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원(故園)
【정견망】
《남촌철경록(南村輟耕錄)》이란 책에 다음과 같은 우언이 기록되어 있다.
오대산(五臺山)에 한호충(寒號蟲)이라는 새가 살았다. 네 발과 한 쌍의 날개가 있었으나 날지는 못했다. 이 새의 배설물이 바로 옛사람들이 어혈을 풀고 통증을 멎게 하는 데 쓰던 약재인 오령지(五靈脂)다.
한창 무더운 여름이 되면 한호충은 깃털이 무성해지고 색깔이 화려해진다. 스스로 그 광채가 눈부시다고 여긴 한호충은 의기양양하여 봉황도 자신보다 못하다며 크게 소리 높여 울었다.
하지만 깊은 겨울이 되어 찬 바람이 매섭게 불면 깃털이 모두 빠지고 모습이 초라해져서 마치 갓 알에서 깨어난 새끼 새처럼 변한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그저 되는 대로 살자며 애처롭게운다.
이 새는 형편이 좋을 때는 미친 듯이 오만하여 스스로 모든 생명 위에 군림하는 줄로 알다가, 형편이 나빠지면 자포자기하며 운명에만 맡겼다. 이러한 성정은 사실 많은 사람의 실제 모습이기도 하다. 외부 환경에 너무 의존해 순탄할 때의 얼굴과 역경(逆境)에 처했을 때의 얼굴이 서로 다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격으로는 큰일을 이루기 어렵다.
이는 마치 맹자가 말한 것과 같은데, 하늘이 장차 그 사람에게 큰 임무를 내리려 할 때는 반드시 먼저 그 마음과 뜻을 고통스럽게 하고 뼈와 근육을 수고롭게 하며 몸을 굶주리게 하고 처지를 궁핍하게 하여 하는 일마다 뜻대로 되지 않게 한다고 했다. 한 사람이 중책을 맡으려면 반드시 먼저 시련을 겪으며 심성(心性)을 단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강자아(姜子牙 강태공)의 경우도 그러하다. 그는 재상으로 봉해지기 전까지 일반 사람이 견디기 힘든 고초를 겪었다. 오랜 세월의 곤궁함과 인내가 그에게 대업을 짊어질 그릇을 갖추게 했다. 기연(機緣)이 성숙하면 성공 역시 자연스레 찾아온다.
만약 사람의 성정이 한호충과 같아서 형편이 좋으면 방자해지고 조금만 좌절해도 구차하게 안주한다면, 어떻게 하늘이 그에게 큰일을 맡기길 바랄 수 있겠는가.
수련하는 사람 또한 마찬가지다. 수행은 결코 안일하게 즐기는 것이 아니며, 매일 원하는 대로 다 이루어지는 편안함 속에서 신선이 될 수는 없다. 세상에 어찌 그런 좋은 일이 있겠는가.
고생을 겪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라 고험이다. 고난을 연마의 과정으로 여기고 담담하게 마주하며 착실하게 견뎌낼 수 있느냐가 바로 심성을 검증하는 관건이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게 되며, 진정으로 성공하고 상승할 수 있다.
여기서 우언에 나오는 이 이야기가 실화인지 여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에서 어떠한 계발을 얻을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역주: 현대 생물학적인 분류에 따르면 한호충은 조류가 아니라 포유류인 박쥐의 일종이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300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