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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시인 이백

운희(雲熙)

【정견망】

술을 마시다 보니 날 저문 줄 몰랐는데
꽃잎이 떨어져 옷자락에 가득하구나
취한 몸 일으켜 달 비친 개울을 걸으니
새는 돌아가고 사람 또한 드물구나

對酒不覺暝
落花盈我衣
醉起步溪月
鳥還人亦稀
(이백 《자견(自遣)》)

시선(詩仙) 이백의 시에는 자연히 남다른 데가 있다. 일반적으로 시를 쓰려면 각 글자마다 일으키는 역할과 함의를 떠올리면서 자신이 표현하려는 것과 일치하는지, 매끄럽게 읽히는지 등을 고민하고 퇴고(推敲)하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이백의 시는 오히려 단숨에 써 내려간다. 인위적으로 노력한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다. 그래서 자연스럽고 또 입에 착 붙는다.

“술을 마시다 보니 날 저문 줄 몰랐는데
꽃잎이 떨어져 옷자락에 가득하구나”

시인은 이 작품을 쓸 때 이미 취해 있었고, 어느새 황혼이 내려앉고 떨어진 꽃들이 그의 위로 흩뿌려졌다. 여기서 그는 의도적으로 무언가를 표현하려 하지 않고 단순히 사실만을 서술했다. 의도적으로 어떤 의미를 표현하려 하지 않는데, 뜻도 아주 단순해서,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특별히 강요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인은 우리에게 마치 현장에 와 있는 듯한 생생한 느낌을 준다. 마치 그곳에서 시를 읊는 것이 우리 자신인 것처럼 말이다. 시인은 술을 마시고 있으니 “술꾼[飲者]”이라 부를 수 있고, 시를 읊고 있으니 “시인[吟者]”이라 부를 수 있으며, 산속에 은둔해 있으니 또 “은자(隱者)”라고도 할 수 있다. 정말로 운치가 있다.

“취한 몸 일으켜 달 비친 개울을 걸으니
새는 돌아가고 사람 또한 드물구나”

술을 다 마시고 일어나 밝은 달빛을 따라 시냇가를 홀로 걷다보니 새들도 보이지 않는다. 단순한 진술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여기서 시인의 고독을 엿볼 수 있다.

이백은 시인으로서 최고였고, 나라를 다스리는 것에도 자신만의 정견이 있었다. 때문에 그의 마음속 도도함은 그 누구와도 비길 수 없었고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시인은 고독했던 것이다.

아마 시인은 더 높은 경지가 있었을 테지만 이를 시(詩)로 표현할 수도, 세인(世人)들에게 알릴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게 무엇일까? 수도(修道)가 아니었을까?

시인은 확실히 도처로 유명한 사부와 도(道)를 찾아다녔지만 끝내 뜻을 이루진 못했다. 어쩌면 이것이 시인 마음속에 있는 진정한 고독과 무력감의 원인일지 모른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95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