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본선생(話本先笙)
【정견망】
“구일아! 조심해!”
“아! 안 돼!”
구름 속에서 거대한 괴물 하나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붉은 몸에 온통 불길을 내뿜고 있었으며, 머리 꼭대기에는 붉은 머리카락 한 줌이 꼿꼿이 서 있고 귀에는 커다란 귀걸이 두 개를 달고 있었다. 괴물은 구일의 몸을 낚아채더니 험악하게 말했다.
“계집애야, 내가 화구를 던지면 네가 끄고, 또 던지면 또 끄고……. 이 몸이 너랑 장난치고 있는 줄 아느냐!”
말을 마친 괴물이 입에서 붉은 불을 내뿜어 구일을 태워 죽이려 했다. 그 찰나, 거대한 에너지 덩어리가 괴물을 정면으로 타격했다! 괴물은 타격을 입고 정신을 잃으며 손을 놓았고, 구일은 그 틈에 탈출할 수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바로 벽요였다! 아니, 그녀의 분신이었다!
괴물이 기절한 틈을 타 벽요 옆에 있던 호법 금강이 커다란 칼로 괴물의 목을 내리쳤다. 괴물은 몸과 머리가 분리되었다.
그런데 괴물의 머리가 갑자기 말을 하는 게 아닌가!
“이 어르신이 너희들과 놀지 않겠다!” 말을 마친 머리가 도망치려 했다.
벽요가 크게 호통쳤다.
“어딜 도망가느냐!” 이어 팔을 갑자기 길게 뻗어 괴물의 머리 위에 솟은 붉은 머리채를 움켜잡았다.
“화(化)!” 그러자 괴물의 머리는 순식간에 하얀 재가 되어 사라졌다.
“앗! 큰일이다! 괴물의 몸통이 사라졌어!” 구일이 외쳤다.
“분명 제12층천으로 도망가 난리를 피우려는 게야! 어서 가자!” 유가가 말했다.
그들이 신속히 제12층천에 도착했을 때 괴물의 몸통은 보이지 않았으나, 그보다 훨씬 더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삼계(森界)의 천체는 지극히 방대해서 하늘에는 조명을 위해 6개에서 9개의 태양이 떠 있어야 한다. 삼계에는 달이 없고 밤에는 오직 별들만 있다. 낮의 태양은 때로 6개일 때도 있고 그 이상일 때도 있지만 9개를 넘지는 않는다. 태양이 9개 뜨는 날은 매우 드문데, 구일은 태양이 9개 떴던 날 태어났기에 어머니가 이름을 구일(九日)이라 지어준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제12층천에 하나, 둘, 셋, 넷, 다섯…… 무려 서른여섯 개의 태양이 떠 있었다!
서른여섯 개의 태양이 대지를 달구자, 강과 호수가 서서히 메마르기 시작했고, 어린 묘목들은 시들고 노랗게 변해갔다. 사람들은 모두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숨 막히는 무더위에 괴로워했다.
생각해 보라, 그들의 집은 금으로 만들어졌다! 불로 금 집을 달군다면 금속이 막대한 열을 흡수할 것이니, 그 집 안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을지 짐작이 갈 것이다.
사람들은 집 밖으로 뛰쳐나와 어떤 이는 나무 아래에서 햇볕을 피하고 어떤 이는 강물 속으로 뛰어들어 나오지 못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나뭇잎은 바싹 말라 나무가 죽어버려 그늘조차 사라졌고, 강물은 조금씩 증발해 큰 강이 거의 말라붙었다.
그들은 신(神)이라 날아다닐 수도 있고 구름을 탈 수도 있어 지상의 화재는 하늘로 날아올라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천겁은 바로 천겁이었다. 13층천은 벼락이 화구를 만들고, 12층천은 태양이 수십 개나 떴으니 위로 날아오르는 것이 오히려 더 위험했다.
하지만 신선(神仙)은 역시 신선이었다. 총명한 그들은 모두 깊은 바닷속으로 잠수해 서른여섯 개의 태양을 피했고, 순식간에 해저가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때 백옥병을 든 비천들이 달려왔다. 그녀들은 홍묘를 쏟아부어 뜨거운 대지를 식히고, 말라붙은 호수와 죽어가는 생령들, 불타는 숲을 구제하려 애썼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홍묘를 부어도 소용이 없었다. 서른여섯 개의 태양이 끊임없이 열을 내뿜으며 대지를 굽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벽요가 나타났으니, 그녀의 또 다른 분신이었다. 그녀는 눈에 검은 비단 띠를 두르고 커다란 활을 들더니 태양 중 하나를 겨냥해 화살을 쏘았다!
갑자기 그 태양이 빛을 잃었다. 그것은 사실 태양이 아니라 붉은 화염 박쥐(火蝙蝠)였다!
“슈슉! 슈슉! 슈슉! ……” 벽요는 무려 스물일곱 마리의 화염 박쥐를 쏘아 떨어뜨렸다! 화살을 맞은 박쥐들이 하늘가에서 추락했고, 제12층천은 다시 평상시의 온도를 되찾았다.
제11층천은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큰 재앙은 없었으나 황사 폭풍이 불어닥쳐 온 세상이 누런 모래로 뒤덮였고 가시거리가 매우 낮아져 백 미터 앞도 보이지 않았다. 밖에서 입만 벌리면 모래를 한 입 가득 먹을 정도였다. 다행히 그들은 신선이라 소통할 때 굳이 입을 열지 않아도 텔레파시나 수인(手印)으로 소통이 가능했으나, 대다수 신선은 자신의 금집 안으로 몸을 숨기는 쪽을 택했다.
모래바람이 자욱한 가운데 흐릿하게 봉황 몇 마리가 보였다. 그녀들은 법왕이 준 부채를 들고 거센 모래바람과 날개가 꺾일 위험을 무릅쓰며, 심성이 하락한 선계의 신들을 찾아 그들을 깨우느라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목숨을 걸고 백옥병을 움켜쥔 여인들이나 날개가 꺾일지 모를 모래바람 속을 누비는 봉황 천사들처럼, 창생을 구하는 이 신(神)들이야말로 진정한 용사였다. 관건 시각에 그들은 자아를 내려놓고 중생의 안위를 가슴에 품었다. 생사의 기로에서도 우주의 정신(正神)으로서 가져야 할 책임을 잊지 않은 것이다.
삼계의 각 층천은 시간 차이가 있다. 층차가 높을수록 시간이 빠르니, 주층천에서 향 한 대 피울 시간이면 제13층천에서는 이미 며칠이 지나간다. 그리하여 비천과 봉황, 벽요의 분신들과 호법금강들은 이미 13, 12, 11층천에서 며칠째 고전 중이었으나, 홍묘정선전에서의 회의는 이제 막 끝이 났다.
“너희는 정녕 온 힘을 다해 나를 도와 삼계의 천겁을 넘겨야 한다. 각 층천의 왕들이여, 이 말을 가슴에 새겼느냐?“
“신(臣) 등이 명을 받들겠나이다!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열세 명의 천왕이 일제히 외쳤다.
다시 화면을 제10층천으로 돌려보자. 큰일이다! 큰일이야!
제10층천의 하늘이 뚫려버렸다! 하늘에 어마어마하게 큰 구멍이 뚫리더니 9층천의 천중(天衆)들이 10층천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9층천의 바닥이 바로 10층천의 하늘이니, 이는 9층천의 땅도 뚫렸음을 의미한다. (누군가는 의아해할 것이다. 11층천의 바닥이 10층천의 하늘이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그렇지 않다. 천상의 숫자 관념은 우리와 반대여서 ‘9’가 어떤 면에서는 ’10’보다 크다. 또한 천체와 천체 사이는 쌓여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감싸고 있는 형태다.)
하늘이 뚫린 것인가, 땅이 뚫린 것인가? 천지가 모두 뚫렸다. 이 어찌 된 일인가, 질서가 완전히 무너진 것 아닌가?
신들과 천왕들은 애가 타 죽을 지경이었다. 만약 9층천 중생들이 끊임없이 추락하여 10층천마저 무너뜨리고 계속 떨어지고 떨어진다면, 삼계의 9층 아래 천체 중생들은 자칫 ‘지구’라 불리는 곳까지 떨어질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정말 끝장이다.
삼계의 모든 신들은 다 알고 있다. 지구가 우주에서 가장 더러운 곳이라는 사실을.
이때 회의를 마친 벽요 법왕이 드디어 제10층천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에게는 과연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다음 회를 기대해 주기 바란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7816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