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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아양망(物我兩忘)한 생명의 기쁨 – 양만리의 《작은 연못》 해독

청풍

【정견망】

샘구멍 조용히, 가는 물줄기를 아끼고
나무 그늘 물에 비치니 맑고 부드러워 정겨워라.
연잎 갓 자라 뾰족한 끝 드러내니
잠자리가 날렵하게 그 위에 내려앉네.

泉眼無聲惜細流
樹陰照水愛晴柔
小荷才露尖尖角
早有蜻蜓立上頭

양만리(楊萬里, 1127년 10월 29일~1206년 6월 15일)는 자가 정수(廷秀)이고 호는 성재(誠齋)다. 길주(吉州) 길수(吉水 지금의 강서성 길수현 황교진 반당촌) 사람으로 남송의 저명한 시인이다.

이 시는 아주 어릴 때부터 읽어왔는데, 근래 우연히 어느 접시 위에서 이 시의 뒷부분 두 구절을 보고 문득 마음속에 울림을 느꼈다. 비록 천목(天目)으로 아무것도 보진 못하지만, 마치 뒷부분 두 구절의 화면이 눈앞에 단번에 나타나는 듯했다.

어린 연꽃이 이제 막 연한 끝부분을 수면 위로 드러냈는데, 그 뾰족하고 연한 뿔 위에 벌써 작은 잠자리 한 마리가 내려앉아 있다. 이 화면에는 동(動)과 정(靜)이 있고 정취와 풍경이 있다. 고요하고 아름다우며 생동감이 넘치고 기쁨이 가득하다.

이 시의 문구는 매우 쉽고 평이하지만, 마치 신필(神筆)과 같아 초여름의 풍경화 한 폭을 그려냈다. 여기서 작가는 겉으로는 풍경을 묘사하는 듯하나 사실 자신의 심경(心境)을 쓰고 있다. 그 심경은 맑고 활달하며 생명력이 가득하다. 하늘과 땅이 있고 세밀한 바람 소리와 샘물의 흐름, 나무 그늘의 색채와 흔들림이 있으며, 연꽃의 맑은 향기와 잠자리 날개의 웅성거림이 있다. 이 작은 장면 속에서 모든 것은 살아 있고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갓 자란 연꽃의 기쁨과 잠자리의 호기심뿐만 아니라, 샘물이 흘러나오는 샘구멍이 샘물을 아끼는 마음과 나무가 자기 그림자를 비춰보며 감상하는 모습까지 담겨 있으니, 참으로 멋진 초여름의 생명 소나타라 할 만하다.

시인는 이러한 것들을 매우 절실하게 느꼈는데, 이는 아주 확실히 존재하는 감지(感知)이자 소통이다. 이를 통해 시인의 생명 경지가 사실 매우 높았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장면은 예나 지금이나 늘 존재해 왔지만, 오직 양만리만이 이 장면 속 모든 생명의 느낌을 감지해 냈다. 왜냐하면 모든 물질은 다른 공간에서 다 살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인은 기껏해야 연꽃과 잠자리가 살아 있는 것만 보지만, 양만리는 여기서 나무 그늘과 연못물, 샘구멍까지도 살아 있는 것으로 보았으며 그들과 소통할 수 있었다. 그의 마음이 매우 순정하고 심성(心性)이 높았기에 경물과 내가 하나가 되는 물아양망(物我兩忘)의 경지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이다. 그가 이 모든 것을 감지할 때 이 모든 것 또한 그를 감지하고 있었으며 양측 모두 기쁜 상태였다. 여기서 아끼고 사랑한다는 표현은 단순히 의인화된 기법이 아니라 작가의 진실한 느낌이다.

심경(心境)이 높은 사람은 일반인이 겉모습만 보아서는 느끼지 못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송사(宋詞) 중에 “붉은 석류 가지 끝에 봄기운이 요란하다(紅杏枝頭春意鬧)”는 아름다운 구절이 있는데, 송기(宋祁) 역시 붉은 살구꽃이 아이들처럼 희희덕거리며 노는 것을 보고 감지했던 것이다.

작은 연못은 어디에 있는가? 대자연 속에도 있고 늘 작가의 마음속에도 있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300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