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본선생
【정견망】
대궁우(大穹宇) 가운데, 태양계 밖에 위치한 ‘일진천(逸眞天)’이라 불리는 오묘한 단원(單元) 세계가 하나 있다.
오늘, 일진천의 하늘에는 채색 노을과 상서로운 구름이 감돌고 자학(紫鶴 자색 학)과 금붕(金鵬 황금색 붕새)이 구름처럼 모여드니, 분명 경사스러운 일이 생긴 모양이다. (단원 세계에는 시간 개념이 없으나, 통속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서술하고자 잠시 ‘오늘’이라 부른다)
알고 보니 ‘무상왕 존자(無上王尊者)’께서 일진천에 오신 것이다. 만(萬) 장(丈)의 유리 빛이 폭포처럼 하늘에서 쏟아져 내려 눈부시게 밝고, 가끔 부는 맑은 바람을 타고 기이한 향기가 서서히 풍겨왔다. 장엄하고 신성한 음악 소리가 운소(雲霄) 끝까지 울려 퍼지니, 만물 생령(生靈)이 모두 무상왕 존자의 홍대(洪大)한 복택(福澤) 아래 즐겁고 평온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일진천의 주(主)인 정화군(淨華君)이 일진천의 무리를 이끌고 큰절을 올리며 무상왕을 공손히 배웅했다. 무상왕이 돌아가시자 상서로운 구름과 신선한 새들도 점차 사라져 갔다.
바로 이때, 한 어린 비천(飛天)이 와서 보고했다.
“군주(君主)님! 현도 연방(玄渡蓮蓬)이 이미 갈라졌습니다. 공주님을 얻으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그 순간 대전 안의 신관(神官)들이 모두 읍하며, 일진천에 또 한 분의 새로운 전하(殿下)가 오신 것을 축하했다.
정화군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순식간에 현도 연방 앞으로 이동해 갓 태어난 딸을 살펴보았다. 이 아이는 유달리 귀엽게 생긴 것은 물론이고, 인중에 작은 ‘꽃 인장[花印]’이 있었다. 꽃잎은 분홍색이고 꽃술은 노란색인데 매화와 비슷했으며 금빛까지 반짝였다.
“엄마! 엄마! 우유를 마시고 싶어요!”
정화군은 자애롭게 아이를 품에 안고 젖을 먹이며 말했다.
“성왕께서 막 떠나시고 복택이 아직 흩어지기도 전에 네가 따라왔구나. 내 너를 ‘혜희(慧曦)’라 부르마! 너는 우리 일진천의 희망이란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는지, 어린 혜희는 이미 칠팔 세 소녀의 모습으로 자라 있었다.
“전하! 전하! 천천히 날아가세요! 흑요(黑耀)를 타고 가시면 이 늙은이가 따라갈 수 없습니다!”
어린 혜희는 장난기가 많아 자주 이곳저곳을 날아다니고 구석구석을 파고들어, 때로는 그녀의 어머니조차 찾지 못할 정도였다.
흑요는 잘생긴 큰 개 형상을 하고 있는데, 눈동자는 다이아몬드 같고 눈빛은 번개 같으며 털은 검고 윤기가 흘러 만지면 실크처럼 부드럽다. 흑요의 능력은 예사롭지 않아서, 일진천의 모든 생령의 심성(心性)을 엿볼 수 있다. 만약 어떤 생명의 심성이 일진천의 이 층차 경지에 부합하지 않으면, 흑요가 즉시 발견해 그 생명을 ‘청령만(淸靈灣)’으로 데려가 영혼을 씻는다. 이 흑요의 유래 또한 심오하고 헤아리기 어려운데, 바로 그날 무상왕께서 정화군에게 남겨준 신관(神官)이다.
이 흑요 신관은 처음 왔을 때는 위풍당당하고 도도하기 이를 데 없었으나, 갓 태어난 어린 혜희를 보자마자 머리를 흔들고 꼬리를 치며 정말 개와 같은 모습을 보였다.
나중에 흑요는 늘 혜희와 함께하며 거의 혜희의 탈것이 되었다. 그들은 만 리 운해 속으로 뛰어들어 요동치고, 오색 채취 노을을 뜯어 허리띠를 만들기도 했다. 가냘픈 새들이 연주하면 방해하러 가고, 신(神)의 성찬에는 몰래 가서 음식을 훔쳐 먹었으며, 심지어 구지 신군(玖遲神君)의 법회에 가서 법문을 듣는 신선들의 코를 잡아당기기도 했다. 사람마다 혜희 전하가 장난꾸러기라고 말했지만 정화군은 여전히 혜희를 매우 총애했다.
어느덧 혜희가 이미 열서너 살 정도의 모습으로 자라 더 예쁜 치마를 입을 수 있게 되었다.
하루는 그녀가 어머니의 보석 파란색 수정 망사치마를 몰래 입고 거울을 본 뒤, 기분 좋게 흑요를 타고 서쪽으로 향했다.
“흑요야, 봐! 이 큰 나무가 벌써 구름 위까지 뚫고 자랐어! 내려가서 얼마나 높은지 확인해 보자!” (일진천에는 동물, 식물, 사람이라는 구별 개념이 없으므로, 이하 서술에서는 사물을 지칭하는 대명사 그것 대신 인칭 대명사인 그 또는 그녀를 사용한다)
이 큰 나무는 마치 일어선 거대한 용(龍)처럼 생겼는데, 잎은 많지 않지만 줄기는 구름 속으로 높이 솟아 있었다.
혜희가 나무 주위를 몇 바퀴 돌다가 나무 아래에 작은 구멍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구멍 안에서 은은하게 빛이 새어 나오는 것을 느낀 혜희가 호기심에 일념을 일으키자, 몸이 휙 하고 아주 작게 변해 안으로 날아 들어갔다.
동굴 벽은 특별할 것이 없었으나 입구 쪽에 문이 하나 있었다. 혜희가 아무리 밀어도 열리지 않고 어떤 신통을 써도 소용이 없자,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라 밖으로 날아 나와 소리쳤다. “흑요야! 들어와서 이 문을 열 수 있는지 좀 봐줘!”
흑요가 동굴 입구에 와서 잠시 생각하더니 혀로 문틈을 핥았다. 그러자 문이 ‘탁’ 하고 열렸다.
“와! 정말 기이한 풍경이야!” 혜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눈앞의 이 세계는 혜희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곳이었다.
“흑요야, 이건 무슨 꽃이지? 모란과 좀 닮았는데 모란보다 작고, 왜 꽃줄기에 가시가 돋아 있지? 향기가 정말 달콤해서 정말 한입 먹어보고 싶다!”
“와! 흑요야, 여기 지붕은 왜 둥글지? 이 사람 머리카락은 왜 노란색이야?”
…….
이것은 무슨 꽃이고, 어떤 집이며, 어떤 인종일까? 이것은 사실 장미일 뿐이고, 집은 우리가 말하는 유럽식 건축물이며, 이곳 사람들은 우리가 말하는 서양인이었다.
하지만 일진천에는 이런 것들이 없었는데, 일진천과 이곳은 완전히 다른 우주 체계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혜희와 흑요는 또 다른 천체 세계로 온 것이다.
혜희는 흑요를 이끌고 이 기묘한 세계를 걸으며 마치 환상 속을 거니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어머나!”
혜희는 실수로 누군가와 부딪힌 것을 느꼈다. 고개를 들어보니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어린 소녀였다.
그 소녀 역시 놀란 눈으로 혜희를 바라보았다.
“오, 세상에, 네 모습은… 조금 신기하구나… 내 이름은 이사벨라 엔릴이야, 만나서 반가워.”
벨라는 다가와 혜희를 껴안고 양쪽 볼에 입을 맞추었다.
혜희는 멍해졌지만, 이것이 아마 이 세계의 예절이라 여겨 벨라를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
“내 이름은 정혜희(淨慧曦)라고 해. 처음 와서 결례를 범했으니 부디 이해해 줘.”
서로 친절하게 대화를 나눈 뒤, 혜희와 벨라는 각자 다른 세계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희(阿曦)야, 오늘 마침 왕궁에서 무도회가 열리는데 우리 같이 가자!”
“좋아, 나는 방금 서황무(舒凰舞)를 배웠는데 드디어 실력을 뽐낼 수 있겠구나!”
흑요가 “멍! 멍!” 하고 두 번 짖었다. 이제 돌아가야 한다는 뜻이었다. 최근 일진천에 심성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중생이 좀 많아져서 돌아가 일을 처리해야 했다.
“알았어, 너는 먼저 돌아가. 나는 좀 더 놀다 갈게.” 혜희가 흑요에게 말했다.
흑요는 혜희의 팔을 핥아 자신의 타액을 남겼다. 이로써 혜희는 스스로 그 작은 문을 열 수 있게 되었다.
흑요가 순식간에 사라지자 벨라의 양옆에서 하얀 날개 한 쌍이 돋아났다. 깃털이 가볍게 휘날리니, 이것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천사의 모습이었다.
벨라는 혜희를 태우고 왕궁을 향해 곧장 날아갔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7817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