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본선생
【정견망】
혜희는 목에 걸린 포도석이 빛나는 것을 보고 벨라가 또 자신을 찾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매우 기뻐하며 어머니가 아직 자신을 눈치채지 못한 틈을 타 다시 슬쩍 빠져나갔다.
혜희가 다시 거대한 용처럼 생긴 큰 나무 앞에 도착해 나무 구멍 속으로 쏙 들어가자, 또다시 저 신비로운 나라에 도착했다.
벨라가 작은 문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 아희, 요즘 어떻게 지냈어?”
벨라는 미소 지으며 혜희를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
혜희가 웃으며 말했다.
“하하, 네 입맞춤이 너무 간지러워. 우리 가족은 이런 만남의 예절이 없거든. 내 남동생이 어릴 때나 나한테 이처럼 친밀하게 굴었지.”
벨라가 물었다. “어머? 너 남동생도 있니?”
혜희가 답했다. “응, 너도 남동생이 있어?”
벨라가 말했다. “나는 오빠만 한 명 있어.”
오빠 이야기가 나오자 벨라는 고개를 숙였고, 방금까지 찬란했던 얼굴에 점차 옅은 슬픔이 서렸다.
혜희가 물었다. “벨라, 오늘도 우리 무도회에 가는 거야?”
벨라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오늘은 오빠의 생일잔치에 갈 거야. 우리 오빠가… 이제 가야하거든… 아마 이게 내가 오빠와 함께 보내는 마지막 생일이 될 거야.”
혜희는 벨라가 말하면서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얼른 물었다.
“네 오빠가 어디로 가는데?”
벨라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죄악이 가득 찬 곳으로 가.”
“뭐라고? 네 오빠가 왜 그런 곳에 가는데?”
혜희가 눈을 크게 떴다.
벨라가 고개를 드는데 눈빛은 단호하면서도 숭배의 마음이 서려 있었다.
“법(法)을 전해 고난에 빠진 생명을 구원하기 위해서야.”
혜희는 ‘법을 전한다’는 말을 듣자 마음 밑바닥에서 전율이 일었다. 마치 어떤 기억이 되살아나는 듯했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다만 그 두 글자가 무척이나 신성하게 느껴졌고, 이에 벨라의 오빠에 대해 깊은 경외심이 생겨났다.
벨라는 혜희가 깊은 생각에 잠겨 말이 없자 자신의 기분이 혜희에게 지장을 준 것이라 생각했다. 그녀는 얼른 미소를 지으며 혜희의 손을 끌고 말했다.
“아희, 어서 가자! 나 오늘 생일잔치에서 노래도 불러야 해! 나 노래 정말 잘 부르거든!”
…….
생일잔치가 곧 시작되었고 모두 자리에 앉았다. 궁전 정면에는 넓은 무대가 있었고, 무대 바로 위에는 333명의 어린 천사들이 형형색색의 선봉(仙棒)을 들고 찬란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무대 왼쪽 아래에는 큰 악단이 있었다. 남자 악사들은 통일된 붉은색과 검은색이 섞인 연미복을 입었고, 여자 악사들은 연보라색의 비치는 망사 소재 퐁퐁 치마를 입고 있었다. 그들은 저마다 다른 악기를 연주했는데, 흔히 볼 수 있는 첼로, 바이올린, 피아노, 오르간, 호른, 색소폰 같은 것 외에도 우리가 본 적도, 상상해 본 적도 없는 악기들이 아주 많았다. 예를 들어 한 여자 악사가 목에 끼우고 있는 푸른 장미 같은 꽃 모양 악기는, 악사가 뺨과 꽃잎을 마찰시켜 묘한 소리를 내는 방식이었는데 꽃잎 두 장이 부딪히며 서로 다른 음조를 만들어냈다.
무대 오른쪽 아래에는 거대하고 정교한 직사각형 식탁이 있었다. 그 위에는 정갈한 음식이 놓여 있을 뿐만 아니라, 식탁 양옆과 중간에 33마리의 백조가 날개 위에 촛불을 얹은 채 미동도 않고 서 있었다. 이 큰 식탁 뒤로는 작은 사각 탁자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 위에는 백조 대신 금색 촛대만 놓여 있었다.
연회가 준비되고 즐거운 음악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혜희와 벨라는 구석진 작은 탁자에 자리를 잡았다.
“여기가 더 마음 편한 것 같아, 그렇지?” 벨라가 혜희에게 말했다.
혜희는 사방을 둘러보느라 온통 신기한 것뿐이어서 벨라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듣지 못했다.
갑자기 음악이 뚝 끊기더니 연회의 주인공이 나타났다.
위풍당당한 체구에 갈색 머리카락이 어깨까지 내려오는 한 신군(神君)이 천천히 무대 뒤에서 걸어 나왔다. 그는 하얀 옷을 입었는데 옷 사이사이에 만 가닥의 금실이 수놓아져 있었고, 갈색 곱슬머리 사이로 보석이 은은하게 반짝였다. 뚜렷한 이목구비는 마치 조각한 듯 잘생겼고, 입가에는 미소가 살짝 걸려 있어 마치 영원히 웃고 있는 것 같았다. 특히 그 깊은 눈동자 속에는 선량(善良)한 바다가 담겨 있는 듯했으며, 몸가짐 하나하나가 겸손하고 온화했다.
그가 맨발로 걸어오니 마치 따스한 햇살과 봄바람을 몰고 오는 듯했다. 그가 지나가는 곳마다 맑은 샘물로 씻긴 듯 행복이 감돌았다.
그가 식탁 하나하나를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은 오른손을 왼쪽 어깨에 얹고 허리 굽혀 인사하며 일제히 외쳤다.
“왕자 전하.”
그도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답했다.
혜희는 이 흰 옷을 입은 신군의 기질이 이토록 깨끗한 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시 한 구절을 읊조렸다.
“그대의 몸에서 쌓인 눈 세 겹을 털어내니,
천하에 그 누구도 흰 옷이 어울리지 않으리”
除去君身三重雪
天下無人配白衣
“아희, 뭐라고 했어?”
“아… 아니야… 말해도 아마 모를 거야, 우리 세계의 언어거든…”
“아희, 바로 우리 오빠야.”
“네 오빠가 왕자였어? 그럼 너도 전하네?”
벨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랑 비슷하구나, 나도 전하인데……” 혜희가 혼잣말을 하다가 벨라가 다시 수심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는 것을 발견했다.
“벨라, 봐! 무대 위에 저렇게 멋진 공연들이 많잖아! 기운 내!” 혜희가 벨라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벨라가 눈물을 닦고 고개를 들어보니, 한 천사가 왕자의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이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는 듯 왕자는 몸을 돌려 연회장을 떠나려 했다.
벨라가 다급히 외쳤다. “오빠, 잠깐만요! 오빠에게 들려줄 노래가 한 곡 더 있어요.”
왕자는 소리를 듣고 걸음을 멈추었다. 돌아보니 벨라였기에 그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자애로운 눈빛은 마치 얼음과 눈을 순식간에 녹이고 장미를 즉시 피워낼 것만 같았다.
벨라는 바이올린을 들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무대를 향해 걸어갔다. 무대 중앙의 의자에 앉아 두 눈을 감고 연주를 시작했다.
벨라의 손끝을 스쳐 지나는 음표들은 부드럽고 오묘했다. 때로는 깊은 계곡에서 굽이쳐 내려오는 계곡물처럼 졸졸 흘렀고, 때로는 여인의 흐느낌처럼 처량하고 애절하게 가슴을 울렸다.
벨라가 천천히 눈을 떴다. 시야는 눈물로 흐릿해졌고, 맑은 목소리에는 남다른 슬픔이 담겨 있었다. 그녀가 입을 열어 노래했다.
“이제 안녕이라~ 말해야~ 하나 봐요~
눈물이~쉬지 않고 떨어지네요~
비록 머나먼 곳으로 떠돌러 가시지만~
부디 잊지 마세요~ 저와
또~ 당신이 사랑하는 천국을~
선량함을 지니시고~ 인간 세상을 지나시며~
고개 들어~ 저 흰 구름을 보세요~
그건 천국 가족들이 보낸~ 전서구랍니다~
반드시~ 명심하세요~ 신(神)의 당부를~
강인하고~ 용감하게~ 진아(真我)를 잃지 마세요~
당신은 반드시~ 신성한 약속을~실현하실 거예요
언제까지나 기다릴게요~ 당신과 포웅할~ 그 순간을~
잊지 마세요~저와
또~ 당신이 사랑하는 천국을~”
……
왕자와 사람들은 눈물을 흘렸고, 연회는 끝이 났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7817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