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옥림(玉琳)
발레리나와 같은 늘씬한 몸매와 아름다운 머릿결 때문에, 1년 반 전에 요통을 치료하러 왔을 때 비록 한 번에 불과했지만, 그녀는 내게 아주 깊은 인상을 남겨 주었었다.
그러나 이번에 그녀를 보았을 때, 과거 병력을 통해 확인하지 않았더라면, 도저히 알아보기 힘들었다. 단지 몸매만 변한 것이 아니라 머리카락도 닭 둥지처럼 지저분했고, 게다가 진한 화장과 안대까지 더해져 10년은 더 늙어보였다. 그녀의 두 눈빛은 어둡고 멍청하게 보였다.
침(鍼)을 놓은 후에 나는 그녀의 허리 부위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처음에 등에 새겨진 뱀모양의 무늬를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세상에! 등의 3분의 2에는 온통 흰색과 갈색의 깊고 얕은 무늬가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었다.
“전에 끊는 물에 화상을 입은 적이 있나요?”
“아니요.”
“도대체 어쩌다가 피부가 이렇게 변성되었습니까?”
“모르겠어요. 처음에는 작은 부위만 그랬는데 나중에 점차 퍼지기 시작해서는 점점더 커졌고 지금은 등 전체가 그렇습니다.”
이 때, 나는 과거에 치료한 적이 있었던 한가지 사례가 떠올랐다. 이것은 바로 아주 특수하고 깊이 잠복된 대상포진(帶狀疱疹)의 일종이었다. 이 병은 요추 부위에서 시작하는데 사람이 피로하여 저항력이 약해지면 발작하고 평상시에는 척추뼈 신경계통 속에 잠복해 있는 병으로 치료가 아주 어려운 편이다.
그런데 이 대상포진의 특징이 바로 통증이 극심하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나자, 나는 비로소 그녀의 “미로”와도 같은 병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아! 원래 그녀의 요통은 일반적인 요추 염좌나 요추간판 탈출(디스크)와 같은 병이 아니라 대상포진에 의한 신경계통의 질병이었구나. 진단이 틀렸으니 당연히 치료할 약이 없었으며 결국 질병이 더 악화되어 오늘까지 이르게 되었던 것이다.
이때부터 그녀의 병세는 변화되기 시작했다. 물론 약을 끊는 것은 마약을 끊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단히 고통스런 일이다. 이것은 단순히 오늘 약을 먹지 않으면 그만인 그런 것이 아니다. 신체 내부에 반응이 일어나 잠시 추웠다가 잠시 후 뜨거워지며, 노심초사하게 되고 통증이 극심하여 일분도 조용히 있기 힘들다. 이리하여 나는 그녀에게 호흡과 가부좌 및 의자에 묶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약을 먹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처음에 그녀는 다른 의사들에게 이런 진단을 받아본 적이 없었기에 내 진단의 정확성에 대해 아주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이틀, 사흘이 지나자 비록 약을 먹지 않아서 통증은 있었지만, 그녀의 두뇌는 맑게 깨어났으며 의식도 똑똑해졌다. 아울러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녀는 한 층씩 껍질을 벗는 감각을 느꼈다. 이렇게 3주가 지났고 테일러는 의연하게 단 한알의 진통제나 신경안정제도 먹지 않았다.
나는 그녀에게 신체를 단련하는 방법과 음식물에 주의할 것 외에도 전문적으로 수련(修煉)의 도리를 알려주었다. 일단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 본 후에 다시 계속해서 토론을 하기로 했다.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그녀는 여전히 내 환자로 계속해서 질병의 통증과 싸우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더 이상 두 번 다시는 절망의 곤경 속으로 빠져 들어가지 않게 되었으며 지금은 어떻게 정상적인 생활을 하며 자신을 관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만 남았다.
나중에 나는 그녀를 내게 보냈던 그녀의 주치의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는 내게 다음과 같이 알려주었다.
“테일러는 저를 아주 신뢰했습니다. 그녀는 제가 자신의 요통을 책임져 줄 거라고 여겼어요. 그녀의 믿음은 제게 지나친 자심감을 갖게 하여 현실감을 잃게 했습니다. 저는 그녀를 질병의 곤경 속에서 해탈시켜 주고 싶었기에 끊임없이 용량을 올렸습니다. 한편으로는 저도 이것이 그녀를 해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어요. 그녀가 약의 용량에 만족하지 못하여 실망감을 보일 때마다, 고통속에서 밤잠을 설쳤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저도 그녀와 마찬가지로 고통스러웠으니까요. 이렇게 어쩔 수 없는 상황 하에서 이 약 저 약, 약을 바꿨고 비록 제 능력을 다 했음에도 그녀는 점점 더 깊은 심연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이번 사례에서 독자 여러분들은 치료과정에서 나타나는 환자와 의사의 심리상태와 질병의 발전과정을 볼 수 있다. 이것은 단지 겉으로 드러난 하나의 현상에 불과하며 보다 깊은 도리는 다음과 같다. 절대로 일시적인 편암함을 위해 “얻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잃는 것이 있다”는 이치를 소홀히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문장발표 : 2003년 12월 12일
문장분류 : 인체생명우주>전통한의
원문위치 :
http://www.zhengjian.org/zj/articles/2003/12/12/2487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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