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섬(纖纖)
【정견망】
많은 나무들 빛깔 없이 쓸쓸한데
남쪽 가지에 홀로 꽃이 피었네.
향기로움이 물 흐르는 곳까지 이르고
꽃 그림자 촌사람 집에 떨어지네.
萬樹寒無色,南枝獨有花。
香聞流水處,影落野人家。
《이른 봄(早梅)》이란 제목의 이 시는 명대(明代) 고승 도원(道源)의 작품이다. 고작 스무 글자로, 추운 계절에 매화가 은자의 거처에 홀로 피어 있는 풍경을 그려냈다. 시인은 매화의 고결함으로 은자의 고상함을 비추고, 은자의 담백함으로 부귀영화를 탐하지 않는 매화를 대비시켰다.
“많은 나무들 빛깔 없이 쓸쓸한데
남쪽 가지에 홀로 꽃이 피었네.”
이는 시인이 본 장면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른 매화가 피어날 때, 만물은 아직 싹이 트지 않아 “빛깔 없이 쓸쓸[寒無色]”하다. 여기서 ‘빛깔’이란 봄의 빛깔 즉 녹음을 상징한다. 그러나 남쪽 가지 위에 “홀로” 한 송이 꽃이 조용히 피어 있다. 이 “홀로”란 홀로 깨어 있고 또 깨우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시인의 붓끝에서 매화는 단순한 꽃이 아니라 선지자(先知者)이자 은사(隱士)의 상징이다. 만물이 잠든 때에 홀로 먼저 봄을 알린다. 이렇게 ‘미리 피는 자태’는 선지자의 형상과 닮았는데 민감하고, 일찍 깨어나 속세 밖에 홀로 서 있다. 시인이 모종의 경지에서 얻은 깨달음을 매화를 통해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한번 음미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
고대의 고승들은 종종 입정(入定)하거나 폐관(閉關)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속세의 먼지가 없는 경지에서 미래에 대한 더 깊은 통찰을 얻곤 했다. 아마도 시인의 ‘매화 감상’은 바로 이런 마음가짐에서 비롯된 것일지 모른다.
“향기로움이 물 흐르는 곳까지 이르고
꽃 그림자 촌사람 집에 떨어지네.”
여기서는 매화가 자라는 환경을 더 명확히 보여준다. 즉 물가에 자리 잡고, 그림자가 들녘에 떨어진다. 물 흐르는 곳에 향기가 이른다는 것은 청정한 자연을 암시하며, ‘촌사람 집’은 바로 시골 은사의 거처를 가리킨다. 매화와 물이 함께하고, 또 은사와 함께하니 시에서 서로 잘 통하는 상징이다.
시인은 꽃을 사랑하지만, 매화는 세속의 번화함을 싫어해 기꺼이 청빈과 함께하기를 선택한다. 이는 매화의 고결함이자 시인의 심령을 기탁(寄託)한 것이다. 도원(道源)은 고승으로, 이 매화를 자신의 은거지에서 본 것인지, 아니면 여행 중에 느낀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분명한 한 가지는 이것이 그가 이상적으로 생각한 삶의 방식이란 점이다.
시인은 매화를 빌려 자신의 지향과 바람을 표현했으니——소란스러운 세상과 거리를 두고 스스로 청정한 경지를 이루는 것이다. 이 매화는 이미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시인의 심경(心境)이 투사된 것이다.
오늘날 대법이 전해지고 있고 대법제자 각자는 마치 한 송이 매화처럼, 자신이 대법을 수련해 구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진상을 알려 더 많은 생명을 구하려 한다. 이는 추위를 두려워하지 않고, 맑은 향기로 봄을 맞이하는 이른 매화의 모습과 꼭 닮았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955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