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회이야기 – 연해타향(缘解他乡)(속2)
작가:소련(小莲)
【정견망 2007년 10월 8일】(윗글에 이어서)
나와 그 소녀와의 연분은 또 한 번 대만섬의 일월담에서 있었다.
때는 바로 명나라 후기였으며 나의 부친은 복건성의 어민이었다. 당시 해적이 많이 출몰해 해변이 태평하지 못했다. 한번은 부친이 고기잡이 하러 바다에 나갔다가 태풍을 만나 물결 따라 표류하여 대만섬(당시에는 류구라고 불렀다)에 닿았다. 그곳에서 부친은 현지의 고산족 여자아이를 만났다. 부친은 부지런하고 용감하였기에, 그녀는 감동하여 나중에 그들은 결혼했고 후에 나를 낳았다. 이에 대해서는 상세히 말하지 않겠다.
나는 자람감에 따라 성격이 점점 부친을 닮아갔고 또 자라면서 일부는 어머니를 닮아 매우 얌전하고 아름다웠다. 나는 비록 남자아이였지만 여자처럼 곱게 자랐다. 이웃에서는 모두 내가 사리가 있고 인의가 있는 아이라고 칭찬이 자자했다.
나중에 우리집 부근으로 한 사람이 이사를 왔는데, 이 집에는 우흠이라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이 아이는 가정의 영향으로 인해 매우 현숙하고 효성이 있었다. 이웃에게서 들었는데 어느 여름 날 그녀가 겨우 12살 되었을 때, 모친이 병이 났고 부친은 집에 없었다. 그녀는 혼자서 한밤중에 산을 두 개나 넘어 어머니의 병을 고치러 의원을 찾아 갔다. 가는 길에 또 큰 비를 만났다. 당시 의원은 감동하여 눈물을 흘렸으며 두말 하지 않고 즉시 그녀를 따라가 모친의 병을 봐주었다. 의원이 마침 병을 치료했으므로 모친의 병은 얼마 후 나았다.
우리는 머리만 들면 보일 만큼 가까이에서 서로 속속들이 알고 지냈고 또 그녀에 관한 많은 일들을 들은 후, 내가 만약 이런 아이와 함께 산다면 참 행복하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나는 16세, 그녀는 14세였다.
우리가 천진하게 웃고 지내는 중에 세월은 흘러 눈깜짝할 사이에 나는 20세가 되었다. 영준하게 자랐으며 인품도 매우 좋았다. 많은 이웃들이 혼담을 꺼냈으나 나는 각종 이유를 들어 거절했다. 그들은 내가 우흠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부끄러워 시종 말을 꺼내지 못했다.
공교롭게 한번은 읍내 장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우흠을 만났는데, 그녀는 가냘픈 몸에 한 포의 쌀을 이고는 총총히 시장으로 가고 있었다. 나는 보고서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큰 마음을 먹고 다가가 말했다. “내가 시장에 데려다 줄께.” 그녀는 나를 보더니 말했다. “그럼 오빠한테 미안해서 어떻게 해?” 그래서 우리는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엄마가 또 병이 났는데, 아빠는 집에 안 계시고 집에는 엄마의 병을 볼 돈이 없고 그저 남은 것은 쌀만 조금 있어. 그래서 시장에 가서 돈으로 좀 바꾸어 의원을 청하려고 해.” 천천히 나의 마음은 편안해졌고 처음처럼 그렇게 긴장되지 않았다. 오랫동안 마음에 두고 있던 여자아이를 눈앞에서 보면서 나는 끊임없이 격려했다. 가는 동안에 우리의 이야기는 매우 잘 어울렸다. 돌아와 헤어질 때 내가 말했다. “삼일 후 우리 마을 앞 피풍정에서 만나지 않을래?”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녀는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갔다. 나도 그녀를 만나 기뻤으므로 즐겁게 돌아갔다.
돌아온 후 부모에게 말했다. “나 우흠이 좋아요.” 부모는 내가 왜 많은 사람들의 중매를 거절했는지 비로소 알았다. 아버지가 말했다. “네가 기왕 좋아하면 그 아이와 자주 왕래해라. 연후에 길일을 택해 사람에게 부탁해 혼담을 꺼내도록 하자. 내가 할아버지가 되면 나도 아마 행복할거다.” “할아버지가 된다고 행복할지 안 할지 알기는 너무 이르지 않나요?” 어머니는 웃으며 말했다.
때는 여름이었고, 삼일 후는 마침 보름날이었다. 우흠은 특별히 분을 바르고 매우 예쁘게 해서 왔다. 나는 보자마자 말했다. “우흠 너 오늘 어떻게 이렇게 예쁘게 변했어?” 그녀는 빙그레 웃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내가 특별히 분을 바른 건데 내 기분이 좋아서이지 네가 보라고 한 건 아니야.” 나는 이 말을 듣고 마음이 좀 무거워졌다. 이 때 나는 좀 어색한 국면을 풀어보려고 하늘의 둥근 달을 보았더니 홀연 옛 사람의 한 수의 시가 생각났다. “바다에 밝은 달이 뜨니 하늘 끝이 지금 함께 있네.” 나는 마음이 동하여 말했다. “우흠, 사실은 몇 년 전부터 너를 좋아했어. 그러나 나는 부끄럼이 많아 너에게 말을 하지 못했어. 너는 선량하고 효심이 많아 나는 감동했는데, 그날 네가 길에서 쌀을 지고 가는 것을 보았을 때 마침내 용기를 내어…… 지금 이 아름다운 달밤에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하는 거야. 우흠, 나를 받아줘. 내가 너의 집의 짐을 질께. 우리 함께 네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자.” 그녀의 얼굴은 달빛 아래 빨갛게 변했고 돌연 이때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서늘한 느낌이 들자 우흠은 자기도 모르게 나의 가슴에 기댔다. 나도 자연스럽게 그녀의 어깨를 끌어당기며 부드러운 소리로 말했다. “이후에 내 가슴은 너의 휴식처가 될거야. 내가 비바람을 막아줄게.” 이때 그녀는 아무 말 하지 않고 머리를 들어 하늘의 둥근 달을 올려다 보며 조용히 말했다. “오늘밤 달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좀 봐!” “그래 며칠 지나면 길일을 택해 아버지가 사람을 시켜 너희 집에 찾아 갈꺼야. 우리 아버지는 좀 일찍 할아버지가 되고 싶어하는 것 같던데?” “그럼 나는 몇 사람이나 시중 들어. 힘들어 죽겠네” “내가 있는데 뭐가 무서워?” 우리는 이렇게 웃으면서 헤어졌다.
사람의 일은 많은 경우 우리가 좌우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름다운 동경은 흔히 무정한 현실 앞에 산산히 부서져버린다.
마침 사람을 찾아 혼담을 꺼내려고 할 때 우흠의 부친을 다른 사람이 데리고 왔는데, 아주 엄중한 병에 걸린 상태였고, 많은 돈을 들여 매우 고명한 의원을 불러야 치료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흠은 사방으로 의원을 구하러 다녔고 나도 역시 백방으로 수소문하였다.
나중 어느 고향사람이 친구로부터 말을 들었는데, 여기에서 백 리 떨어진 곳 어느 시장에 성이 백 씨인 의원이 있는데, 그의 의술은 대단하여 손만 대만 낫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래서 필마를 타고 우흠을 그곳으로 데려갔다. 그 노의원은 우리 고향의 친척에게서 이미 우흠이 매우 효성스러운 아이라고 들었다. 우흠이 온 이유를 말하니 노의원은 고쳐주겠다고 하면서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우흠이 자기의 며느리가 되어달라는 것이었다. 아울러 그녀가 응한다면 부친의 병을 고치는데 돈을 한 푼도 안 받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우흠은 매우 난처했다. 노인은 우흠이 난색을 표하는 것을 보고 말했다. “자네들 돌아가 상의해보게. 며칠 후 다시 와도 늦지 않으니. 우선 한 봉지의 약을 지어줄테니 가져가게. 이것이 비록 병의 뿌리를 뽑지는 못해도 좀 완화시킬 수는 있을거야.”
자기가 사랑하는 우흠을 바라보며 나는 이리저리 생각하다가 결정을 내렸다. 나는 결코 우흠에게 불효한 사람이라는 명성을 안길 수 없다. 나는 남자다, 다른 사람을 이해해야 대장부가 아닌가. 자기와 사랑을 위해 다른 사람의 명예를 더럽힐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우흠에게 말했다. “너는 그 노선생의 말대로 해. 부친의 병을 고치는 것이 중요하지! 나는 단념할께!” “안 돼! 내가 두 사람 다 좋게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볼께!” “두 사람 다 좋게 하는 방법은 없어. 부친의 병을 가지고 장난할 수는 없어!” “그럼 넌 어떻게 해?” “난,….. 잘 지낼거야. 염려할거 없어.” 나는 대충 얼버무리며 말했다.
여러 날 지나지 않아 나는 집을 떠나 나를 상심하게 하는 이곳을 떠났다. 동시에 우흠을 돕기 위해 벗어났다.
우흠은 내가 모질게 떠나는 것을 보고 어쩔 수 없이 백 노선생에게 가서 그의 아들에게 시집을 가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전제는 부친의 병이 낫고 난 다음이라는 것이었다. 백선생도 역시 그렇게 하겠노라고 응답을 했다. 이렇게 하여 그녀의 부친의 병은 며칠이 지나 치료되었으며 병의 뿌리가 철저히 뽑혔다. 결혼하는 그날 우흠은 부모를 보고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그녀의 부모는 오히려 울면서 딸에 대해 매우 미안해했다. 바로 이때 소식이 전해왔다. 노의원의 아들이 신부를 맞이하러 오는 길에 말을 타고 산을 지날 때 잘못하여 말 등에서 떨어져 그만 죽어버렸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긴급히 그녀의 집에 연락을 취하여 이 결혼을 취소한다고 했다.
우흠이 이 말을 듣자 매우 기뻤으나 한편으로 백선생에게 미안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소식을 전하는 사람에게 말을 전했다. 그녀들 일가는 영원히 노선생의 구명지은에 감격할 것이라고. 소식을 전하는 사람이 떠난 후 우흠의 부친은 말했다. “얘야, 빨리 네 친구를 찾아오너라. 나와 네 모친은 다시는 너에게 신세를 지지 않으마. 만약 그를 찾으면 멀리 적당한 곳으로 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말아라.” “그 아이는 떠났습니다.” 우흠은 울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두 무릎을 꿇고 부모에게 삼배를 했다. 연후에 슬퍼하며 떠났다.
세상이 이렇게 넓은데 어디에 가서 내가 좋아하는 그 아이를 찾나? 한번은 그녀가 길 옆에 허물어진 작은 절간에 도착했을 때 하늘에서는 마침 비가 내렸다. 그녀는 춥고 배가 고파 자기도 모르게 혼절했다. 혼미한 중에 어느 보살이 말하는 것을 보았다. “너와 그의 연분은 끊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생에 너희들은 부부의 인연이 아니고 수행지간의 연분이다. 그는 풍경이 매우 좋은 곳에서 수련하고 있는데 네가 수련하려거든 철저히 그에 대한 정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러면 그를 만날 수 있다. 그렇게 하겠느냐?” “그를 다시 볼 수만 있다면 저는 어떻게든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너는 오늘 이후부터 수행해야 하며 일심으로 수행하여 어느 정도 경지에 도달하면 자연히 어떤 사람이 그를 보게 할 것이야!” 그녀가 다시 깨어났을 때 자신이 어느 비구니의 품에 안겨있는 것을 보았다.
“깨어났군” 비구니가 말했다. “뜨거운 죽을 먹고 몸을 좀 덥히게. 시주는 하루 종일 혼미해 있었네. 내가 저 절간을 지나다가 자네가 여기 누워있는 것을 보았네. 아마 배가 고픈 것 같아 뜨거운 죽을 좀 끓여 왔으니 먹고 나면 좋아질거야.” 우흠이 몸을 회복한 후 자기의 처지와 방금 꾼 꿈 이야기를 해주었다. 비구니는 감격해 하며 말했다. “어제 나도 꿈에서 보살님이, 곧 근기가 좋은 제자를 거둘 것이라고 점화해 주었는데 보아하니 바로 자네군!”
인연은 공교로왔다. 우흠은 말할 것도 없이 노비구니에게 절을 하며 수련을 시작하는 수밖에 없었다. 다시 내 이야기로 돌아가자.
내가 집을 떠났을 때 심정은 매우 괴로웠다. 세상에 그렇게 예상할 수 없는 일이 얼마나 많이 있는지. 또 무정한 현실에서 정은 이같이 연약한지 생각하게 되었다. 이 때 나는 수행할 것을 생각했다. 경치가 매우 좋은 곳으로 가서 일생을 청정하게 지내자. 그래서 수소문한 끝에 돌고 돌다가 마침내 일월담 옆에 도착했다. 이 못의 깨끗한 물을 보니 많은 번뇌가 단번에 사라지는 것 같았다. (이것이 내가 <홍음> 중의 <일월담을 거닐다>를 보았을 때 깊이 촉동되었던 원인이다!) 그래서 나는 그곳에 초막을 짓고 혼자 수련했다.
어느 듯 20년이 지났고 수련의 경지에 많은 제고가 있었다. 그러나 우흠과의 사이에 약간의 수련의 연분이 매듭지어지지 않았으므로 다시 위로 돌파하기에 애를 썼다.
우흠도 이런 상황이었다. 하루는 그녀가 사부와 함께 가부좌에서 막 출정했을 때 밖에서 어떤 사람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 일월담 옆에 어느 젊은이가(수련인은 매우 젊어보이므로) 하루종일 수련하는데 정말 사람을 탄복케 한다! 이 때 비구니가 말했다. “이왕 너희들의 만날 기연이 닿았으니 일월담에 가서 그를 찾아보아라. 인정에 매달리는 것은 헛된 것이며 수행을 잘하는 것만이 가장 진실한 것이다.”
그래서 우흠은 곧 하루 이틀을 걸어 내가 있는 곳으로 왔다. 일월담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 해가 아직 산에 떨어지지 않았으나 달은 이미 떴을 때였다. 당시 나는 말했다. “일월담에 해와 달이 비치네.” 우흠이 이어서 말했다. “수행 중에 사람은 다시 수행하네. 20년이나 못 만났는데 아직도 시를 짓는군!” “너는 수련하는데 나는 수련을 하면 안 되니?” “좋지”
“이 몇 년 간 어떻게 지냈어?” 하며 우흠은 지난 일을 있는 대로 한바탕 이야기했고 나도 내 경력을 다 말했다. 나중에 내가 말했다. “우리 함께 수련하자. 그러나 피차간에 교란을 피하기 위해 우리 먼저 약정을 하나 하자. 우흠은 저쪽에서 수련하고 나는 이쪽에서 수련하며 누구도 이 큰 나무를 건너오지 말자. 만약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나무 아래에서 같이 교류하자. 어때?” “좋다! 누가 정을 내려놓지 못하나 보자.”
그래서 우리의 그 생에서의 수련 연분이 시작되었다. 춘하추동, 추우나 더우나, 우리는 공동으로 견지하며 함께 닦았다. 마침내 10여 년이 지난 후 우리는 함께 연꽃을 타고 9천으로 올랐으며 그 시기의 수련을 완성했다.
이런 일은 상세히 쓰지 않는다.
본래 금생에서 그녀는 응당 나의 여동생으로 전생해야 했으나 우주의 그 나쁜 생명은 모친이 전세에 강도였다는 구실로 그녀 신체에 많은 수작을 부려 금생에 그저 나만 모친의 아들이 될 수 있었고, 그녀는 다른 곳에 전생하여 법을 얻지 못했으니 매우 아쉽다.
이로 볼 때 인간세상에 오는 것은 일체가 정말 예측하기 어렵다. 오직 현재 가진 것을 아깝게 여겨야 비로소 자격이 있다.
그래서 연공인이 당신에게 진상을 말할 때, 결코 쉽게 거절하지 말아야 하며 잘 생각하여 진실을 분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일찍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기연을 잃게될 것이다.
발표시간:2007년 10월 8일
원문위치: http://zhengjian.org/zj/articles/2007/10/8/4875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