이 된다.
《설문해자》에서는 “팔(八)은 나눈다(別)는 뜻이다.”라고 했다. 때문에 보통 장부에 적을 때는 ‘팔(捌)’로 적는다. 분리(分離)의 분(分)에서 윗부분 부수(部首)가 바로 팔(八)이다.
‘팔’은 수술(數術)에서는 땅이 되고 토(土)에 속한다. 팔괘(八卦)에서는 곤괘(坤卦)가 되고 방향은 서남(西南)이다. 곤괘는 팔괘에서 건괘와 함께 가장 중요한 2가지 괘상이라 둘을 합해 건곤(乾坤)이라 한다.
팔(八)과 관련된 단어들을 보면 아주 많은데 가령 팔배(八輩), 팔풍(八風), 팔자(八字), 팔음(八音), 팔방(八方), 팔고(八股), 팔병(八病), 팔보(八寶), 팔선(八仙), 팔면(八面), 팔덕(八德), 팔준(八駿), 팔진(八珍), 팔계(八戒), 팔절(八節), 팔투(八鬥), 팔달(八達), 팔기(八旗), 팔간(八奸), 팔배(八拜), 팔부(八部), 팔식(八識), 팔사(八邪), 팔고(八苦), 팔향(八鄉), 팔절(八絕), 팔맥(八脈), 팔황(八荒) 등이다.
여기서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한자(漢字)에 담긴 내용은 아주 풍부해서 어느 한 단어를 말해도 아주 많은 지식을 말할 수 있다.
말이 나온 김에 팔계를 말해보자. 《서유기》에서 당승(唐僧)의 두 번째 제자의 이름이 여러분들이 잘 아는 저팔계(豬八戒)인데 여기서 팔계란 불교에서 말하는 8가지 계율을 말한다.
일계는 살생, 이계는 도둑질, 삼계는 음사(淫邪 음란한 행동), 사계는 망어(妄語 거짓말), 오계는 음주(飮酒), 육계는 향을 뿌리거나 꽃단장 하지 말 것, 칠계는 높고 크고 잘 꾸민 평상에 앉지 말 것, 팔계는 끼니때가 아닐 때 먹지 말 것(非時食)이다.
사실 많은 고심(高深)한 법문(法門)에서는 계율을 말하지 않는데, 수련이 어느 정도 경지에 도달하면 그의 행위가 자연스럽게 그 경지의 요구와 표준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즉 계율을 말하지 않아도 이미 계율 속에 있다. 하지만 오성이 평범한 사람이 가급적 수련해 올라갈 수 있도록 석가모니는 그들에게 일부 계율을 정해주었는데, 엄격히 계율에 따라 하면 확실히 수련 성취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깊이 생각해 보지 않으면 계율 역시 수련의 길에서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여러분이 보다시피 팔계 중에는 불교 신자들이 가장 중시하는 고기를 금하는 계율이 없다. 심지어 불교 거사조차 채식을 한다고 말하는데 전업 수련자가 어찌하여 이런 계율이 없을 수 있는가? 당시 석가모니 부처님이 계율을 정할 때 제자들에게 고기를 먹지 말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단지 파, 생강 마늘과 같은 훈채를 먹지 말라고 했을 뿐이다. 이런 것들을 먹으면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의 입정(入靜)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 대승불교에서는 훈채와 비린 음식을 먹지 말라고 요구했다. 여기서 비린 음식이란 비린내가 나는 음식으로 즉 육식을 가리킨다. 사실 사람이 얼마나 높이 수련하는가는 그가 무엇을 먹는가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음식은 단지 사람이 세상에서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에너지원일 뿐이다.
육식은 사람 이 층차의 생명에게 아주 매력적인데, 층차가 낮은 생명일수록 강한 맛이 나는 음식이 좋다고 여긴다. 축생도(畜生道)를 보면 그것들은 약육강식이라 생고기를 먹고 썩은 고기를 먹는데 그 개는 똥을 향기롭다고 여긴다. 그것은 정말 이렇게 보는데 먹지 못하게 한다면 주인이 이상하고 여길 것이다.
또 분뇨통 속의 구더기는 분뇨통 속에 태어나 거기서 죽기 때문에 이곳이야말로 아주 좋은 환경이라 여긴다. 사람은 조금 나아 불을 피워, 음식을 요리해서 먹으면, 그리 비린내가 나지 않고, 향기롭다고 여긴다. 그러나 고층 공간의 신(神)이 본다면 고기 냄새는 아주 불쾌한 냄새이다. 그러므로 부처님께 공양할 때는 육식을 올리지 않는다.
많은 종묘나 사당의 공양물 중에는 적지 않은 고기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것은 문제가 없다. 인간이 살아가는 이 공간을 신들은 모두 더럽다고 느낀다. 사람은 미혹 속에서 진상을 보지 못하기에 신들은 사람이 너무 고생스럽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수련해서 올라가려면 그 어떤 음식에 대한 집착심도 버려야 한다. 어떤 사람은 매운 걸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단 걸 좋아하는데, 모두 집착이다. 당신이 이 이치를 똑똑히 이해하면 자연히 그에 상응하는 상태가 나타날 것이다. 나는 단 것을 좋아하지만, 이 마음을 제거할 때가 되면 설탕을 먹어도 달지 않고, 당신이 고기를 좋아한다면 고기가 맛이 없거나 심지어 너무 비려서 먹을 수 없으며 또는 가짜를 샀다고 여길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 자연스레 음식에 대한 집착이 사라지고, 자발적으로 먹지 않게 된다. 친구의 초대를 받아 가면 고기를 먹을 수는 있지만 별로 맛이 없고 그저 배만 부를 뿐이다.
다시 사음(邪淫)을 말해보자. 과거 종교에서는 수련자에게 이성(異性)의 육체가 썩고 노화해서 피부와 살이 떨어지는 것을 관상(觀想)하게 했고, 이렇게 미녀를 보면 곧 역겨운 장면을 연상하도록 조건반사를 만들어 이성을 생각하지 않게 한 것이다. 내가 이 마음을 제거할 때가 되면 TV나 휴대폰에서 아름다운 여인을 보아도 또 연상하는 것은 그녀가 점차 늙어가는 모습을 보고 다시 보면 해골만 남아 동물과 같은 오장육부를 보게 된다.
인간 세상의 미색(美色)이란 모두 오랫동안 지속될 수 없고, 인간 세상의 감정 역시 모두 인연에 따라 모이는 것이라 가장 믿지 못할 것이 감정이다. 금생에 헤어지지 않을 수 있다 해도 내세에는 인연이 없을 수 있다. 설사 길을 걷다 마주쳐도 고개조차 돌아보지 않는 낯선 사람이 될 것이다. 색욕심(色慾心)을 제거하지 않으면 절대 수련 성취할 수 없다. 인생 백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다. 현실의 요만한 환상을 위해 생명에서 가장 소중한 기회를 놓친다면 진정으로 미혹에 빠져 깨닫지 못한 것이다.
다시 팔계(八戒) 중 마지막 조목인 끼니 때가 아니면 먹지 말라는 것을 말해보자. 석가모니 당시의 요구는 하루 한 끼, 그것도 즉 오전에만 한 끼를 먹는 것으로 나머지 시간은 모두 ‘끼니 때’가 아니다. 당시 석가모니는 제자들에게 오전에 나가서 동냥하고, 점심에 동냥한 음식을 한데 모아 모두 나눠서 먹게 했다. 오후에는 스승의 설법을 듣고 저녁에는 가부좌 입정했다.
석가모니는 제자들에게 동냥이란 형식을 통해 널리 선연(善緣)을 맺도록 요구했는데 그래서 이를 화연(化緣 인연 만들기)이라 한다. 동시에 음식을 구걸할 때 온갖 종류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아마 수련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때리거나 욕을 할 수도 있다. 이런 것을 이용해 제자들의 심성(心性)을 단련시켰다. 그러므로 동냥은 당시 승려들의 수련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었다. 저녁에 가부좌하면서 낮에 겪었던 모욕을 생각해선 안 된다. 계정혜(戒定慧)에서 우선 석가모니의 말씀에 따라 계율을 지켜야 정(定)에 들어갈 수 있고 그런 다음에야 지혜(慧)가 나타날 것이다.
여러분들도 많은 이치를 똑똑히 알고 있는데, 일에 부딪혔을 때 자신이 수련인임을 떠올리지 못한다면 그럼 법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하며, 마음을 고요히 하고, 법을 보고 반복해서 보아 머릿속이 법으로 가득 차야 한다. 이렇게 일에 부딪혔을 때 법의 표준에 따라 자신을 요구할 수 있다면 서서히 제고할 것이며, 날마다 조금씩 진보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올라갈 것이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4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