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본선생
【정견망】
지난 회에서 벨라가 혜희를 태우고 무도회에 참석하기 위해 왕궁으로 향했다.
천사의 날개 위에 앉은 혜희는 숲과 협곡을 넘고 높은 산과 운해를 통과했다. 눈앞에 펼쳐진 이 신기한 경관은 그녀가 절로 박수를 치며 찬탄하게 만들었다!
진한 우윳빛을 칠한 거대한 건축물들이 낭만적이면서도 장엄했다. 오래된 큰 종, 경건한 신(神)의 음악, 하늘을 가르는 하얀 비둘기. 대체 어떤 조물주(造物主)가 이토록 낭만적이고 위대하기에 이토록 절묘하고 신비로운 천국을 만들 수 있었을까?
그 둥근 공 형태의 가로등은 마치 수만 배로 확대한 진주 같았고, 빛은 부드러우면서도 맑고 밝았다.
밝은 가로등은 하늘의 별들과 멀리서 서로 빛을 주고받았고, 웅장한 궁전은 아득히 먼 곳까지 이어졌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찬란하고 눈부셨다.
“도착했어! 아희야, 여기가 왕궁이야!” 벨라는 혜희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높은 천장의 현관, 기품 있는 정문, 원형의 아치 창문과 모퉁이의 돌쌓기 등은 우아하고 화려하면서도 고전적이고 개방적인 미를 동시에 보여주었다. 건물 전체와 그 위를 타고 올라가는 덩굴이 조화를 이루어 청신하고 진부하지 않았다. 하얀 흙벽과 연노란색 기와가 결합하고 연속된 아치문과 회랑이 이어지니 혜희의 마음이 설레었다.
왕궁 대전에는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여신들과 넥타이를 맨 신사들로 가득 찼다.
아직 아무도 이 두 소녀를 주목하지 않는 듯, 다들 정갈한 가효(佳肴 좋은 음식)와 경장(瓊漿 신의 음료)을 마음껏 즐기며 노래하고 춤추고 있었다.
기품 있고 화려한 한 여신(女神)이 그들을 발견한 듯했다. 그녀는 벨라를 향해 빠르게 다가와 벨라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벨라! 또 어디 갔었니? 네 오빠가 이 시간 동안 우리와 더 많이 함께하고 싶어 하는 거 알잖니, 왜 자꾸 멋대로 돌아다니니…”
그들이 친숙하게 대화를 나누던 중, 이 귀부인이 무심코 시선을 돌리다 혜희를 발견했다. 벨라가 혜희를 처음 보았을 때와 비슷한 반응이었다.
“오, 세상에! 네 모습은… 조금 신기하구나… 만나서 반가워!”
“어머니! 제 새로운 친구 아희예요!”
귀부인은 한참 동안 혜희를 조용히 응시하다 미소 지으며 말했다.
“네 파란 치마가 참 예쁘구나. 이런 디자인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맞아요 어머니, 혜희는 모든 것이 특별해요. 혜희는 서황무도 출 줄 아는데 제가 너무 보고 싶거든요. 저희를 위해 공연해 달라고 부탁해도 될까요?”
어머니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손을 내밀어 요술봉을 하나 만들어내더니 공중을 가리키자, 은은하고 달콤한 향기를 머금은 하늘색 빛이 뿜어져 나왔다. 사람들은 순식간에 조용해지며 궁전 양옆으로 물러나 빈 공간을 만들었다.
혜희는 사람들을 보며 생각했다.
‘이들은 비록 생김새는 기이하지만 모두 선량하고 온화해 보여. 그들에게 서황무를 보여주고 싶어. 하지만 먼저 나를 위해 연주해 줄 공후(箜篌)와 칠현금을 만들어야겠어.’
혜희가 손을 뻗어 공후와 칠현금을 만들어낸 뒤, 자신의 비녀를 뽑아 공중으로 던졌다. 비녀는 손가락을 대신해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혜희는 발끝을 세우고 사뿐사뿐 춤을 추었다. 춤사위는 영롱하고 빼어났으며 몸은 제비처럼 가볍고 구름처럼 부드러웠다. 몸을 굽히는 듯하다가도 우러러보고, 날아오르는 듯하다가도 걷는 듯했다. 똑바로 선 듯하다가도 비스듬히 기울어지고, 오는 듯하다가도 가는 듯했다. 가느다란 비단옷은 바람을 따라 흩날리고 휘감긴 긴 소매는 좌우로 교차했다. 걸음마다 연꽃이 피어나는 듯 몽환적이고 아스라하니, 마치 물총새가 날듯 사뿐하고 노니는 용이 솟구치듯 우아했다.
깨끗한 얼굴에 무지개 옷, 먹빛으로 물든 머릿결이 하늘거리고 온화했다. 선령(仙靈)과도 같은 그 모습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탄복하며, 눈앞의 그녀가 마치 환상 속에서 걸어 나온 요정 같다고 느꼈다.
잠시 후 춤이 끝나자 혜희는 예를 올렸다. 뒤이어 대전 전체에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희! 넌 정말 나의 요정이구나! 너무 아름다워!!”
벨라는 혜희의 손을 잡고 사람들 속으로 뛰어들어 마음껏 노래하고 웃었다. 사람들도 혜희를 무척 좋아하며 친절하게 대화하고 춤추며 놀았다. 아무도 그녀가 어디서 왔는지 묻지 않았는데, 이것이 이 천국 무도회의 규칙이자 그들의 기본적인 예의였다.
혜희가 이곳에서 즐거움에 빠져 돌아갈 줄 모르는 사이, 일진천에서는 작은 번거로움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챙그랑” 찻잔이 깨지는 소리가 났다. “무엄한 녀석! 정말 하늘 높은 줄 모르는구나!”
성격이 다소 거친 이 사람은 혜교(慧姣)로, 혜희의 언니다. 정화군에게는 딸 둘에 아들이 하나 있는데, 첫째가 혜교이고 둘째가 혜희이며 셋째가 혜맹(慧萌)이다.
혜교는 구지 신군의 제자로 성격 또한 구지 신군과 비슷했다. 평소 기세가 등등하여 건드리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교아(姣兒)야! 어찌 또 이리 크게 화를 내느냐? 스승이 평소 온화한 기운을 더 닦으라고 하지 않았더냐!”
혜교는 사부가 온 것을 보고 얼른 노여움을 거둔 채 읍하며 예를 갖추어 말했다.
“사부님, 해주(海珠)는 그저 청령만에 갇힌 친구를 보러 갔을 뿐인데, 흑요 신관이 앞뒤 가리지 않고 해주를 다치게 했습니다. 지금 해주가 방에 누워 있는데 보는 제 마음이 얼마나 아픈지 모릅니다…”
사정은 이러했다. 청령만이란 이곳은 원신(元神)을 정화하는 곳으로, 심성(心性)이 순수하지 못한 생명은 모두 청령만에 갇히며 원신이 깨끗이 씻겨야 나올 수 있다. 해주는 혜교의 딸이고, 희운(熙雲)이란 둘째 딸도 있다. 이 두 아이는 혜희보다 조금 커 보였는데, 사람의 나이로 비유하자면 사춘기 정도였다.
해주는 줄곧 황대길(黃台吉)과 함께 노는 것을 좋아했다. 황대길은 모(某) 신관(神官)의 아들로 역시 모종의 이유로 심성이 순수하지 못해 청령만에 갇혀 있었다.
해주가 그를 구해서 나가려다 막 돌아온 흑요에게 들켰다. 흑요는 신통이 매우 커서 하늘을 향해 한 번 짖는 것만으로도 도망치던 황대길과 해주를 하늘에서 떨어뜨렸다. 황대길은 무사했으나 해주는 체력이 약해 상처를 입었다.
혜교의 말을 들은 구지 신군은 교활하면서도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이 물었다. “혜희 전하는 어디 있느냐?”
혜교를 한번 쳐다보고는 곧 가버렸다.
혜교는 알 듯 말 듯 했으나 대략 무슨 뜻인지는 이해했다.
이때 혜희 전하도 실컷 놀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7817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