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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만리: 비로소 움직이지 않음이 진짜 산임을 알다

자유(自由)

【정견망】

남송(南宋)의 위대한 시인 양만리(楊萬里)는 생전에 2만 편이 넘는 시를 지었고, 그중 4천 편 이상이 지금까지 전해진다. 그러나 그의 시는 착안점에서 다른 대시인들과는 큰 차이가 난다. 그의 시는 장엄하고 웅장한 이미지를 추구하지도, 복잡하고 정교한 어휘를 구사하지도, 더욱이 글자 자체에 얽매여 방황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참신하고 자연스런 태도로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참신하고 자연스러운 문체로 섬세하게 묘사한다. 때문에 그의 시는 얼핏 간결하고 이해하기 쉬워보이지만, 깊이 생각해 보면 심오한 철리(哲理)가 담겨 있다.

그의 작품을 하나 감상해보자.

《새벽길에 구름 싸인 산을 바라보다(曉行望雲山)》

날 개기 전 아직 완전히 밝지 않은데
온통 기이한 봉우리들 볼만 하구나
문득 한 봉우리 우뚝 자라니
비로소 움직이지 않는 것이 진짜 산임을 알았노라.

霽天欲曉未明間
滿目奇峰總可觀
卻有一峰突然長
方知不動是真山

날이 개기 전이란 다시 말해 비 온 뒤 하늘이 곧 밝아올 때를 가리킨다. 양만리는 각종 기이하고 아름다운 산그림자를 보는데 정신이 팔려 있다. 비 온 뒤 맑은 아침,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옅은 안개에 가려져 흐릿한 산봉우리들이 펼쳐진 장면을 한번 상상해 보자.

이 순간, 환상과 현실이 뒤섞인 가운데 양만리는 산봉우리 하나가 갑자기 하늘과 맞닿은 듯 높아진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그것은 단지 정상 부위가 구름이 싸여 마치 산의 일부처럼 보인 것임을 깨달았다.

시인은 그저 그저 “구름 싸인 산을 바라보다[望雲山]”라는 작은 에피소르를 말했을 뿐이다. 겉보기에는 당시 시인의 심정을 기록한 것 같지만, 음미해 보면 깊이 생각해볼만한 운치가 있다.

자욱한 안개가 봉우리의 형체를 가려 산의 참 모습을 보지 못하게 한다. 이는 마치 인간 세상의 복잡한 일들이 진짜와 가짜가 서로 얽혀 있어, 늘 사람 마음과 집착이 사물의 본질을 가리고 수련자의 마음을 얽어매는 안개를 형성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법리(法理)를 똑똑히 알고 심성(心性)을 닦으면 가짜는 영원히 가짜이고, 우리가 세상에 온 진정한 목적은 인간 세상에서 희로애락을 경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반본귀진(返本歸真)하고 진아(真我)를 찾지 위함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대법 법리는 구름 안개를 걷어내 수련자의 세계를 다시 맑고 깨끗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구름 덮인 산봉우리는 마치 높고 거대하게 보이지만, 사실은 헛되고 가물가물한 것이다. 진정한 산은 줄곧 그곳에 존재하며 우뚝 서서 움직이지 않는다. 때로는 가상(假象)이 닥치는 것이 기세등등해서 마치 하늘을 가릴 듯 보이지만, 사실 산봉우리를 감싼 구름처럼 단지 안개에 가려 사람의 눈을 미혹할 뿐 실제로는 별것 아니다. 대법 사부님께서는 “하나가 움직이지 않음으로써 만 가지 움직임을 제약할 수 있다(一個不動能制萬動)!”(《각지 설법 5》 〈2005년 캐나다 법회 설법〉)라고 말씀하셨다. 가상은 두려울 게 없다. 가상이 닥칠 때 견정하게 흔들리지 않고 두려워하거나 무서워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정 소중한 것이다.

양만리는 산을 보면서 “비로소 움직이지 않음이 진짜 산임을 알았네.”라고 썼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가상의 미혹을 깨닫고 진상(真相)을 찾아, 미혹 중에서 반본귀진하고 확고하게 흔들리지 않아, 비로소 움직이지 않음이 진짜 ‘신선(仙)’임을 알았으면 한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94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