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본선생
【정견망】
“어머니! 제가 돌아왔어요! 제가 어디 갔었는지 아세요? 그곳은 정말…”
혜희는 돌아오자마자 대전으로 달려가 어머니를 찾으며 자신의 기이한 경험을 알리려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대전에는 정화군(淨華君)이 엄숙하게 앉아 있었고, 옆에는 구지신군(玖遲神君)이 앉아 있었으며 혜교(慧皎), 혜맹(慧萌)과 여러 신관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그들의 표정이 매우 엄격한 것을 보고 혜희는 얼른 큰 소리를 멈추고 웃음기도 거두었다.
“또 어디를 갔다 온 것이냐!” 정화군은 약간의 꾸짖음을 담은 목소리로 혜희를 엄하게 바라보았다.
혜희는 고개를 숙인 채 감히 말을 꺼내지 못했다.
“어머니! 둘째는 성품이 단순하여 완악한 것이 아닙니다. 예부터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 했듯이, 둘째에게 그저 고분고분한 놀이 친구가 부족할 뿐입니다. 만약 흑요 신관이 늘 둘째를 태우고 밖으로 나가지 않았더라면…” 혜교는 말을 다 맺지 않고 구지신군에게 눈짓을 보냈다.
“군주님, 법사(法司) 쪽이 근래 업무가 바빠 흑요 신관이 외부로 나가는 것은 참으로 적절치 않습니다.” 구지신군이 자리에 앉아 찻잔의 차를 불며 말했다.
정화군이 고개를 끄덕이며 혜희에게 말했다.
“너를 흑요와 떨어뜨려 놓아야겠다. 흑요 신관도 최근 본업에 소홀했으니, ‘금계가 향기를 피울(金桂飄香)’ 때까지 정사재(正司齋)에서 근신하도록 하라. 자, 모두 물러가라!”
정화군은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 했다.
혜희가 깜짝 놀라 얼른 어머니를 뒤따라가며 물었다.
“흑요가 무슨 잘못을 했나요?!”
정화군은 혜희를 한번 흘겨보며 말했다.
“너는 모르겠구나, 그가 해주(海珠)를 다치게 했단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신관(神官)이 사람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
사실 흑요도 해주가 다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흑요는 해주가 다친 것을 보고 매우 미안해하며 얼른 해주를 태우고 규진(糾診) 신관을 찾아갔다. (규진 신관은 인간 세상의 의사와 비슷한 직업이지만 그래도 약간 차이가 있다) 뜻밖에도 해주의 부상이 가볍지 않아 며칠 휴양해야 했다.
그날 밤, 혜희는 해주를 문병하러 갔고 희운(熙雲)도 침대 곁에서 해주를 돌보고 있었다.
“이모, 오셨어요! 보고 싶었어요!” 누워 있던 해주는 혜희가 오는 것을 보고도 일어날 기색 없이 오히려 더 애교를 부렸다.
“에고, 이모, 저 여기도 아프고 저기도 아파요…”
“어쩌다 이렇게 다쳤니! 이 흑요가 정말 너무했구나!” 혜희가 안타까워하며 말했다.
“이모, 흑요를 나무라지 마세요. 저를 태워다 준 것도 그인걸요!” 해주가 얼른 말했다.
희운이 이어 웃으며 말했다.
“맞아요, 언니가 요즘 살이 쪄서 흑요 아니면 누가 태울 수 있겠어요?”
“하하하! 그랬구나!”
“희운아, 너 요즘 너무 까부는 거 아니니! 감히 언니한테 그런 말을 하다니!”
세 사람은 다시 희희낙락했다. 아, 참, 이들은 이모와 조카딸 관계였다.
“이모, 흑요가 근신하게 되었으니 이제 놀 친구가 없어서 어떻게 견디시겠어요?”
“그건 말이지……”
과연 최근 정사재 주변에 작은 그림자 하나가 살금살금 배회하고 있었는데, 틀림없이 혜희였다.
마침내 혜희가 기회를 잡았다.
“흑요야! 내가 누군지 봐!” 혜희는 은신 모자를 써서 얼굴을 절반만 드러낸 채 정사재 창틀에 엎드려 나지막이 말했다. 그 모습이 매우 우스꽝스러웠다.
흑요도 그녀를 발견하고는 흥분하여 꼬리를 흔들었다.
“네가 제일 좋아하는 회염잡면(燴焰雜面), 쾌로덮밥(噲蘆蓋飯), 주도과(洙濤果)를 가져왔어…”
흑요가 음식을 먹는 동안 혜희는 창틀에 기대어 투덜거렸다.
“어머니랑 구지 같은 신관들이 회의 중이라 몰래 빠져나왔어! 흑요야, 난 정말 궁금해. 우리 언니처럼 성질 급한 사람을 왜 넌 청령만(清靈灣)에 가두지 않는 거니? 언니가 일진천의 심성 기준에 부합하기는 한 거야? 구지 역시 기세등등하고 아주 음험해 보이는데, 심성 기준에 제일 안 맞는 것 같아. 어머니조차 많은 경우 그의 말을 들어야 하고 심지어 어머니의 결정을 뒤집기도 하잖아. 흑요야, 넌 왜 그들을 청령만에 던져 넣지 않니?”
흑요가 옆에 있던 책자 하나를 혜희에게 던져 주었다. 그녀가 모르는 부분이 여기 다 있다는 뜻이었다.
정사재는 일진천의 사법 기관 서고(書庫)로, 안에는 온갖 권종(卷宗), 안종(案宗), 신직(神職) 업무 지침 및 규정 서적들이 가득했다. 일진천의 신(神)과 도(道)에 관한 규칙과 법전도 모두 이곳에 있었다.
“《신성지시록(神性指示錄)》, 이게 뭐야?”
혜희가 서서히 책을 펼치자 그곳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었다.
“정화(淨華)-정신(正神) 속성,
구지-부신(負神) 속성,
정혜맹-정신 속성,
정혜교-부신 속성,
정혜희-정신 속성…’
정신(正神): 천강(天罡)을 관장하고 신의 윤리를 바르게 하며 천리(天理)를 보존한다. 자비는 고인 물처럼 고요하고 선(善)이 건곤(乾坤)에 넘쳐나며 중생을 보호하며…
부신(負神): 사법(司法)을 집행하고 위엄을 세우며 대도(大道)를 행하는데, 기세가 늠름하고 웅대하며, 엄격한 균형으로 도(道)가 하늘에 통하게 하고, 중생을 단속하며…”
“알고 보니 언니와 구지가 부신이었구나. 그들의 모습이 어찌하여 그런가 했는데 심성이 나쁜 게 아니었구나….” 흑요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참, 흑요야, 나중에 우리가 무도회에 갔는데 정말 재미있었어! 벨라가 내게 포도석 목걸이를 주었어. 이 목걸이가 빛나면 벨라가 나를 보고 싶어 한다는 뜻이래. 그러면 내가 벨라를 보러 갈 수 있어… 너는 금계가 향기를 피울 때나 나올 수 있으니, 다시 혀로 내 팔을 좀 핥아줘! 그래야 내가 그 작은 문에 들어갈 수 있단 말이야.”
흑요가 막 혜희의 팔을 핥았을 때 누군가 돌아오는 기척이 느껴졌고, 혜희는 쏜살같이 달아났다.
혜희는 대전으로 달려가 어머니의 회의가 끝났는지 살폈다. 그때 안에서 한 신군의 목소리가 들렸다.
“군주님, 비록 정신도(正信徒)의 정원이 다 찼으나, 당신께서 부신도(負信徒)가 되시는 것도 마찬가지이니 모두 자신의 힘을 보태고 인연을 맺는 일에 속합니다.”
정화군의 표정은 다소 곤혹스럽고 주저하는 듯했으나 아무런 말이 없었다.
구지신군이 어깨 위의 긴 머리를 쓸어 넘기더니 헛기침을 하면서 말했다.
“군주님, 더는 망설이시면 안 됩니다. 복서국(福西國) 왕자가 곧 내려갈 예정인데, 계속 주저하시면 부신도의 정원조차 남지 않을 것입니다. 이 위덕(威德)을 세우지 못하면 우리 일진천이 무슨 수로 창우(蒼宇) 속에 발을 붙이겠습니까? 정말 그날이 왔을 때 무엇으로 무상왕(無上王)님과 연을 맺으시겠습니까?”
다른 신관이 즉시 거들었다.
“군주님, 저희가 안배를 잘하면 군주님께서는 안배에 따라 가셨다가 다시 일진천으로 돌아오시면 되는데, 손가락 한 번 튕기는 찰나의 일일 뿐입니다! 게다가 일진천 신의 안배는 예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습니다.”
여러 사람이 한 마디씩 거들며 정화군에게 큰 결단을 내리라고 권하는 듯했다.
정화군은 눈을 감고 마음을 굳게 먹으며 말했다.
“알았소!”
대전 안은 순식간에 고요해졌고, 신관들은 서둘러 무릎을 꿇고 읍하며 일제히 외쳤다.
“군주님 영명하십니다!”
어린 혜희가 영문도 모른 채 듣고 있을 때, 목에 걸린 포도석이 빛나기 시작했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7817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