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우(林雨)
【정견망】
당시(唐詩)와 송사(宋詞)를 두루 살펴보면 낭만적인 정서가 가장 풍부한 것은 단연코 남송 시기 신기질(辛棄疾)의 작품 《청옥안(青玉案)·원석(元夕)》이다. 이 시는 정월 대보름 등불 축제 밤의 화려함과 시인의 내면적인 추구를 표현했는데 구절마다 아름다우면서도 의경(意境)이 아주 깊다. 더 놀라운 것은 시 전체적으로 그리워하는 사람의 얼굴을 직접 묘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천 년 동안 독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해 왔다. 왜냐하면 이 작품에는 단순히 낭만적인 분위기 이상의 것이 담겨 있는데 시인의 심오한 이지(理智)와 청성(淸醒)이 담겨 있다.
우선 전체 작품을 한번 감상해 보자.
한밤에 봄바람이 부니 수많은 꽃이 날리는데,
마치 별이 흐르고, 비가 내리는 것 같네.
좋은 말과 화려한 수레를 타고 원소절의 등화를 구경하는 사람이 가득하네.
퉁소 소리 사방에 울리고, 밝은 달이 점점 서쪽으로 지는데,
나무에 매달린 물고기와 용의 형상이 밤새도록 피곤할 줄 모르고 흔들리네.
화려한 머리 장식을 하고 좋은 옷을 입은 수많은 여성들이
몸에서 향기를 발산하며 떠들썩하게 지나가네.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수천 번 그녀를 찾았지만 발견하지 못했는데,
갑자기 머리를 돌려보니, 희미한 등 밑에 그녀가 있었네.
東風夜放花千樹,更吹落、星如雨。
寶馬雕車香滿路。鳳簫聲動,玉壺光轉,一夜魚龍舞。
蛾兒雪柳黃金縷,笑語盈盈暗香去。
眾裏尋他千百度,驀然回首,那人卻在,燈火闌珊處。
이 사(詞)의 첫 단락은 화려한 색채로 대보름 등불 축제의 화려하고 번화함을 표현한다. 송대에는 이미 불꽃놀이 기술이 상당히 발달했다. 하지만, 여기서는 누가 불꽃놀이를 하는지 명시하지 않고 “한밤에 봄바람이 부니 수많은 꽃이 날리는데”라고만 했다. 이것은 아마도 의인화 수법이거나 또는 더 깊은 의미가 담겨 있을지 모른다. 봄바람은 봄을 선사하지만 또 이미 핀 꽃을 떨구기도 한다. 즉 번영도 가져오지만 시듦도 재촉한다. 이 일순간의 화려함이야말로 인생의 상황을 완벽하게 포착한 것이다.
“좋은 말과 화려한 수레를 타고 원소절의 등화를 구경하는 사람이 가득하네.
퉁소 소리 사방에 울리고, 밝은 달이 점점 서쪽으로 지는데,
나무에 매달린 물고기와 용의 형상이 밤새도록 피곤할 줄 모르고 흔들리네.”
이 구절은 생동감 넘치고 신비로우며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화려한 장신구로 치장한 여인들의 미소가 퍼져 나가고, 그들의 향기는 봄바람에 실려 오는 꿈처럼 그들을 따른다.
이렇게 번잡한 배경 속에서 시인은 오히려 끊임없이 마음속의 “그 사람”을 찾는다. 그는 수많은 인파 속을 헤매며 수천 번이나 뒤돌아보고 찾았지만, 끝내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뒤돌아보니 희미하게 불빛이 비치는 구석에 그녀가 조용히 서 있다. 번잡함에 얽매이거나 휩쓸리지 않는 그 한순간 시인의 마음속 가장 깊은 갈망을 밝혀준다.
이 사(詞)는 겉보기에 사랑을 노래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시인과 같은 뜻을 가진 동지들에 대한 갈망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신기질은 평생 금(金)나라에 대항해 나라를 부흥하기 위해 헌신한 용감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당시 남송 조정의 다수는 안일과 타협에 빠져 있었다. 번잡한 세상에서 그가 찾고자 했던 영혼의 동반자는 당연히 감각적 쾌락에 사로잡힌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희미한 등 밑”에 서 있는 그 사람은 시인이 이상적으로 여기는, 겸손하고 청성하며, 세파에 휩쓸리지 않는 인격을 상징한다.
시인은 낭만적인 필치로 내심의 굳센 의지와 이지(理智)를 묘사했다. 그는 순간의 덧없는 쾌락이 아닌, 더 높은 정신적 추구를 선택했다. 오늘날에도 이는 여전히 우리가 깊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는 주제다.
오늘날 사회는 겉으로만 보자면 남송(南宋)보다 더 번화한 것처럼 보인다. 각종 다양한 오락 방식이 나타나 사람을 중독에 빠지게 한다. 하지만 이러한 번영 속에서 우리는 잠시 멈춰 냉정하게 생각해 볼 수 있어야 한다. 인류의 도덕이 추락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윤리가 통제 불능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람이 쾌락에 탐닉하는 동시에 인생의 진정한 방향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때, 대법(大法)은 조용히 전 세계로 널리 전파되고 있다. 대법의 전파에 대해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세파에 따라 무시할 것인가, 아니면 시끄러움 속에서 뒤돌아보며 희미한 등 밑에서 진상(真相)을 찾아야 할까?
청성하고 이지적인 사람만이 미혹의 안개 속에서 본질을 간파할 수 있고, 대법이 위기에 처한 세인을 구원하는 희망의 빛임을 깨달을 수 있다.
신기질의 이 작품이 천고(千古)에 유전된 이유는 바로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수천 번 그녀를 찾았지만 발견하지 못했는데, 갑자기 머리를 돌려보니, 희미한 등 밑에 그녀가 있었네.” 때문이다.
이 구절은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데 단순히 감정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인생에 대한 계시다.
인생이란 여정에서 관건적인 순간에 “갑자기 머리를 돌려볼” 수 있다면, 헛된 환상에 휩쓸려 상처받고 피눈물을 흘리진 않을 것이다. 어쩌면 “가장 아름다운 일체”는 이미 우리 심령(心靈) 깊은 곳의 희미한 빛 속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대법이 널리 전해진 지 이미 오래되었건만 우리는 왜 여전히 보고도 못 본 척하는가? 부디 여러분이 모두 희미한 등불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찾기 바란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79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