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본선생(話本先笙)
【정견망】
지난 회에 삼계 제10층천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9층천 중생들이 10층천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때 벽요가 천왕들과 회의를 마치고 제10층천에 도착했다.
제9층천의 천왕은 자기 층천의 천중(天衆)들이 계속 10층천으로 떨어지는 것을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으나, 하늘을 보수할 방도가 딱히 없었다. 그는 자신의 망토를 벗어 구멍을 막고 법력으로 망토를 보강하며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기로 했다.
그의 이마에서 땀방울이 한 방울씩 뺨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9층천 중생들의 몸은 여전히 통제 불능 상태로 가라앉고 또 가라앉았다…….
벽요는 이 모든 것을 엄숙하게 바라볼 뿐 9층 천왕을 도와줄 기색이 없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벽요의 행동은 현장에 있던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녀의 몸이 무한히 커지더니 10층천의 하늘만큼 높이 솟아올랐다. 그녀는 10층천의 ‘땅’을 딛고 9층천의 ‘하늘’에 머리를 맞댄 채, 곧 쓰러질 듯한 9층 천왕에게 한 마디 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다.”
이어 커다란 손으로 한 번 쓱 문지르더니 제10층의 ‘하늘’, 즉 제9층의 ‘땅’을 아예 지워버렸다! 그냥 싹 없애버린 것이다!
제10층천과 제9층천이 그녀에 의해 하나로 통해버렸다! 그녀는 거대한 왼손바닥으로 9층천의 무량한 중생들을 받쳐 들더니, 오른손으로 방금 지워버린 ‘천지’를 다른 고에너지 물질로 연화시켜 10층천의 바닥에 때려 박았다. 이로써 10층천의 바닥은 한 층 더 견고해졌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손바닥에 받들고 있던 9층천 중생들을 천천히 10층천의 땅 위에 내려놓았다.
모두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하고 있을 때 벽요 법왕이 입을 열었다.
“제9층천 천중 그들의 심성 층차 경계(境界)가 이미 그곳에 머물기에 부족해졌기에 몸이 가라앉아 10층천으로 떨어진 것이다. 내가 억지로 그들을 9층천에 둔다 한들 결국 다시 떨어질 것이니 소용없는 일이다. 그들의 경계가 이미 그곳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제9층천 천왕아, 너는 평소 중생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아 중생의 심성이 심각하게 하락했다. 오늘부터 너는 제10층천에 머물도록 하라.”
“전(前) 9층천 천왕 동림(洞淋)…… 죄를 인정하며 법왕님의 뜻을 받들겠나이다.”
동림은 무릎을 꿇고 죄를 청하며 슬픔과 후회 섞인 눈물 두 줄기를 흘렸다…….
제8층천은 제13층천과 마찬가지로 거대한 벼락이 가져온 큰 화구(火球)가 온 세상을 휩쓸고 있었다.
벽요는 제8층천에 들어서며 봉관과 비단옷을 감추고 갑옷 차림으로 변했으니, 이는 한바탕 싸움을 벌이겠다는 기세였다. 그녀의 두 눈에서 금빛 두 줄기가 뿜어져 나와 먹구름을 뚫고 구름 속의 괴물을 비추어 찾아냈다! 이어 벽요는 복룡장을 쥐고 번개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구름 위로 솟구쳤다! 용의 울음소리가 한 번 울려 퍼지더니 곧이어 처절한 비명이 들렸다. 복룡장의 압도적인 힘이 괴물의 미간을 직격했고, 괴물은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하얀 가루가 되어 바람에 흩날렸다…….
제7층천과 제6층천은 제12층천처럼 수십 개의 태양이 떴고, 제5층천과 제4층천은 제11층천처럼 황사 폭풍이 몰아쳤다.
벽요는 그녀의 분신이 썼던 ‘태양을 쏘는(射日)’ 방법으로 제7, 6층천의 태양 노릇을 하던 화염 박쥐들을 쏘아 떨어뜨렸다.
그렇다면 황사가 가득한 천체는 어떻게 구제했을까?
벽요는 광풍이 몰아치고 황사가 가득한 공중에 결가부좌를 틀고 앉아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입으로 무언가 구결(口訣)을 외웠다. 그러자 그녀의 한쪽 팔이 천천히 위로 치솟더니 길게, 아주 길게 늘어나 천체를 한 바퀴 휘감을 정도로 길어졌다. 그녀는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우리는 삼계(森界)의 옷은 ‘바람’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삼계 중생들이 맑은 바람 속에서 손을 휘두르면 예쁜 옷이 된다. 그렇다면 이 광풍은 어떠한가? 이것 또한 옷으로 바꿀 수 있지만 단지 질이 떨어져서 보기 흉할 뿐이다.
벽요의 의도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녀는 지금 “무형(無形)으로 유형(有形)을 만들고, 다시 유형을 무형으로 되돌리는[以無形化有形,再把有形化無形]” 법을 쓰려는 것이다. 그녀가 긴 팔을 한 번 휘두르니 순식간에 천지를 뒤덮던 황사와 광풍이 서서히 걷히고, 그 자리에서 헌 옷가지와 낡은 누더기 더미가 툭 떨어졌다. 벽요는 다른 팔을 뻗어 두 팔로 원을 그리며 광풍이 변한 이 누더기 더미를 그 안에 가두었다.
이어 두 팔로 부족하다고 느꼈는지 팔 두 개를 더 만들어냈다. 새로 나온 두 손으로 주먹을 꽉 쥐고 강력한 힘으로 이 누더기 더미를 태양을 향해 날려 보냈다! 한 시간도 채 안 되어 이 낡은 천 조각들은 태양의 열기에 타서 재가 될 것이다.
사실 바람이란 본래 유형이지만 그 모습이 직관적이지 않을 뿐이다. 벽요가 쓴 ‘무(無)에서 유(有)로 화하고, 유에서 무로 화하는[無化有,有化無]’ 법술은 매우 절묘했다.
신선의 신통(神通)은 때로 우주 중의 한 층 ‘이치(理)’와 대응한다.
예를 들어 우리 인간은 종종 분노, 원망, 수심, 슬픔, 사색 같은 정신적 번뇌 때문에 고통받는다. 이런 무형의 것들은 세상 모든 이에게 각기 다른 영향을 미친다. 사실 우리에게 풀리지 않는 정신적 번뇌가 있을 때, 그것을 더 직관적이고 유형적인 물질로 바꾸어 처리해 보면 어떨까?
가령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어떤 일 때문에 번뇌가 생겼는데, 그 사람이나 상황을 바꿀 능력도 없고 원망하는 마음을 떨쳐낼 수도 없다고 치자. 그런 감정이 들 때마다 대부분은 그 ‘원망’을 따라가며 더 화를 내고 악순환에 빠져 결국 평생 한을 품고 죽는다.
하지만 그런 정신적 번뇌가 찾아왔을 때 그것을 하나의 직관적이고 형태가 있는 생명체로 전환해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 원망이라는 이 꼬마 악당이 또 내 마음을 어지럽히러 왔구나! 안 된다! 내버려둘 순 없다! 평생 원망 때문에 살 수는 없다. 나는 사랑이 가득한 생명이 될 거야. 그런 생명이라야 밝고 아름다우니까!’
보라, 전에는 그것을 배척하지 않았기에 당신과 그것은 한통속이었다. 그것이 원망하라면 원망하고 미워하라면 미워하며 얽혀 있었다. 하지만 정신적인 것을 직관적인 형태가 있는 것으로 바꾼다면 당신과 그 ‘무형의 번뇌’는 대립 관계가 된다. 그러면 당신은 더 맑은 정신으로 그런 감정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원망이란 꼬마 악당’을 몇 번 물리치다 보면 스스로 더 깨어 있게 되고, 원망하라고 해도 원망하지 않게 된다. 원망이 사라지고 다시 사랑이 싹트는 바른 에너지의 가벼움과 유쾌함을 반드시 맛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정신적 번뇌는 자연히 서서히 사라진다…….
위의 예시가 바로 ‘무형으로 유형을 만들고 다시 유형을 무형으로 만드는’ 법술의 묘미다.
각설하고.
벽요와 열여덟 분신, 호법들은 가는 곳마다 거침없이 승리하며 단숨에 제8층천에서 제3층천까지 올라왔다.
제3층천 위쪽부터 주층천까지는 큰 이상이 없었으나, 공기 중에 옅은 안개가 살짝 감돌고 있었다.
“이 안개가 조금 이상합니다, 존주님.” 벽요의 호법인 원숭이가 그녀에게 말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느냐, 원숭아!”
“이 안개는 아침이나 저녁이나 흩어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안개 속에 묘한 향기가 감도는데, 저희 원숭이들은 과일이나 꽃향기를 가장 잘 구별하지만 이 향기는 식물에서 나는 게 아닙니다.” 원숭이가 진지하게 말했다.
“난 정말 이 냄새가 좋은데! 맡으면 맡을수록 더 맡고 싶어!” 구일이 눈을 감고 도취된 듯 말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향기가 점점 더 짙어졌고, 모두가 그 향기에 취하기 시작했다. 오직 벽요만이 흔들리지 않고 향기로운 안개의 근원을 찾고 있었다.
벽요 일행이 제2층천에 올랐을 때 향기는 더욱 강해졌다. 아차! 누군가 중독되기 시작했다!
향기 가득한 안개 속에서 어떤 이들은 성격이 난폭해져 동료를 공격하기 시작했고, 어떤 이들은 탐욕스럽게 변해 동료의 재물과 보물을 빼앗았으며, 어떤 이들은 정신이 나간 듯 삼계 법왕을 욕하며 그녀는 왕의 자격이 없고 자신이 진짜 법왕이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삼계의 신들이 아무리 심성이 미끄러져 내려갔다 해도 이토록 무례할 수는 없으니, 그들은 중독된 것이다. 이 독의 이름은 ‘부독산(浮毒散)’으로, 여기에 중독되면 심성 속의 온갖 부족함, 즉 질투, 쟁투, 원망, 이기심 같은 그 경계에 부합하지 않는 결점들이 수백 배로 증폭된다. 그래서 중독된 생명들이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이다. 반대로 당신이 매우 순결해서 사상과 심성이 그 경계의 층차 요구에 부합한다면 “부독산”은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한다.
벽요가 보니 중생들이 서로 죽이려 들고 있었다. 그녀는 서둘러 법술을 써서 자신의 호법들과 연파, 비천 등 자신을 따라 사람을 구하던 신들을 보호막으로 감싸 독 안개의 침범을 막았다. 하지만 삼계의 중생이 너무 많아 일일이 다 감쌀 수는 없었기에, 지금 중요한 것은 독 안개의 근원을 찾는 일이었다.
그녀가 애를 태우고 있을 때 귀 옆의 나팔꽃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다람쥐였다! 분명 무언가 알아낸 게 틀림없다!
“존주님! 존주님! 초록색 괴물 몇 마리가 주층천의 각념(珏念) 산굴에서 하얀 김이 모락모락 나는 탕을 끓이고 있어요!”
소식을 듣자마자 벽요는 무리를 이끌고 각념 삼림(森林)으로 날아갔다.
다음 회를 기대하시라.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7816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