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옥림(玉琳)
【정견망】데니스는 전신관절과 근육통 때문에 두 손으로 물컵도 들 수 없다면 내원했다. 이마의 주름살 때문에 옆에서 보면 할머니처럼 보였지만 사실 그녀의 나이는 이제 겨우 45세 정도에 불과했다.
일반적으로 손목관절 통증은 직업과 관계가 많기에 나는 그녀에게 자연스레 무슨 일을 하는지 물어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흔들더니 직업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그녀의 표정을 보아하니 고통의 바다 속에 잠겨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사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러워 영원히 두 눈에서 눈물이 그치지 않을 것 같은 그녀의 눈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처연한 느낌을 주었다.
그녀의 병력(病歷)을 살펴보다가 “저는 침뜸이 무섭고 싫어요.”라고 쓴 글을 보았다. 우리는 서로 침묵에 빠졌다. 나는 이 글을 통해 그녀의 통증이 너무 심해 양방으로는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했으나 더 이상 방법이 없자 두려움을 무릅쓰고 한의원에 왔음을 알 수 있었다. 그녀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나는 귀에 꽂는 작은 이침(耳針)을 꺼내 보여주었다. 손톱만한 침으로 긴장을 풀어줌과 동시에 그녀가 반응을 보이기 전에 나는 그녀의 손목부위 혈자리에 침을 꽂았다. 그 후 머리위 백회(百會)에 침을 놓고는 진료실을 나가려고 하자 그녀가 소리쳤다. “당신은 아직 아무것도 묻지 않았잖아요.”
“특별히 하실 말씀이 있으세요?”
“제 통증은 도무지 어찌할 방법이 없어요. 양의를 찾아 온갖 치료를 다 해보았고 수술도 하고 X레이도 찍어보았지만 문제를 찾아내지 못했어요. 그리곤 약을 한보따리 줬지만 치료하면 할수록 점점 더 아파서……”
나는 인내심을 갖고 그녀의 말을 끝까지 다 들은 후 말했다. “일단 다른 생각 하지 마시고 온몸을 편안히 한 후 잠시 눈 좀 붙이세요.”
며칠이 지나 그녀는 무언 가를 내려놓은 것처럼 훨씬 밝은 표정으로 내게 와서는 손의 통증이 좋아졌으며 식사할 때 더이상 포크도 떨어뜨리지 않게 되었다고 말했다.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나는 진맥을 하고 설진(舌診)을 한 후에 손목에 침을 두 대 놓고 백회에 약간 깊이 자침한 후에 치료실을 나가려고 했다. 그녀는 또 나를 붙잡더니 “다른 의사선생님들은 늘 많은 것을 묻는데 당신은 왜 쳐다만 보고 아무 말씀도 없으세요?”라고 묻는다.
“얼굴에 다 써있지 않습니까?” 내가 반문했다.
그녀는 뭔가를 말하려고 하다가 이내 말을 삼키고는 묵묵히 오랫동안 벽에 걸린 관음보살상을 주시했다. 이후 나는 그녀가 통증에 대한 원망이 적어지고 병상태도 점점 호전되는 것을 발견하고는 더 이상 침을 맞으러 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비로소 내게 말문을 열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선생님께 치료받은 이후에 저는 매일 밤 꿈을 꿨어요. 그것도 마치 영화처럼 연결된 꿈을요.”
“꿈속에서 저는 수련인이었는데 아주 성대하고 장엄한 한 법회에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온몸에 값비싼 가사를 두르고 있었어요. 그런데 옆에 기름병을 들고 있던 한 꼬마화상이 실수로 제 옷에 기름을 쏟았습니다. 저는 아주 화를 내면서 한편으로는 그를 꾸짖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이렇게 엄숙하고 신성한 곳에서 자신을 다스리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가사의 가격을 일부러 몇배로 부풀리면서 입으로는 계속 심하게 야단을 쳤습니다. 비록 마음속으로는 이런 사소한 일에, 일체 집착을 벗어나야 하는 수련인의 근본을 잊고, 일을 크게 떠벌리는 자신이 미웠습니다. 그 꼬마화상은 제 꾸중에 몸둘 바를 몰라하면서 무릎을 꿇고 사죄했습니다. 저는 마음속으로 자신이 가증스러웠지만 얼굴에는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이튿날 꿈에 저는 또 강단에서 다른 사람의 잘못을 연달아 지적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양파껍질을 벗기듯이 한 층 한 층씩 상대방의 관점을 이론과 증거에 바탕하여 비판하고 있었습니다.……그러나 자신의 의념중에서는 제가 하는 것이 말만 번지르르한 거짓임을 분명히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제야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전에 제가 크게 꾸짖었던 그 꼬마 화상은 금생에 24세의 반신마비에 걸린 제 아들임을. 그 아이를 낳은 후 제 머리는 백발로 변했고 몸은 점점 더 나빠졌습니다. 아들을 위해 제 모든 것을 헌신했음에도 도리어 늘 불손한 불평만 들어야했습니다. 이제는 아들이 너무 커서 더 이상 휠체어를 밀 힘도 없고 제 두 손은 이미 더 이상 자신의 손이라고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아프고 저립니다. 그럼에도 아들은 휠체어를 제대로 밀지 않는다고 불평하고……
지금 저의 두 손은 예전에 제 가사에 기름을 엎질렀던 꼬마화상의 그 손처럼 보이며 더 이상 말을 듣지 않습니다. 아! 애초에 그렇게 박절하고 가혹하게 대하지 않았더라면 오늘날 이렇게 되진 않았을 겁니다. ”
그녀의 말을 다 듣고 나서 나는 이것이 일반적인 꿈이 아니며 어쩌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이야기는 내게도 앞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더욱 관대하고 친절해져야 함을 일깨워주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문장발표 : 2004년 6월 11일
문장분류 : 인체생명우주>전통한의
원문위치 : http://zhengjian.org/zj/articles/2004/6/11/2755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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