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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매화에 심취했지만, 지금은 귀밑머리 희끗하구나

——이청조의 《청평악·연년설리》를 읽고

섬섬(纖纖)

【정견망】

해마다 눈 속에서
늘 매화 꽂고 향기에 취했지
매화꽃 주무르며 마음 잡지 못하다
옷깃 가득 맑은 눈물만 얻었네

금년은 바다 끝 먼 변방에서
쓸쓸히 양쪽 귀밑에 흰 머리 나고
저녁 늦게 바람 부는 기세를 보니
아무래도 매화 보긴 어렵겠구나

年年雪裏,常插梅花醉。
挼盡梅花無好意,贏得滿衣清淚。

今年海角天涯,蕭蕭兩鬢生華。
看取晚來風勢,故應難看梅花。

이 사(詞) 《청평악·연년설리(淸平樂·年年雪裏)》는 송나라 여류 사인 이청조(李清照)의 작품이다. 그녀의 작품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완약(婉約)한 명편은 아니자만, 유독 마음을 끄는 힘이 있다.

이청조의 어린 시절은 밝고 평온했다. 부친과 오라버니의 보살핌, 서향(書香)의 자양분은 그녀를 구속받지 않는 한 가지 매화처럼 눈 속에서 자유롭게 피어나게 했으며, 훗날 풍부하고 영롱한 재기를 이룩하게 했다. 그녀의 사는 읽다 보면 마치 한 편의 인생이나 한 곡조의 맑은 노래 같아서, 때로는 마음을 세차게 흔들고 때로는 작은 다리 아래 흐르는 물처럼 잔잔하다. 그런데 이 작품은 분명 어린 시절의 매화를 회상하고 있다.

“해마다 눈 속에서
늘 매화 꽂고 향기에 취했지”

겨울마다 그녀는 매화를 꺾어 꽂고 매화와 벗하며 즐거워하기를 마지않았다. 취(醉)라는 글자는 술에 취한 것이 아니라 빠져듦으로 온전히 몰입한 기쁨이다. 그것은 아무런 근심 걱정 없이 세상사의 고난을 알지 못했던 행복이었다.

“매화꽃 주무르며 마음 잡지 못하다
옷깃 가득 맑은 눈물만 얻었네”

그녀는 왜 눈물을 흘렸을까? 꺾인 매화가 결국 시들어갈 운명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아직 알 수 없는 인생의 앞날 때문이었을까? 어쩌면 사인(詞人) 자신조차 분명히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것은 현재의 아름다움에 미련을 두면서도 미래의 무상함을 어렴풋이 감지하는, 서글픔과 기대가 뒤섞인 정서일 것이다. 이러한 까닭모를 모호한 근심과 슬픔이야말로 청춘의 가장 진실한 밑바탕이다.

하편(下片)에서 분위기는 갑자기 반전된다.

“금년은 바다 끝 먼 변방에서
쓸쓸히 양쪽 귀밑에 흰 머리 나고”

예전에 매화를 꽂고 취했던 소녀는 이제 하늘 끝 먼 곳을 떠도는 신세가 되었고, 양 귀밑머리는 하얗게 세어 청춘은 가고 없다. 세월의 무게가 이 구절에서 급격히 떨어진다.

“저녁 늦게 바람 부는 기세를 보니
아무래도 매화 보긴 어렵겠구나”

단지 매화를 볼 수 없는 것만이 아니라, 다시 매화를 볼 마음도, 인연도, 기력도 없다는 뜻이다. 매화는 여전히 풍설 속에 있건만, 자신은 이미 인생의 풍파에 밀려 그 눈밭에서 멀리 떠나왔다. 이 속의 고독과 처량함은 아마도 직접 겪어본 사람만이 진정으로 체득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흔히 무심결에 가장 진실한 무력감과 깊은 정을 드러내곤 한다. 그런 알 수 없는 두려움과 비애는 사실 대부분 고향을 떠나온 뒤의 그리움에서 비롯된다. 사람은 이 세상의 진정한 주인이 아니다. 왜냐하면 진짜 집은 여기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집을 떠나온 지 오래될수록 그리움은 깊어지니, 어찌 감상에 젖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설령 인생에 짧고 순수한 아름다움이 있다 해도, 흔히 금세 근심에 덮여버린다. 바로 그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단 한 번도 진정으로 잠든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오늘날 대법이 널리 전해질 때, 많은 사람은 오히려 이러한 “사귀(思歸,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생각)”의 감정을 잊어버리고 도리어 인간 세상의 갖가지 가상(假象)에 미혹되어 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비극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 글은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작품이다. 눈 속에서 매화를 꽂던 일부터 하늘 끝에서 매화를 보지 못하는 처지가 되어 자신의 운명을 탄식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자세히 음미해 보면, 이는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는 것이 아닌가? 당신이 온 곳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가? 지금 얻은 법과의 인연(法緣)을 소중히 여기고 있는가?

기연이 이미 이르렀는데 또 무엇을 주저하는가?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9736