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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산야화(醫山夜話)] 신임(信任)

글 / 옥림(玉琳)

【정견망】잭(Jack)은 변호사이다. 처음에 우리 한의원에 왔을 때 그의 태도와 안색 및 말하는 모양은 환자라기보다는 차라리 법관 같았다.

“언제부터 한의원을 했어요? 학교는 졸업했어요? 학위는 있나요? 어떤 병을 잘 치료하지요?……” 라고 연달아 질문하는 중에는 믿지 못하겠다는 말투가 충만해있었다. 나는 平靜을 유지하고 예의바르게 일일이 대답해주었다. 그러자 옆에서 참관하고 있던 실습생(Intern)이 참지 못하고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런 예의 없는 경우가 어디 있담! 자신이 의사를 찾아왔다는 것도 잊은 모양이군!” 내가 여전히 평정을 유지한 채 아무런 반응이 없자 그녀는 얼굴이 빨개져서는, 한편으로는 알콜 솜을 만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에게 쓸 좀 더 굵은 침을 찾았다.

잭에게 병이 어떻게 생겼는지 문진(問診)을 시작하자, 그는 발바닥이 아파서 오래 걷기도 힘들고 운동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서 있으면 발바닥이 마치 천만개의 바늘로 찌르는 것과 같이 아프다고도 했다. 수많은 의원(醫院)을 가보고 각종 치료방법을 시도해봤지만 모두 효과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한의원에 와서 시험삼아 침을 맞아보러 왔던 것이다. 일반적인 치료법에 입각하여 나는 그의 통증을 치료해주었다. 갈 때 그는 아주 예의바르게 “만약 발이 다시 아프지 않으면 일주일 내로 치료비를 부쳐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좋다고 응답했다. 실습생은 이때 참지 못하고 “무슨 공장에서 물건을 만드는 것도 아닌데, 좋으면 돈을 내고 좋지 않으면 돈을 내지 않겠다니 이게 말이 되나요?”

“변호사가 처음에 고객과 상담할 때도 돈을 받지 않습니다.”라고 그가 예의를 차린 말이지만 쌀쌀하게 말했다.

이후에 다시는 그의 발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1년 반이 지난 후 잭이 또 진료실을 찾아왔는데 이번에는 이질(痢疾)로 왔다. 이 이질은 잘 낫지도 않고 그렇다고 당장 생명에 위험을 초래할 정도로 중한 병은 아니지만, 가끔 가다 이질이 발생할 때면 단 1분도 참기 힘들었다. 그는 이번에도 양방치료를 받다가 효과가 없자 찾아왔는데 지난번과는 달리 의심하고 교만한 말투는 사라졌다.

이번에는 의료보험이 적용되어서 그는 자주 찾아왔다. 치료과정 중에 나는 점차적으로 그를 이해할 수 있게되었다.

한번은 내가 그에게 왜 그렇게 의심이 많은가를 묻자 자신의 어릴 적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우리 할아버지는 딸랑 작은 봇짐 하나만 들고 맨손으로 미국에 이민 오셨습니다. 그분은 맨주먹으로 시작해서 빵집 몇 개를 운영하기까지 일생동안 숱한 고생을 겪으셨지요. 아버님도 고생을 너무 많이 하셔선지 제게 바라는 것이라곤 오로지 “돈을 많이 버는 것”이었습니다. 그분은 제가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을 아무나 믿지 말라고 가르쳤어요.

축구를 할 때면 일부러 반칙을 해서 자주 아버지 발에 걸려 넘어지곤 했어요. 제가 자전거를 타다가 가장 심하게 다쳤을 때는 아버님과 충돌하는 것을 피하려고 땅에 곤두박질 쳤을 때였습니다. 당시 제 코는 시퍼렇게 멍들었고 얼굴도 퉁퉁부었는데 아버님은 되려 저를 돼지보다도 미련한 놈이라고 욕하셨어요. 더욱 잊지 못할 일은 제가 사다리에서 조심스레 기어갈 때 아버지가 사다리를 넘어뜨린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아버님께 왜 이러시냐고 묻자 그분은 “네가 아무도 믿지 않도록 훈련시키려고 그랬다!”고 하셨지요. “그렇지만 아빠는 아무나가 아니잖아요. “나는 이해할 수 없어서 물었다. 그러나 아버님은 “당연히 아빠도 그 안에 포함된다.” 고 하시더군요.

여기까지 듣고나서 나는 놀라움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의 병증(病症)과 관련하여 나는 점차로 왜 그의 장(腸)과 위(胃)에 이런 고질병이 생겨서 치료가 어려웠는지 명백해졌다.

한의학에서는 이질을 기가 뭉쳐서[氣滯]하여 적취(積聚, 역주 : 몸 안에 생긴 덩어리를 의미한다)를 이루고 적취가 오래되어 이질이 생긴다고 본다. 그 원인은 생각[思]을 주관하는 비(脾)가 허약해졌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는 온 종일 경황 중에 아무도 믿지 못하는 생활이 계속되면서 오랫동안 누적되어 정서변화가 일정하지 않게 되었다. 이로 인해 자연히 장(腸)경련이 생겼는데 정서변화에 따라 때로는 심하고 때로는 약해져서 오랫동안 설사가 끊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의 병증을 치료하려면 근본적으로는 마음속에 맺힌 응어리를 풀어야한다. 이것이 어디 한약과 침뜸으로 할 수 있는 일이겠는가?

어떻게 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그의 심태(心態)를 개변하고 진정 효과적인 치료방법이 되겠는지 나는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英文版:http://www.pureinsight.org/pi/articles/2003/6/16/1661.html)

문장발표시간 : 2003년 4월 11일

문장분류 : 인체·생명·우주>전통 한의

원문위치 : http://zhengjian.org/zj/articles/2003/4/11/21160.html [이 게시물은 최고관리자님에 의해 2012-12-31 11:19:13 인체와 수련에서 이동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