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보
지금까지 앞에서 말한 의안(醫案)들은 내가 낮에 진료소에서 병을 치료하고 밤에 집에 돌아온 후에 기록한 치료과정에서 얻은 심득(心得)이다. 예로 든 것들은 대부분은 한의가 병을 치료하는 신기함이지만 모두 이런 것은 아니다. 사실상 허다한 난치병들은 사람의 업력과 관련이 있다. 즉, 한 사람의 생생세세의 업력의 크기가 병의 경중을 결정하는 것이다. 한 사람의 의사로서는 그중의 인연을 명확히 알지만 설명할 수 없거나 말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지금의 세상은 풍속이 날로 낮아지고 도덕이 저하되어 희귀하고 괴상한 질병들이 많아졌고 환자들도 또한 머리가 아프면 머리만 고치고 다리가 아프면 다리만 고치는 의사들을 선호하게 되었다. 비록 중병이 전신을 감싸고 있으나, 도리어 위장약을 복용하기를 요구하며 침도 안 아픈 곳만 찌르고 자기가 한가한 시간에만 치료를 하려하면서 머지않아 생명을 잃게 됨을 전혀 모르고 있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생명이 위태롭기 전에 아끼고 병이 들기 이전에 치료하라[惜未危之命 治未病之病]”고 하였다. 이 말은 또한 “목이 마른 연후에 우물을 파지 말라”는 말과도 통한다.
노자는 “어떤 일이 있기 전에 하며, 어지럽기 전에 다스려라. 한아름이 되는 거목도 미세한 싹에서 자란 것이며 구층이나 되는 높은 건물도 한줌의 흙에서 시작되었다.[爲之于未有, 治之于未亂. 合抱之木, 生于毫末; 九層之臺, 起于累土.]”라고 하였다. 이 말의 의미는 얼이 발생하기전에 일처리를 해야하며; 화란이 생기기 전에 미리 해결해야 한다. 또, 한아름의 나무도 아주 작은 싹에서 자라나온 것이며; 구층이나 되는 높은 건물도 한 바구니의 흙에서 쌓아 이루어진 것이라는 것이다.
지금의 사람들은 하루종일 살기 위해 바쁘고 또한 7정과 6욕으로 끊임없이 소모하여 형태는 날로 수척해지고 머리카락은 날로 백발이 되어 질병의 고통이 발생한 연후에야 사방으로 의사를 찾아 약을 구하는데 이와 같이 성명을 보존하려하니 어찌 아니 비참한가?
노자는 이에 대해 훌륭한 글을 남겼는데 “도덕이 있어 수양하는 사람은 영아가 순진하고 부드러운 것과 같다. 독충(毒蟲)도 그를 물지 않고 맹수도 해치지 않으며 악조(惡鳥)도 공격하지 않는다. 그의 골격은 나약하고 근맥은 유연(柔軟)하지만 잡는 힘은 도리어 아주 강하다; 그는 큰 소리로 울어도 목이 쉬지 않는데 이것은 그의 화기(和氣)가 아주 순박하기 때문이다. 정기(精氣)와 화기(和氣)는 생명의 근본인데 지혜로운 사람은 이 근본을 알아서, 지나치게 생활의 향수를 추구하면 곧 재난이 되고, 욕망에 지배되어 감정적으로 처리하면 이것은 곧 유연과 상반되는 강강(剛强)이 되며, 사물은 장성(將盛)하면 곧바로 노쇠로 나아가게 되는데 이것을 알지 못하고 억지로 장성을 추구하면 도와 부합되지 않으며 도와 부합되지 않으면 더 빠른 속도로 죽음으로 나아가게 된다.” 라고 하였다.
사람들은 “천장지구(天長地久)”를 말하는데 천지가 길고 오래갈 수 있는 이유는 사사로움이 없기 때문에 자기를 위하지 않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사람이 만일 남을 넘저 생각하고 명예를 꾀하지 않으며, 이익을 구하지 않고, 색을 가까이 하지 않으며, 재물에 연연하지 않으며, 맛에 집착하지 않고 질투하지 않는다면 병이 어찌 생길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하늘의 도(天道)는 준칙이 되고 사람의 도(人道)는 하늘의 도를 본받아야 한다.
미륵불 수련에 한 고사가 있는데 “이 사람의 몸(人身)은 복덕이 있고 오래 동안 선(善)한 사람들에게는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배로운 배이다. 이 보배로운 배는 장차 생사의 강물을 거널 때 해탈의 피안으로 향하게 하는 뗏목으로 이용할 수 있다. 반면 악업을 많이 지은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이 육신은 도리어 사람을 지옥의 깊은 늪으로 유인하는 것이다.”라고 한다. 이 말의 의미는 사람이 어디로 가고자 한다면 전적으로 자기몸이라는 이 배를 어디로 몰아가는가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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